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을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하는 것은 힘들다. 한 개인이 가지는 애국심은 그 사람이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충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한국의 역사와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에 따라 제 나름대로의 국가관을 만들어 나간다.

  실체 없이 일상에 녹아 있는 애국심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 또한 어렵다. 본지는 한국에 살고 있는 각국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삶에 녹아 있는 애국심을 발견해보고자 했다. 스위스, 중국, 투르크메니스탄, 사우디아라비아 4개국 청년들은 각자의 국가와 한국을 비교하며 ‘애국심’이라는 감정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그들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만족도, 국가의 정치적 상황 등에 의해 높은 애국심을 보이기도 했고, 한국인들이 역사교육을 강조하는 모습에 놀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 그래픽|허윤 기자 shine@
▲ 스위스실바나 보겔 (Silvana Vogel, 문과대 국문14) 사진|이명오 기자 myeong5@

 

 

 

 

 

 

 

 

 

 

 

▲ 중국권소성 (權小星, 경영대 경영14) 사진|이명오 기자 myeong5@

 

 

 

 

 

 

 

 

 

 

▲ 사우디아라비아후 알사이드 (Hoor Alsaeed, 공과대 산업경영15) 사진|이명오 기자 myeong5@

 

 

 

 

 

 

 

 

 

 

▲ 투르크메니스탄나자로바 오굴게레크 (Nazarova Ogulgerek, 문과대 사학13) 사진|이명오 기자 myeong5@

 

 

 

 

 

 

 

 

 

 

 

자기 나라 사람들의 애국심을 평가한다면
스위스 : 스위스 국민들에게 ‘나라사랑’이라는 개념은 생소하다. 때문에 국가 대항 스포츠 경기를 제외하면 애국심을 밖으로 표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만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가장 오래된 민주주의 국가’, ‘부패가 적은 나라’와 같이 제도나 사회적인 부분이 진보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
중국 : 소위 말하는 중화사상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이런 중화사상이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공산당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사랑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국민들에게 교육이나 건강보험 등 다양한 복지를 무료로 제공한다. 이런 정부 차원의 사회보장제도는 국민들이 미래를 걱정하며 살지 않도록 한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민’으로서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투르크메니스탄 : 투르크메니스탄의 국민들은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주권을 갖는다는 것의 소중함을 알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룬지 불과 26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책을 출판할 때 앞부분에 국가에 대해 경의를 표시하는 장을 삽입하기도 한다.

 

한국인들의 애국심을 체감한 적 있나
스위스 : 해외에 나가도 그들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애국심이 있다고 느껴진다. 유럽인들은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 문화에 융화돼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을 보면 외국에서도 집단을 형성해 함께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면서 본인들의 정체성을 지키려는 것 같다.
중국 : 한국 영화를 자주 보는데, 역사를 주제로 한 영화에서는 애국심이 많이 느껴지는 것 같다. 최근 개봉한 인천상륙작전 같은 영화가 대표적이다. 그 이외에는 한국인 친구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거나 애국가를 능숙하게 부르는 모습에서 느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 주위에 있는 한국 대학생들이 일상에서 애국심을 드러내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나이가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는 많이 느껴진다. 예전에 나이가 지긋한 기사의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 그 기사가 ‘6.25전쟁’과 ‘한강의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며 한국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것을 느꼈다.
투르크메니스탄 : 오히려 한국인 친구들이 ‘국가는 내 상황에 무관심한데, 내가 국가에 애국심을 가져야 하나’라고 자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는 국가와 국가 고위 공무원, 둘의 개념을 구분하지 않아 나타난다. 의문이 드는 건 정치인의 경우는 우리가 뽑은 것인데, 그러면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닌가. 이 이유만으로 자기 나라를 싫어하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학교에서 ‘나라사랑’을 배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스위스 : 스위스에서는 정규 교육과정에서 ‘나라사랑’이라는 개념을 가르치지 않는다. 한국은 교과서에 애국가가 수록돼 있다고 하는데, 스위스는 국가(國歌) 자체를 아는 사람이 드물다. 한동안 큰 전쟁도 없고, 때문에 군인도 없는 스위스의 특수한 상황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 : 국가에서 교육을 통해 나라를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것을 부정하진 않는다. 문제는 독일의 나치즘이나 일본의 군국주의처럼 교육을 통해 국민을 진실로부터 호도하는 것이다. 우리는 국가적 차원의 애국교육이 민족주의나 국가주의로 흐르지 않도록 비판적인 시선도 겸비해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 : 사우디아라비아는 정규교육과정에 ‘patriotism class’이라는 과목이 있다. ‘patriotism class’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그동안 이룬 성취나 의미 있는 역사적 순간을 배운다. 나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나라사랑’을 배움으로써 자신들이 사는 나라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투르크메니스탄 : 국가에 대한 교육은 일정 부분 필요하다.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는 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으면 ‘국가’의 존재와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가진 사람도 많아지고 그에 따른 혼란도 야기될 것이다. 더군다나 이런 국내적 혼란이 대외적으로 국가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애국심은 어떤 감정이라고 생각하는가
스위스 : 애국심은 민족 정체성 때문에 갖는 감정이 아니다. 나는 다양한 민족들이 다양한 문화를 누리며 사는 지금의 스위스에 자부심을 느낀다. 또한 애국심은 내가 사는 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국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애국심이지만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는 것 역시 애국심이다.
중국 : 애국심은 내가 사는 땅을 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들기 위한 고민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데에 동의하진 않지만 그 이유는 이해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요구하려면 그들의 삶의 질을 높여줘야 한다. 그러면 굳이 요구하지 않아도 국민들이 자연스럽게 애국심을 갖지 않을까.
사우디아라비아 : 애국심은 필수적인 가치다. 사람들은 한 국가의 ‘국민’에 속하기를 원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애국심은 더 중요해진다. 낯선 환경과 마주했을 때, 국가라는 테두리 안에 있다는 것이 개인에게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줄 것이다.
투르크메니스탄 : 애국심은 그 나라에서 태어났고 그 나라에서 계속 살아갈 것이라면, 의무적으로 가져야 한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태어날 나라를 정할 수 없기에 자연스레 생기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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