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비과학적인 근거를 과학적인 것처럼 포장해 성소수자를 공격하고 있어요. 국제학계에서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그런 수준인데도 말이죠.” 일부 단체가 성소수자 혐오를 위한 허위사실을 유포하자 대학교수와 연구원이 이에 대항해 한국성소수자연구회를 3월 결성했다. 해당 연구회는 한국 성소수자의 현실과 관련된 학술 연구를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구회에 소속된 김승섭(보과대 보건정책관리학부) 교수에게 성소수자 혐오의 의학적 근거 검증과 혐오로 인한 피해를 물었다.

▲ 사진|서동재 기자 awe@

- 동성애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인가

“동성애는 정신질환이 아니다. 판단기준은, 쉽게 말하면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있는지’다. 증상 기반으로 판단하는 정신질환의 경우 가정생활, 공부, 직장생활 등에 지장이 없으면 질환이 아니다. 구체적인 기준으로는 판단력, 안전성, 신뢰성, 직업능력 결함 여부가 제시된다.

그간 커밍아웃한 동성애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팀 쿡(Tim Cook)이 훌륭한 CEO로, 조디 포스터(Jodie Foster)가 배우로 동성애자들은 경영, 학계, 예술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외국엔 동성애자인 상원의원도 있다.

학계에서 동성애가 질환이 아니라고 밝히고 합의한지 40년이 넘었다. 1973년 미국정신과의사협의회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진단명에서 뺐다. 현재 어떤 의학 교과서도 동성애를 질병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사실 동성애가 질환인지에 대한 논의는 이제 논쟁거리로 다루기도 우스운 주제다. 뒤떨어져 있는 한국은, 2016년 현재에도 논의되고 있다.”

 

- 동성애가 AIDS를 유발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먼저 AIDS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한다. HIV 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AIDS 상태인 것, 이 둘은 뚜렷하게 구분해야 한다. 생물학적으로 다른 개념일뿐더러 HIV 감염 상태에서 AIDS 상태가 되기까지는 10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이다. AIDS는 의학적으로 치명적인 병이 아니라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기도 하다.

통계적 연관성과 인과성이 엄연히 다르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 한국 남성 동성애자에서 이성애자에 비해 에이즈 감염비율이 월등하게 높은 건 맞다. 하지만 동성 간 성관계가 HIV 바이러스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로, HIV에 감염되기 쉽고 전파될 가능성이 높을 뿐인 것이다.

에이즈 예방 논문 어떤 것도 동성애 반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부분 동성애자에 대한 교육, 피임도구를 쓰도록 권장하자는 등의 이야기를 한다. HIV 감염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안전한 성관계를 갖도록 노력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돼야한다.”

 

- 혐오로 인해 성소수자들이 겪는 피해는 어느 정도인가

“1966년부터 2005년까지 성소수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해 출판된 28편의 연구를 분석한 한 논문은 성소수자한테서 이성애자에 비해 자살시도 비율이 2.5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비율도 1.5배 높다고 밝혔다. 기존의 많은 연구는 혐오와 낙오가 없는 공동체에서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와 비슷한 정신수준을 갖는다고 분석했다. 즉, 동성애자를 아프게 하는 건 사회적 낙인, 차별, 혐오인 것이다.

혐오는 성소수자에게 전환치료를 강요하는 직접적인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전환치료는 동성애자를 이성애자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모든 학회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기에 치료를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효과가 입증된 동성애 전환치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성적 지향을 억지로 바꾸려는 것은 동성애자의 우울, 불안, 자살 시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전환치료는, 이성애자에게 ‘동성을 좋아해’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동성애는 치료의 대상이 아니며, 전환치료는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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