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사법 두고 논의만 계속
정부, 신직업 육성계획에 타투 포함
철저한 자격요건과 제도 정비 필요

 
타투는 더 이상 음지의 문화가 아니다. 주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타투는 패션 액세서리이자, 개성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타투를 시술받기 위해선 여전히 골목 깊숙이 자리 잡은 타투샵을 찾아 가야 한다. 국내에서 일반인 타투 시술은 현재 불법이다. 국제 타투대회 우승자를 배출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 타투지만, 국내 타투이스트의 발목에는 아직도 불법이라는 낙인이 새겨져 있다.
▲ 현행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가 금지된다. 타투 시술은 의료행위로 간주된다.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제자리 걷는 타투 합법화 논의
타투 합법화의 논쟁은 ‘타투를 의술로 봐야 하는가 예술로 봐야 하는가’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김춘진 의원은 ‘문신사법’이라 불리는 법안을 발표했다. 김 의원은 국내에서 문신을 하는 사람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문신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주목했다.
 
또한, 현장에서 실행되는 문신 시술이 대부분 비의료인에 의해 이뤄지고 있어 관리와 감독이 어렵다는 실태를 지적하며 문신사 면허, 문신업자 준수사항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미흡한 법규로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문신의 사각지대를 조명한 것이다.
 
문신사법 발의 후 보건복지부는 실효성과 실행방안에 대해 검토했지만, 의료계의 강한 반발로 인해 번번이 무산됐다. 의료계는 피부에 상처를 내는 침습 행위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인이 진행했을 경우 공중보건상 위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문신사법이 17대와 18대 국회에서 모두 무산되자 한국타투협회 측은 일반인 타투 시술 합법화 추진을 위해 ‘타투 합법화를 위한 10만 서명 운동’을 진행하고 관련 법규 제정을 촉구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을 가하고 있다. 
 
타투는 의료 행위인가 
문신사법을 두고 의료계와 타투이스트 측은 각자의 견해차를 좁히지 않은 채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의료계는 문신 관련 법규가 필요하다면 문신사를 의료기사화 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잘 관리되지 못한 문신시술 도구를 이용했을 때 신체적 부작용은 영구히 남을 수 있다”며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제한체계가 필요하기에 의사의 감독 하에 문신 시술을 하도록 문신사를 의료기사화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타투매거진 권기영 편집장은 문신을 의료법으로 관리하는 건 전 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라며 타투 시술에 있어 철저한 위생 관리는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권 편집장은 “타투 머신에 사용되는 바늘에는 구멍이 뚫려있지 않아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혈액 전염의 위험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2015년 4월 국회에서 진행된 ‘문신사법 제정 관련 공청회’에서 김원석(성균관대 피부외과) 교수는 법안 통과 후 철저한 관리체계를 만드는 방법과 문제 발생 시 해결할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연구가 없다고 언급했다.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합법화 진행에 대한 우려였다. 김 교수는 “세계 어디에도 의학적으로 안전한 물감은 없다”며 “문신 직후 치명적 감염에 걸린 경우나 오랜 세월이 지나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성급한 합법화보다 제대로 된 합법화
타투이스트들은 △법을 통한 관계자 신변 보호 △정식 사업자 등록 △불법 인식 개선 등의 이유로 일반인 타투 합법화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타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여전히 타투를 불법 취급한다는 입장이다. 타투이스트 이다 씨는 “타투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간판 하나 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타투 문화가 양지로 올라오기 위해선 관련 법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다 씨는 “현재 일반인이 타투를 시술하면 불법이기에 타투를 받는 고객뿐만 아니라 작업자도 법적으로 보호받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타투이스트 도이는 성급한 합법화보다 타투를 바라보는 인식 개선을 통해 제대로 된 합법화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타투는 명백히 의료 행위가 아니지만, 과거 잘못된 판례들 때문에 인식이 굳어졌다”며 “제대로 된 합법화를 위해선 잘못된 인식의 단추부터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타투를 의료 행위로 보는 조항부터 풀려야 잘못된 타투 인식을 하나씩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처럼 타투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이 퍼져 타투가 하나의 패션 문화로 인식된다면 타투가 의료 행위라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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