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북천의 좌안에는 주민들을 위한 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본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본교생이라면 그 학생의 생활권에는 여러 녹지공원이 있다. 기숙사 바로 옆 5분 거리에는 개운산 근린공원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20분 정도 이동하면 수변 생태계가 잘 보존된 성북천이 나온다. 다양한 풀과 꽃을 보고 싶다면 15분 정도 버스를 타고 홍릉에 가면 된다. 이는 도심 속 공원이 매우 잘 보장된 사례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전체 면적의 약 5%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6월 ‘2030 서울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계획안은 도심 속 녹지공원을 확충해 공원소외지역을 해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원소외지역은 공원과 일정 거리 이상 인접하지 않은 지역을 말한다. 2012년 서울시의 공원녹지소외지역 비율은 약 5%였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공원소외지역을 0%로 만든다는 기조를 바탕으로 각종 녹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실제로 공공기관 담장 녹화 등 시민들을 위한 녹지공간이 최근 5년 사이 다수 마련됐다. 하지만 생활권녹지의 확대로 인한 생태계파괴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 그래픽 | 허윤 기자 shine@

공원소외지역을 위한 생활권녹지 확대
서울시는 생활권녹지를 확대해 공원서비스가 제한된 공원소외지역을 해소하고 녹지공원의 질을 개선하고 있다. 생활권녹지는 시민이 생활권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녹지를 말한다. 녹지공간은 서울의 전체면적 중 약 30%를 차지하지만, 과거에는 대부분이 외곽에 편중돼있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시내에 대규모 공원이 생기면서 시민들은 도심 속에서도 1인당 16m 의 녹지공간을 즐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생활권 녹지를 보장받지 못하는 공원소외지역이 있다. 공원의 500m, 소규모 공원이나 하천의 200m안에 위치하지 못하는 공간은 모두 공원소외지역이다. 고궁 등의 녹지 공간이 풍부한 종로구 주민은 1인당 40m 인 반면, 산업단지가 밀집된 영등포구는 주민 1인당 2m 정도의 녹지공간만을 보장 받을 수 있다. 공원소외지역 역시 10m 미만의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을 기록한 강남구 등에 주로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는 지역에 따라 누릴 수 있는 1인당 공원녹지 면적의 차이는 크다. 이에 서울시는 공공기관의 담장을 개방해 녹화하는 등 생활권 녹지 확대를 통해 공원소외지역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전철수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위원은 “새로운 공원을 만들 수 있는 면적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공원 배치를 적절히 하고 이용 편의성을 개선해 시민들의 이용만족도를 높이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교 인근의 동대문구는 서울시로부터 120억 원을 올해 초 지원받아 녹지공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동대문구는 1인당 공원면적이 3.4m 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최하위권이다. 동대문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전철수 시의원은 “구 안에 대규모 산림과 하천이 없다는 지역적 특성이 작용한 결과”라면서도 “재건축과 재개발이 활발히 진행되지 못해 4~50년 전의 저층 주거형태가 남아있어서 새로운 공원 신설이 어렵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도심 속 자연생태계를 지켜주세요
하지만 생활권 녹지를 확대하고 시민의 편의에 따라 녹지를 개선하면서 기존의 자연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종로구에 있는 백사실계곡은 도롱뇽이 서식할 만큼 자연생태계가 깨끗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도롱뇽의 성체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인근 마을에서 나오는 오·폐수는 지속적으로 계곡을 오염시키는데다, 방송에 소개되면서 급격하게 관광객이 늘어나 예측할 수 없는 오염원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성북천 또한 생활권 녹지의 개선 과정에서 생태계 훼손이 우려되는 녹지구역이다. 통행이 금지된 우측 산책로 1.2km 구간의 수변식물을 정리해 산책 공간을 더 확보하겠다는 것이 구청의 계획이다. 하지만 성북천의 생태계 파괴를 염려하는 일부 시민들의 반발이 일고 있다. 안암천이라고도 불리는 성북천은 2008년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만들어진 도심하천이다. 수변식물의 군락이 형성됨에 따라 오리, 쇠백로 등의 조류가 찾아오면서 성북천의 생태계는 점차 회복되고 있다. 성북천 같은 도심 하천은 도시의 물과 공기를 정화하고 평균온도를 감소시키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위원장=이재돈, 환사위)는 성북구청장에 산책로 추가 설치 재고를 청원했고 현재 성북구민 2000여 명이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한 상황이다. 환사위 소속 이재을 신부는 청원서를 통해 “성북천 산책로 공사는 성북구청의 생태계 복원 사업의 노력이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안일한 행정의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에 성북구청 치수과 박영하 주임은 “우측 산책로 추가 조성은 주민숙원사업 중의 하나”라며 “공사를 통해 걷어내는 풀은 환삼덩굴이라는 외래종이라 토종생태계를 파괴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성북천에 산책로를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은 중단된 상태로 주민들과의 협의를 거쳐 9~10월을 즈음해 공사가 재개된다.

물론 모든 도심 속 공원의 생태계를 온전히 보호할 수는 없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팀장은 도시공원의 생태적 접근 방안에 대해 “생태적으로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의 공원정책은 대개 근린공원의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이런 정책들을 생태보전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전철수 시의원은 이어 공원녹지정책에 있어 어느 쪽이 가치 있는 일인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의원은 “주민의 요구를 수용해 주민편익을 증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문가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의견도 충분히 검토해 지역의 미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쪽에 비중을 두는 공원녹지 정책을 지향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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