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세계스포츠계를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러시아 정부는 세계를 속이기 위해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을 복용시키기 전, 소변과 혈액 샘플을 미리 채취해 자체적으로 샘플을 보관했다. 그리고 경기 직전 선수들에게 칵테일 등의 약물이 들어있는 음식을 제공했다. 이후 있던 도핑테스트에서 채취된 샘플은 배관공으로 위장한 러시아 요원들이 미리 받아놓은 기존 샘플과 바꿔치기해 도핑테스트를 피해갔다.

결과가 중시되는 스포츠 시장에선 불법적인 방법을 이용해서라도 좋은 결과를 내려하는 비겁한 자들이 존재한다. 이제 스포츠는 정직한 경쟁을 위해 교묘하게 파고드는 도핑과의 싸움을 이겨내야 한다.

▲ 스포츠 선수에게 도핑은 어두운 유혹이다. 사진 | 이명오 기자 myeong5@

300여 개 품목이 금지약물
  도핑은 스포츠 선수가 기록 향상을 목적으로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의 지정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부정행위를 말한다. 도핑(doping)의 어원은 전쟁터에서 네덜란드 줄루족 전사들이 사기를 높이기 위해 마신 술 ‘dop’에서 비롯해 유래됐다. 하지만 도핑이란 단어가 1899년 영어사전에 ‘경주마에게 사용되는 아편과 마악류’로 정의되면서부터 부정적 이미지로 통용되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세계반도핑기구는 선수의 경기력 향상에 효력이 있는 모든 약물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각 나라는 종목과 리그 특성상 조금씩 다르게 지정이 가능하나 기본적으론 세계 공통 기준인 ‘금지목록 국제표준’ 규정 아래 도핑방지위원회를 구성해 도핑테스트 및 제재, 처벌을 하고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도핑방지기구의 금지목록국제표준을 준용하고 있다.

  작년 9월에 발표돼 올해 1월부터 적용된 세계반도핑기구의 ‘2016 금지목록 국제표준’에 따르면 약물은 △상시 약물 △비상시 약물 △특정 스포츠에 금지된 약물 등 3가지 범주로 나눠 분류하고 있다. 현재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정한 금지약물 숫자는 300여 개 정도가 된다. 2004년 지정했던 150여 개의 금지약물 수에 2배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선수들이 도핑테스트에서 자주 걸리는 약물의 수는 등록된 숫자에 비해 제한적이다.

 

약물마다 신체효과 달라
  스포츠 선수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약물은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엔 염증을 완화하는 코르티솔 스테로이드도 있지만 소위 ‘스테로이드 맞았다’는 말에서 스테로이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지칭하는 말이다. 단백질의 동화(同化)를 촉진해 단백동화 스테로이드라고도 불리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체내에 투여되면 근육과 뼈의 양이 늘어나지만 생식기 발달 장애와 지나친 공격성 등의 부작용도 안고 있다. 기량 향상을 위해 많은 근육량이 있어야 하는 선수들이 주로 사용한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크리스티안 군데르센(Kristian Gundersen) 연구팀의 ‘머슬메모리 이론’에 따르면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복용을 중단해도 근육이 자체적으로 스테로이드 효과를 기억해 10년 이상 근육 증가 효과도 볼 수 있다.

  한때 ‘철인’이라 불리며 사이클 계에서 전설적인 선수로 추앙받던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이 복용해 유명해진 약물인 에리스로포이에틴도 대표적인 금지약물이다. 이 약물은 근육의 공기 호흡과 혈액의 산소 용적을 증가시켜 지구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 주로 마라톤, 철인 3종, 자전거 등 지구력이 필요한 종목의 선수들이 복용한다. 하지만 근육통 및 피부발진 등의 부작용을 가지고 있다.

  본래 감기나 천식, 기관지염, 알레르기 등의 치료제로 사용되는 에페드린도 폭발적인 힘이 필요한 격투기, 역도 선수 등이 대표적으로 복용하는 약물이다. 불면증, 고혈압 등 부작용이 심해 국내에서는 처방되지 않는다. 에페드린이 체내에 흡수되면 교감신경을 자극해 심장박동 수를 증가시키고 기관지를 확장한다. 이를 통해 몸에 저장된 에너지 사용이 수월해지고 근육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폭발적인 힘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도 있어 체중조절을 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승자독식의 보상구조가 도핑 유혹을 가져와
  스포츠 선수들이 도핑을 하는 이유는 얼핏 단순해 보인다. 성적이 좋아지면 부와 명예가 자연스레 따라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결코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

  스포츠심리학 전공인 김병준(인하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스포츠 시장에서 만연하게 도핑이 발생하는 원인을 불합리한 스포츠의 보상구조에서 찾았다. 김 교수는 “스포츠에선 승자가 얻어가는 보상이 패자에 비해 불합리하게 크기 때문에 스포츠 선수들은 다른 직업군보다 어떻게 해서라도 이기려는 심리적 욕구가 강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스포츠는 승자에 비해 패자가 얻어가는 것이 지나치게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승자는 대중에게 인정을 받고 우월감이라는 감정적인 요소까지 얻는다”며 “정서적 측면에서도 패자는 애써 노력하고도 안한 것만 못하게 마이너스 상태로 쳐지지만, 승자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효과를 얻어 행복감과 재미가 올라가고 피곤함까지 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김병준 교수는 의도적인 금지약물 복용자가 나타나지 않기 위해선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저 김 교수는 “선수들은 스스로가 패배하더라도 그 속에서 보상을 가져가야한다”며 “패배해도 자신의 플레이에서 잘된 것, 향상된 것 등을 찾으며 보상을 찾고 이기고 지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지도자 역시 결과만 집중하기보다는 선수들에게 도전하는 것 자체와 과정에서의 향상 등을 칭찬해주는 코칭 철학을 가지고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대중들이 금메달을 딴 승자뿐만 아니라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한 선수들까지 기억하고 열광하는 것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앞으로도 대중과 언론이 시합의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에서의 아름다움까지 볼 수 있는 성숙성을 갖춰야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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