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젊은 사람 둘이서 뭐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 있어! 적당히 먹어들.”
소주 한 병을 더 시켰다. 네 병째다. 핀잔이 귓속에 아른하게 얹힌다. 두 여자는 한 잔 두 잔 서로 받았다. 이모는 두 여자 앞에 서비스라며 계란말이 한 접시를 툭 놓았다. 속 뒤집어지니 계란이라도 먹으면서 마시라는 이모다.

아현동엔 포장마차 거리가 있다. 서울의 웬만한 주당들은 한 번 쯤 들어봤을 곳이다. 아현시장 길을 따라가면 40여 년 동안 이곳을 지키던 포장마차가 줄줄이 서 있다. 세 평 남짓한 컨테이너 박스 문을 열고 들어가면 5명이 채 들어갈까 말까한 공간이 나타난다. 작은 테이블이 이모가 조리를 하는 공간을 ㄷ자로 둘러싼다. 흡사 <심야식당>같은 구조다. 둘이서 도란도란 온 손님도, 혼자 와서 술을 비우는 손님도 있다. 오돌뼈나 꼬막 같은 안주를 하나 시켜놓고 소주를 한 병 두 병 비운다.

하지만 아현동 포장마차 거리도 이제 세월 속으로 사라진다. 인근 신축 아파트 주민들이 미관상 좋지 않다는 이유로 민원을 넣었기 때문이다. 40여 년 이 자리를 지키던 포장마차들은 지원금 한 푼 받지 못하고 터전을 잃게 된다. 원칙적으로 허가받지 않은 포장마차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용산과 강남 일대 포장마차촌이 철거됐었다.

그럼 이모는 이제 어디로 가요, 조심스레 묻자 이모는 눈물을 글썽였다. 나이도 들었고 다른 곳에 다시 장사를 시작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60대라던 이모는 이곳에서 자식을 길렀고 군대에 보냈으며 결혼을 시켰다. 세월의 기억을 좇던 이모는 눈물이 그렁한 표정으로 두 여자를 얼른 내보냈다. 얼른 집에 들어가들, 이모는 괜찮으니께. 이모 손맛이면 어디를 가도 뒤지지 않으니께. 이모는 두 여자를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꼭 다시 올게요, 하곤 포장마차를 나섰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두 여자는 잘 알고 있었다. 6월, 더 이상 포장마차는 그 자리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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