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한 데 모였다. 이들은 ‘경제민주화 2030연대’를 결성해 후보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경제의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줬고, 대선이 끝나자 해산했다. 경제민주화 2030연대의 공동대표를 지냈던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을 직접 만나, 청년 세대가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해 들어봤다. 

▲ 사진 | 조현제 기자 aleph@kunews.ac.kr

- 경제민주화란 무엇이며, 그 방향성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나 
“경제민주화의 본질은 시장에서 결정하는 권력이 시민, 노동자, 소비자에게 분배되는 것이다. 기업의 주인은 경영자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 소비자 등 이해관계자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논의는 권력의 분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재벌과 자본이 가진 권력을 어떻게 빼앗을지에 집중돼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집중된 권력을 가져온 뒤에 과연 어떻게 나누어야 할지가 중요한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정의하는 전문가들의 다양한 입장은 제시되고 있으나, 그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거시적인 구호만 몇 있고, 경제민주화가 정확히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사회적인 합의가 없다는 게 아쉽다.”

- 집중된 권력을 분배하는 데 성공한 구체적 사례가 있나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노동이사제다. 노동이사제란 노동조합이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에 파견하는 제도로, 노동이사는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서울시가 2017년부터 통합 지하철공사를 비롯한 산하기관에 도입할 예정이다.
초기 산업 국가들은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노사갈등을 경험했으며, 그 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산업민주화의 일환으로 노동자을 경영에 참가하도록 했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는 ‘노사공동결정제’가 경제발전의 초석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 청년들의 삶과 경제민주화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민주화를 자신의 문제로 느끼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 같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청년들이 ‘제대로 된’ 경제생활을 영위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그들의 삶을 하나의 경제생활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아르바이트는 노동자로서의 경제생활이 아니라 학교 다니면서 용돈을 버는 정도로 생각하고, 고시원에 사는 것은 공부하는 동안 잠깐 지내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계속할 것이고, 고시원과 원룸에서 살 것이다. 청년들이 하는 아르바이트, 자취, 학자금 대출은 모두 ‘제대로 된’ 경제생활이다.”

-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청년세대가 경제민주화에 관한 국가적 논의에서 배제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청년들이 살아갈 시장의 모델과 방향을 결정할 때 당사자를 결정에 참여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의 경제민주화 담론들은 주로 사회에 오래 전에 진출한 중장년층과 규모 있는 기업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 미래세대인 청년에 대해서는 논의는 부수적으로만 이뤄진다. 대표적인 예가 부동산 정책이다. 부동산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중장년층과 대형 건설사에게는 유리할 수 있지만, 사회 초년생인 청년들에게는 어마어마한 주거비로 떠넘겨진다. 다만, 경제민주화 논의가 특정 연령이나 집단에 국한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특정 세대만을 위한 경제민주화 정책이란 것은 존재해선 안 된다.”

- ‘청년고용할당제’는 특정 세대에 국한된 정책으로 볼 수 있지 않나
“공공기관과 공기업에서 이뤄지는 신규채용의 일정 비율을 청년에게 할당하는 고용할당제의 핵심은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다. 재벌과 대기업들은 지금까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소홀했다. 대신 외주나 하청의 방식으로 비정규직 일자리를 늘려왔다. 신규 채용되는 이들이 주로 청년층이기에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일컬어지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청년 세대만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

- 현 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 상황을 평가한다면
“가장 아쉬운 것은 사회보험 개혁을 하지 않은 것이다. 고용, 건강, 산업재해 보험 등은 만들어진지 오래되지 않아 대상의 범위가 좁고, 보험급여 기간도 짧은 편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움직였어야 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은 재벌개혁이나 대기업 규제에 비해 보수진영의 반발이 적어 충분히 추진할 수 있는 것인데, 이조차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추진했던 임금피크제나, 해고를 쉽게 만들었던 노동개혁을 보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임금피크제는 특히 전체 노동자의 10%도 되지 않는, 퇴직을 앞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한 정책일 뿐이지 다수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었다.”

- 경제민주화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든다. ‘헬조선’이라는 유행어도 있지 않나.
“재벌개혁이나 자본규제와 관련된 방안들이 현실화될 지 평가하는 데 주의해야 하는 것은, 이러한 정책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증명할 수 있다. 미국의 반트러스트법, 그리고 독일의 노사공동결정제도는 성공적으로 시행된 지 백년이 되어가는 제도다.
경제민주화에 진전이 없는 진짜 이유는 대한민국이 현재 친시장적이고, 보수 우위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사회든지 일정 정도 기존의 것을 유지하려는 보수가 우위를 점하기 마련이다. 민주주의에서는 단번의 개혁이 아닌 끊임없는 설득과 토론의 과정을 통해 점진적인 변화가 이뤄진다. 경제민주화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패배주의적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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