‘매일 국과 반찬이 바뀌는 맛있고 건강한 밥집.’ 정문 신호등 건너의 골목을 지나 오른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제육볶음과 생선구이, 스팸김치찌개 사진이 전광판에 맛스럽게 걸려 있다. 이곳은 가정식 백반집 ‘류(流)’다.

식당의 메뉴는 딱 3가지, 제육볶음과 생선구이, 그리고 스팸김치찌개다. 하지만 매일같이 달라지는 국과 네 종류의 반찬, 그리고 주방에서 20년 이상 일 해온 김성실(여·57) 씨와 안미숙(여·58) 씨의 손맛은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제육볶음과 생선구이를 시키자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주방에선 분주하게 조리에 들어간다. 냄비와 프라이팬에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아주머니들의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앞에 있는 친구와 몇 마디 나눌 틈도 없이 나무식탁에는 국과 밑반찬이 오른다. 국의 종류는 정해져 있지 않다. 된장국이 나올 때도 있고, 오징어국, 소고기무국, 김치국, 미역국이 나올 때도 있다. 장병화(남·33) 사장이 매일 아침 시장을 보며 가장 싱싱한 재료를 골라 그에 맞는 국을 만들어서다. 반찬 종류도 고사리 무침부터 소시지볶음, 메추리알 등으로 다양하다. 갈 때마다 달라지는 국과 밑반찬을 맛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국과 밑반찬에 정신이 팔린 사이, 생선구이와 제육볶음이 차려진다. 생선구이에는 주로 고등어와 가자미를 쓴다. 오늘의 생선은 고등어다. 고등어는 질 좋고 맛있는 노르웨이 산을 쓴다. 오동통한 고등어를 한 젓가락 품으면 생선살 사이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기름이 눈과 코를 자극한다. 바삭한 껍질과 껍질 밑에 촉촉이 숨어있는 속살을 입에 넣자 고소한 맛과 바삭한 식감이 느껴진다. 생선은 용두동 쪽 시장에서 싱싱한 것을 직접 골라 특별한 비법 없이도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생선구이를 한 입 베어 물고 제육볶음으로 눈을 돌린다. 제육볶음에 쓰이는 고기는 마장동에서 직접 사 온 목전지다. 목전지는 목에 붙어있는 전지 부분으로, 고기와 비계의 비율이 적당하고 두께도 두껍지 않아 씹는 감이 좋다. 조리 전 고기의 핏물을 3시간 정도 빼고, 직접 담근 매실로 고기 잡내를 잡는다. 그리고 고추장, 마늘, 물엿, 매실 등 밑간을 해 냉장고에 재놓는다. 2일 정도 쓸 것을 한 번에 만드는데, 이 기간 동안 속까지 양념이 배 고기를 씹을 때마다 매콤달달한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고기와 함께 들어가는 양파, 당근, 양배추, 대파는 제육볶음의 외관을 더욱 맛깔스럽게 한다.

오후 8시.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나갈 무렵, 부지런히 백반을 만들던 식당은 조용한 실내포차로 바뀐다. 가게엔 일을 마친 어른들, 저녁 늦게 수업을 마친 대학원생들이 두런두런 담소를 나누며 술잔을 기울인다. 한쪽 식탁에선 아주머니들이 재잘재잘 이야기를 하며 다음날 밑반찬으로 사용할 감자를 깎고 있다. 전구에서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불빛은 차분하지만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가게 안을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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