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스위퍼를 흡수한 골키퍼, 필드플레이어로 재탄생하다
스위퍼를 흡수한 골키퍼, 필드플레이어로 재탄생하다
  • 이민준 기자
  • 승인 2016.09.16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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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키퍼는 경기장 안에서 유일하게 손을 쓸 수 있는 선수다. 두 손을 자유롭게 쓰는 대신 폭 7.32m, 높이 2.44m의 골대를 공으로부터 온전히 방어해야 한다. 자기 진영의 최후방을 담당하는 골키퍼는 손을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선수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막중하다. “공격수는 89분 동안 부진해도 마지막 1분에 골을 넣으면 찬사를 받지만, 골키퍼는 89분 동안 활약해도 마지막 1분에 실점하면 모든 질타를 받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골키퍼는 큰 부담을 짊어진 포지션이다. 최근 이런 부담을 이겨내고 더욱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골키퍼가 등장하고 있다. 바로 골키퍼와 스위퍼(Sweeper) 역할을 같이 수행하는 ‘스위핑 키퍼’다.

▲ 골킥을 준비하는 임민혁 선수 사진제공 | SPORTS KU

1세대 스위핑 키퍼, 새로운 규칙과 함께 사라지다
  축구사에 족적을 남긴 골키퍼에는 러시아의 레프 야신(Lev Ivanovic Yashin), 호세 레네 이기타(Jose Rene Higuita), 스탠리 멘조(Stanley Menzo) 등이 있다. 야신은 골키퍼 중 유일한 발롱도르(Ballon D'or, 올해의 선수상) 수상자로, 현역 생활 동안 총 150개의 페널티킥을 막아냈다. 이기타는 ‘백힐 세이브’를 성공시킨 것으로 유명하며, 스탠리 멘조는 1980년대를 대표하는 아약스 암스테르담의 No.1 골키퍼였다.

  세 선수의 공통점은 모두 스위핑 키퍼였다는 것이다. 스위퍼(Sweeper)는 본래 최후방을 전문적으로 지키는 중앙 수비수로, 볼을 ‘청소’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하지만 골키퍼임에도 수비라인까지 올라와 최후방을 지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을 스위핑 키퍼라고 부른다. 스위핑 키퍼는 수비시엔 페널티박스 앞까지 뛰쳐나가 상대 공격을 차단하고, 공격시엔 상대 진영을 향해 달리는 공격수들에게 패스를 공급한다. 골키퍼가 필드플레이어의 역할을 해 수비 라인을 올려 점유율을 높일 수 있고, 수비 상황에서도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골대를 비우는 순간 빠른 역습을 허용하는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1992년 FIFA(국제축구연맹)가 수비수의 백패스를 손으로 잡을 수 없다는 규정을 신설한 후 스위핑 키퍼는 자취를 감췄다. 골키퍼의 역할은 골문 수비로 제한됐고, 활동 범위 또한 자연스럽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줄었다.

 

스위핑 키퍼의 부활, 손만 쓰는 시대는 지났다
  2010년대에 들어서 골키퍼의 스위퍼 역할은 다시 주목받게 됐다. 최근 ‘스위핑 키퍼’를 전술적으로 쓰기 시작한 감독은 현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다. 바이에른 뮌헨을 지도할 때 마누엘 노이어(Manuel Neuer)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 노이어는 예전부터 전투적인 수비를 선보였던 골키퍼였으나, 과르디올라 감독과 만나며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그는 종종 중앙선 근처까지도 공을 몰고 올라가 패스를 전개하고, 수비진의 뒤로 상대의 롱패스가 들어오면 빠르게 달려 나가 강한 태클로 걷어내기도 한다. 이후 노이어를 따라 바이엘 레버쿠젠의 베른트 레노(Bernd Leno), FC 바르셀로나의 마크 안드레 테어-슈테겐(Marc Andre ter Stegen) 등 2세대 스위핑 키퍼가 등장했다.

  ‘스위핑 키퍼’ 전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최후방에서 경기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고, 앞에 위치한 수비수들에게 역할과 위치를 지시할 수 있어서다. 또한 스위핑 키퍼는 기본적으로 높은 위치에 자리 잡기 때문에 빌드업의 시작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골키퍼는 더 이상 ‘슈퍼 세이브’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뛰어난 골키퍼의 패러다임은 ‘슈퍼 세이브를 얼마나 많이 하는가?’에서 ‘위기 상황을 얼마나 잘 차단하는가?’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골키퍼는 여전히 필드 안에서 유일하게 손을 쓰는 ‘특별한’ 포지션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제 손만 쓰는 역할에서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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