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스스로 ‘한준희는 대학축구 전속 해설’이라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대학축구와 얽힌 일화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10여 년간 대학축구 중계의 95%를 맡았다는 한준희 해설위원.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대학축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 축구공을 들고 있는 한준희 위원. 축구는 그의 삶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존재다. 사진 | 본인제공

 

- 해양학, 과학철학 등을 전공했는데, 축구해설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미국에 있을 때 ‘싸줄’로 유명한 싸커라인(Soccerline, 축구 커뮤니티) 운영자에게 연락이 왔어요. 글을 써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해외축구를 다루는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필진활동을 시작했죠. 글을 쓰면서 방송사 눈에 띄게 됐어요. 그래서 2003년 MBC 지상파에서 해설위원 데뷔를 한 이후 2005년 중반부터는 KBS에 몸담게 됐습니다.“

 

- 대학축구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대학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프로축구보다 대학축구가 더 재밌어요. 프로축구에서는 순위와 성적에 지나치게 집착하다보니 시간을 지연시키거나 주심의 눈을 속이는 플레이들도 간간이 볼 수 있죠. 그래서 프로축구연맹도 이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신경을 기울이는 거고요. 그런데 대학축구는 그런 것들이 없어요. ‘순수함’이 살아 있는 건데, 아직 프로에 진출하지 않아서인지 치열함과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축구를 보여줘요.

  사실 KBS에 정말 감사합니다. KBS는 공영방송인 만큼 많은 대회를 중계하고 있어요. KBS에 처음 몸 담았을 당시 이용수(現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 해설위원께서 A대표팀 경기 등 큰 경기를 중계하고, 저는 대학축구 해설을 도맡았죠. 아마 대학축구 경기의 95% 정도는 제가 진행했을 거예요. 그게 10여 년간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성장도 지켜보고 새로운 선수들의 등장도 볼 수 있고, 그런 보람이 있습니다.”

 

- 최근 대학 스포츠가 위축되고 있다. 대학 축구팀은 여전히 필요한가
  “스페인의 예를 들어볼게요. 스페인은 1부에 20팀, 2부에 22팀, 3부엔 80팀이 있어요. 그럼 4부엔 몇 개의 팀이 있을까요? 360팀입니다. 이 360팀이 18개 권역으로 나뉘어 시즌을 치릅니다. ‘풀뿌리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이죠. 축구 종주국이라는 영국엔 유명한 선수가 있습니다. 저번 시즌 레스터 시티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제이미 바디도 8부 리그에서 시작한 선수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처럼 리그 시스템이 세분화 돼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2의 박지성 선수나 손흥민 선수를 꿈꾸는 유소년들은 많이 늘어났어요. 대학팀의 필요성은 여기서 드러납니다. 프로팀과 리그에서 유소년을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면, 대학팀들이 그들을 수용하고, 육성할 수 있는 것이죠. 또한 대학은 축구를 꿈꾸던 유소년 선수들이 부상과 같은 이유로 선수를 그만둘 때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축구 외의 삶에 대해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죠.”

 

- 고연전이 대학스포츠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프로축구의 예를 들자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있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는 ‘엘 클라시코’라는 더비로 유명하죠. 여기에 최근 3년 사이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경쟁구도로 뛰어들었어요. 게다가 세 팀은 자국 리그와 컵 대회, 챔피언스리그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죠. 프리메라리가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마지막까지 우승팀을 쉽게 예측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정리하자면, 고연전과 같은 라이벌 관계는 서로의 수준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고, 제3의 세력 발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두 라이벌에게는 질투의 시선이 쏟아지겠지만, 대학 축구의 전체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할 겁니다.”

 

- 고려대에서 올해 주목할 선수가 있다면?
  “장성재(사범대 체교14, MF) 선수와 고병일(사범대 체교16, MF) 선수입니다. 장성재 선수는 자신이 달고 있는 10번을 잘 소화하고 있어요. 파워풀한 플레이를 바탕으로 고려대를 이끌고 있습니다. 고병일 선수는 올해 새로 입학한 선순데, ‘포텐’이 있어요. 잠재성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고려대 재학 중에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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