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대학에서 ‘성의 이해’라는 수업을 수강하던 한 여대생은 학교에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했다. 수업에서 ‘성폭력은 남성에게 내재하고 있는 고유한 본능’이라는 남성 중심적 사고로 성을 묘사하고, 교수가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의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논란은 수업을 폐강에 이르게 했다. 당차던 여대생은 현재 섹스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섹스토이샵을 운영하며 칼럼을 쓰는 은하선 작가를 만나 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 작가 사진|본인제공

- 섹스칼럼니스트로서의 역할은
“현재 여성 섹스칼럼니스트는 많아요. 하지만 여성에 초점을 맞춰 칼럼을 쓰는 사람은 드물죠. ‘남자를 사로잡는 법’과 같이 결국 남성 중심적인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내용들이 많다는 거예요. 저는 여성의 입장에서 섹스를 얘기해요. 여자들끼리 모여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쏟아낼 수 있는 공간, 자신의 욕망과 몸에 대해 생각하고 나눌 수 있는 시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하죠. 여성에겐 섹스를 선택할 자유가 있어요. 타인의 말에 휘둘리기보단 스스로 원하는 지, 관심이 있는 지 돌아보는 게 중요해요. 제 역할은 여성들에게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는 거예요.”

- 저서 <이기적인 섹스>에 담고자 한 메시지는
“여자가 섹스를 입 밖으로 꺼내기 꺼려지는 남성 중심적인 사고의 틀을 깨고 싶었어요. 성에 대해 무지한 여자를 시대에 뒤처진 사람처럼 보고, 반대로 성에 대한 표현을 많이 하는 여자를 문란하게 보는 사회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강요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이건 본인이 선택할 문제라는 거예요. 성관계를 갖지 않는 것도 섹스에서 자유로운 것이에요.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듯, 누군가의 경험과 자신을 비교하지 말고 자신만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으면 했어요.”

- 섹스토이샵은 어떻게 운영하고 있나
“철저히 여성 중심 섹스토이 가게예요. 남성을 위한 건 없어요. 우리나라에는 남성고객을 위한 성인용품 가게가 많죠. 여성이 가기엔 음침하고 불편하죠. 여성들이 사용할 수 있는 섹스토이 가게는 없을까 해서 만든 게 ‘은하선 토이즈’라는 가게에요. 제가 직접 만든 섹스토이들과 써본 것들 중에 특별히 엄선한 걸 판매하죠. 토이파티도 모집해 열곤 해요. 남성보다 여성들이 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게 더 어렵다 생각해서 여성을 위한 이야기 공간을 만들었어요. 한 곳에 모여 섹스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섹스토이에 대해 설명을 듣죠.” 

-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섹스 문화란
“바람직한 섹스문화는 없어요. 사람마다 다를 뿐이고 그걸 이해할 뿐이죠. 사회는 여자가 거침없이 섹스를 말하고 동성을 사귄다고 하면 ‘쟤는 문란한 애야’라고 낙인 찍어버려요. 여성이 섹스토이를 쥔다는 것은 스스로 성의 즐거움을 찾겠다는 의미에요. 다양한 걸 구경하고 만져보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이해하면서 여성들은 성에 대해 말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여성들이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 자체가 여성의 성 해방을 의미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얘기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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