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투, 원~ 삑!” 건물 안으로 들어서니 날개 달린 물체가 윙~윙 소리를 내면서 20개의 원형 모양의 장애물을 가볍게 통과한다. 200m 둘레의 경기장을, 드론은 10초도 안 돼서 주파했다. 드론의 속도감이 느껴지는 실내 드론 비행장 DJI 아레나(Arena)다.

  서울 강남역에서 버스를 타고 45분 정도 이동해, 구성사거리에 있는 Olive Square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아 언덕을 올라가면 학생회관보다 약간 낮은 높이의 회색 건테이너 건물, 아레나를 찾을 수 있다. 이곳은 2006년에 설립된 중국 드론업체 DJI가 16일에 개설한, 국내 최초 실내 드론 비행장이다.

 

  방금까지 드론을 조종한 사람은 DJI 아레나 직원과 중학교 1학년 드론 레이싱 선수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시속 150km까지 나간다는 레이싱 드론을 직접 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드론에 달린 카메라와 연결된 VR 영상이었다. 조종대 뒤 모니터에는 비행중인 드론이 찍고 있는 영상이 흘러 나왔다.

  “건들지 마세요. 드론 부서져요.” 드론을 조종하는 중학생 선수에게 질문하려다 되려 혼이 났다. 아무리 속도감 있는 레이싱에 익숙해도 자칫 정신을 팔면 사고가 난다고 한다. DJI의 직원인 문원준(남·21) 씨는 “장애물을 통과하는 레이싱은 숙련된 선수들도 어려워 한다”며 “고글을 쓰지 않고, 맨 눈으로 조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범 경기가 끝나고 아레나를 쭉 둘러보니 비행을 즐길 수 있는 연습장과 앉아서 드론을 조종하는 컨트롤 체어(control chair), 드론을 점검·정비하는 정비실(Maintenance Room)이 있었다. 연습장 주위에는 드론이 이탈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자 촘촘한 그물이 둘려있다. 장애물에는 자유자재로 재배열이 가능하도록 이동식 바퀴가 달려있고, 장애물 틀에는 LED 조명과 센서도 장착돼 있다. 드론이 마지막 장애물을 통과하면 센서가 시간을 측정해 연습장 앞에 있는 모니터에 기록을 표시한다.

  연습장 밖에는 굴렁쇠 모양의 컨트롤 체어 4대가 일렬로 배치돼 있다. 의자 뒤에는 LCD TV가 부착돼 있는데, 파일럿이 조종하는 드론의 1인칭 시점을 볼 수 있다. “우와 내가 보여요!” 서울 신논현에서 아빠와 함께 아레나를 찾은 이혁(남·11) 씨는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와 연결된 고글을 통해 가상현실(VR)을 보고 있다. 고글을 착용한 이 씨가 고개를 돌리니 카메라도 이에 맞춰 돌아간다. 기자가 직접 체험해보니, 실제로 드론에 탑승한 듯한 생생함이 느껴졌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영상의 화질과 흔들림 없는 움직임이었다. 드론 밑에 장착된 3축 짐벌은 부드러운 영상 활영을 도와주고, 비전포지셔닝(Vision Postioning) 기능으로 실내에서 흔들림 없는 비행을 하기 때문이다. 문원준 씨는 촬영영상의 전송 과정에 대해 “스마트폰의 ‘리치’라는 VR어플리케이션이 드론이 찍은 영상을 고글로 실시간으로 전달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아레나 개장초기라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레이싱 드론 경기와 VR체험만이 있다. 하지만 DJI는 방문객이 점차 늘어나면, 추가적으로 프로그램을 개설할 계획이다. 예상 프로그램은 △연습장 대관 및 이용 △초·중학생을 위한 드론 아카데미 △드론 파일럿이 지도하는 1대1 드론 강습 등 3가지다. 문원준 씨는 “아직은 설립 초기 단계라 프로그램의 일정은 잡혀있지 않지만, 조만간 DJI아레나 홈페이지에 프로그램을 공지할 예정”이라며 관심과 참여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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