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 대망의 2016 리우 올림픽이 이번 주에 개막한다. 우리나라에선 24개 종목 204명의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다. 그중에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후 20년 만에 메달 획득을 노리는 여자 필드하키 팀이 있다. 여자 필드하키 팀은 전성기인 90년대 이후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한껏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우리 팀은 신구조화가 잘된 팀입니다. 상대 팀에 맞춰 모든 전술을 준비해놨습니다. 자신 있죠.” 한진수 감독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다시 한 번 메달을 가져오기 위해 치열하게 훈련하고 있는 18명의 대표선수들을 출국 이틀 전 태릉선수촌에서 만나봤다.

▲ 여자 필드하키 대표팀이 15일 태릉선수촌 하키장에서 전술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첫째 날, 치밀하고 다양한 전술훈련
올림픽을 앞두고 선수들은 마지막 국내 전술훈련에 들어갔다. 7월 15일, 하늘에서는 비가 올 것만 같았다. 필드로 들어가는 입구엔 회색빛 하늘을 등진 전광판의 문구가 선명했다. ‘리우올림픽까지 남은 날은 21일!’ 땀에 흠뻑 젖은 채 그 옆을 지나는 대표팀 선수들의 굳은 표정에서 다가오는 대회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훈련 시간 10분 전, 선수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들은 오자마자 신발 끈을 조여 매고 발목에 테이핑을 했다. 간단히 스트레칭을 한 후 러닝과 스텝 연습으로 몸을 풀었다. 선수들의 진지한 표정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만큼 닮아있었다. 하키채를 든 선수들이 가장 먼저 한 것은 1대 1 패스 훈련이었다. 기본적인 훈련이지만 조금이라도 집중하지 않으면 볼은 마음처럼 날아가지 않는다. “공에서 시선 놓지 마, 끝까지 보고 때려” 한진수 감독이 소리쳤다.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들어가자 선수들의 눈은 오로지 공만을 향했다. 수비수들은 공격 전개를 시작하는 빌드업 과정을 연습한다. 김윤 코치가 라켓으로 공을 띄워 주면 그 공을 정확히 받아 드리블과 전진 패스를 연속적으로 해내야 했다. 머리 높이까지 튀는 공을 한 번에 터치하긴 어렵다. “아~아악” 선수들은 짧은 한탄과 함께 몸을 일으켰다. 맘처럼 되지는 않아도 멈출 수는 없다. “해야 돼, 실전은 더 어려워” 한 감독의 말에 선수들은 다시 시작 지점으로 달려갔다.

슈팅서클 주변에선 공격수들이 슈팅 연습에 집중하고 있었다. 득점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선수들은 골키퍼가 가장 막기 어려운 허리 높이의 코스로 강하게 슛을 때렸다. 하지만 장수지 골키퍼도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를 포함해 몸통 보호대, 블로킹 글러브, 팔꿈치 보호대 등 온몸에 10kg가량의 보호대를 착용했지만 몸놀림은 상당히 빠르고 가벼웠다. 박미현 선수와 박승아 선수가 이를 악물고 온 힘을 다해 슈팅을 때렸다. “투~욱!” 터질 듯한 소리와 함께 공이 무섭도록 빠르게 골키퍼 쪽으로 다가간다. 시속 120km 이상의 공이 사방에서 날아들었지만, 골키퍼의 움직임엔 두려움보단 다 막아주겠다는 열망이 가득했다.

▲ 패널티코너 훈련 전 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코치진에게 전술 지시를 받고 있다.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다음 훈련인 페널티코너를 진행하기 전 한 감독은 페널티코너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림픽처럼 긴장감 넘치는 대회에선 페널티코너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승패를 가를 정도입니다” “3 다시 1”, “2 다시 3” 한진수 감독이 페널티코너 전술 번호를 외쳤다. 그러자 선수들은 지시에 따라 정해진 대로 움직였다. 골대와 코너 라인의 중간 지점쯤에서 선수가 볼을 주면 다른 한 선수가 볼을 잡은 후 전략에 따라 동료들에게 패스 혹은 직접 슈팅을 때린다. 최대한 빠르게 슈팅을 때려야 성공 확률이 높은 만큼 약속된 움직임으로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선수들은 10여 초간의 경합 끝에 슈팅까지 연결하지 못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마. 계속 집중해.” 한 감독의 목소리에 선수들은 “하키 파이팅”을 외치며 다시 눈에 불을 켰다. 마음을 다듬고 재도전했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계속되는 실패에 여기저기서 실망 섞인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아~ 악!” 오기로 가득 찬 선수들은 애꿎은 하키채를 원망하며 땅을 내리쳤다.

“이겨내야죠, 실패가 무서워 포기하면 어디 성공 근처라도 가보겠습니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김상열 고문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 후 선수들은 5차례 더 페널티코너 연습을 한 후 국내 마지막 전술 훈련을 끝마쳤다. 선수들은 오늘 하루 동안 몇 차례 공에 맞기도, 볼 경합 도중 넘어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툴툴 털고 일어났다. 훈련을 끝마친 선수들을 바라보니 무릎엔 다들 멍 자국이 선명했다.

▲ 국내에서의 마지막 전술훈련이 끝난 뒤 정리운동을 실시하고 있는 선수들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둘째 날, 월계관에서 지옥의 체력훈련
고대 그리스에선 경기의 승리자에게 월계수 잎으로 만든 월계관을 주었다. 태릉선수촌엔 승리자의 기운을 얻기 위해 월계관 이름을 따 만든 공간이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력훈련을 위한 곳, 월계관이다.

둘째 날, 하키 대표팀의 국내 마지막 체력훈련도 이곳에서 열렸다. 훈련장에 들어서니 선수들의 격양된 몸짓과 날카로운 눈빛은 이곳 분위기를 무섭도록 진지하게 만들었다.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선수들은 근육을 풀고 유연성을 키우는 일명 ‘ABS 백’ 훈련을 시작했다. 뒤로 돌아 양팔로 자신의 무게를 버티고 다리를 찢은 후 배엔 힘껏 힘을 준다. 누운 상태로 양팔을 매트에 붙인 후 두 다리를 좌우로 움직이는 ‘공포의 유격 체조 8번 동작’ 등을 비롯해 온몸에 체력을 뽑아내는 듯한 동작들도 보였다. “와”, “후”, “악”, “윽” 숨을 쉬기도 힘든 듯 선수들은 간신히 신음을 내뱉었다. 그 앞을 지키는 강건욱 코치는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소리쳤다. “자, 좀 더, 더 빨리, 더, 더 할 수 있어. 끝까지 집중해라.” 선수들이 누운 파란 매트엔 땀방울로 만들어진 짙은 색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16일 태릉선수촌 월계관에서 하키 대표팀 선수들이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지현 기자 knowise@

정리운동으로 지친 호흡을 가다듬자마자 다음 훈련이 그들을 기다렸다. 최대한의 운동량을 끌어내, 1분 훈련을 하고 1분 휴식을 반복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이다. ‘5, 4, 3, 2, 1’ 기계음이 훈련 시작과 종료를 반복해서 알렸다. 선수들은 기계적으로 러닝머신에서 쉴 새 없이 뛰고, 바벨을 들고, 턱걸이를 했다. 그렇게 30분 남짓, 지친 기색이 역력한 그들은 아우성으로 그 고통을 대신했다. “하키 파이팅!” 악에 받친 소리가 체육관을 뒤덮었다. 국내에서의 마지막 체력훈련은 이렇게 끝났다. 훈련은 모두 마쳤지만, 극한의 고통 속에서 빚어낸 그들의 땀방울은 쉴 새 없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렇게 그들은 리우에서 각자의 절정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하키 선수단이 월계관을 떠나기 전, 때마침 잔인한 타이머 소리를 담고 있던 스피커에선 몸도 마음도 지친 선수들에게 속삭이기라도 하듯, 박효신의 ‘야생화’가 흘러나왔다.

잊혀질 만큼만, 괜찮을 만큼만 눈물 머금고 기다린 떨림 끝에 다시 나를 피우리라.

※ 페널티코너는 상대방 선수가 고의로 공을 자기 진영 백라인으로 내보내거나 슈팅서클 안에서 반칙을 했을 때, 25야드(약 22.9m) 내에서 고의적인 파울을 했을 때 공격팀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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