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는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이분화해 선진국만이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도록 했지만, 이들은 전 세계 탄소배출 총량의 약 15%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게다가 주요 국가들이 2차 공약이행기에 의정서를 계속 탈퇴하며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 5월 28일 서울국제법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 ‘파리 기후변화 협정의 내용’에서 정서용(국제학부) 교수는 “각종 법률과 규제로 이행강제가 가능한 국내와 달리 국제사회에서 하향식 접근은 실효성이 없다”며 “교토의정서의 실패는 국가들에게 자발성을 부여하지 않고 인센티브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15년 12월 파리에서는 교토의정서와 달리 각국에 목표치를 제시하지 않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상향식 접근법을 채택했다. 195개의 참여국은 UN에 자발적 기여분(INDC)을 제출하고 이행은 국내 정책과 법령을 통해 자율적으로 담보하는 것에 합의했다. 다만, 자율성에 따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5년마다 진전된 배출감소 목표를 제시해야 하고 이를 UN이 점검하게 된다.
파리협정 참여국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95%를 차지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당사국들이 이행하기로 한 INDC를 강제할 제재조치가 없고, 선진국의 기술이전과 기금마련이 성공할 가능성도 불투명해 협정의 한계는 여전히 남아있다.

강제성 필요하다는 지적 계속돼

파리총회의 합의문은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이지만, 개별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합의문에 담기지 않아 국가들의 온실가스를 감축을 사실상 강제할 수 없다. 한국기후변화대응센터 이충국 연구원은 “온실가스 감축은 현재 당면한 과제이기에 재생에너지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온실가스 감축을 강제하는 협약을 통해 현재의 기온 상승을 막아야한다”고 말했다.

파리협정은 선진국의 기술이전과 녹색기후기금(GCF) 1억 달러 확보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현가능성을 비판하는 이들도 많다. 조용성(생명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파리협정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약속한 것일 뿐 구체적인 기술이전과 재원마련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동안 기후변화협약의 이행을 선도했던 유럽연합은 내부 상황의 악화로 기후변화 대응의 선도에 서지 못하고 있다. 영국과 그리스의 EU탈퇴가 논의되고 유럽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면서 GCF가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충국 연구원은 “선진국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개발한 기술을 개발도상국이 전수받으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며 “경제적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기술이전은 먼 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시장경제 원리 넘어선 대안 필요

기후변화 문제를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시장경제 원리를 이용해 해결할 수 있다는 관점도 있다. 배출권거래제는 일정한 배출 총량을 정해두고 탄소 배출권이 더 필요한 곳은 시장에서 거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임재규 에너지정책연구원 본부장은 “전 지구적 목표량을 달성하기 위해 비용을 줄이자는 것이 배출권 시장거래의 논리”라며 “모든 국가에 강제적인 직접규제를 하는 것은 극도로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배출권을 금전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온실가스 감축의 주된 수단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정서용 교수는 같은 세미나에서 “배출권을 사야 하는 국가보다 판매하는 국가가 훨씬 많은 데다, 배출권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처럼 작용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수단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임재규 본부장은 “배출권거래제를 유지하되 할당량을 점진적으로 줄여가면서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등을 개발할 수 있는 준비기간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저탄소경제 전환 준비 안 된 한국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면적 전환은 파리기후협정에 참여한 각국의 슬로건이었지만, 한국은 OECD국가 중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낮다. 유럽기후행동네트워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대응지수는 조사대상 58개국 중 54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비중이 1%대로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신재생에너지의 상용화에 회의적인 시각은 여전하다. 조용성 교수는 “현재까지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 기술로는 다량의 수요가 발생할 때 즉각 활용할 수 없어 전력 공급에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기술이나 지형적 조건 자체보다는 비용의 문제로 상용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독일, 아이슬란드, 코스타리카의 전 지역과 미국의 일부 도시에서 100% 신재생에너지가 달성된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기업과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석탄화력 발전의 비용이 훨씬 저렴해, 재생에너지를 상용화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부족한 것 같다”며 “온실가스 감축은 미세먼지 완화, 원자력발전의 부작용 해소,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갖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서 약 37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우리나라는 배출전망치(BAU) 대비 37% 감축이라는 자발적 기여분(NDC)을 국제사회에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석탄화석 연료 사용을 감축할 계획이 없어 비판받고 있다. 또한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보다는 원전의 신규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제시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석탄화력 발전을 점차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보급을 늘려가야 한다. 안병옥 소장은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는 어쩔 수 없이 유지한다 하더라도 핵폐기물의 부작용을 우려한 주민반발로 인해 신규 원전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