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대학 선수 시절 한을 푼 경기였어요.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소름이 돋네요.” 날카로운 눈매로 말을 이어간 대명 킬러웨일즈 아이스하키팀의 송치영(체육교육학과 00학번) 감독은 미소를 띠며 닭살 돋은 왼팔을 쓸어내렸다. 그의 눈은 2014년 정기전에서 본교 아이스하키부가 17년 만에 승리한 그 순간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 고려대 아이스하키부 코치 출신 대명킬러웨일즈 송치영 감독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본교 선수 시절 송 감독의 아이스하키 정기전 전적은 2무 2패.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고연전이기에 ‘1승’을 하지 못한 것이 그에게 한으로 남았다. 하지만 10년 만에 코치로 돌아온 그는 묵은 한을 풀게 됐다. 송치영 감독은 2014년 6월부터 본교 아이스하키부 코치를 맡으며, 그해 정기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김희우(체육교육학과 85학번) 감독 부름 아래 이승준 코치와 후배 선수들을 가족처럼 다독였다. 특히 선수들에게 기초 체력과 마인드컨트롤 훈련을 강조했다. “아이스하키도 결국 팀 스포츠에요. 견고한 팀워크를 위해선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강하게 만들어야 해요.”

  송치영 감독에게 코치직을 제안했던 김희우 감독은 그에게 있어 아이스하키 인생의 은인이다. 송 감독은 제대로 된 아이스하키를 배우고자 초등학교 3학년 때 캐나다에 이민을 했다. 몇 년간의 선수생활 후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아이스하키로 유명한 캐나다 대학 대신 본교를 선택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지만, 대학 졸업 후 국적 문제로 국내 실업팀 진출에 차질이 생기면서 선수로서의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때, 창단을 앞둔 아이스하키 실업팀 강원랜드(現 하이원 전신)의 김희우 초대감독은 그를 다시 선수의 삶으로 이끌었다. “제 아이스하키 삶의 중요한 변곡점엔 김희우 감독님이 계셨어요. 제 한국 아이스하키 인생에 있어 구세주입니다.”

  이후 송 감독은 하이원 소속 선수를 시작으로 아이스하키계의 팔방미인으로 거듭났다. 하이원 아이스하키팀 코치,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단 매니저 겸 스카우트, 그리고 본교 아이스하키팀 코치까지. 송 감독은 아이스하키 전 영역을 넘나들며 선수, 지도자, 팀 운영가로서 경험을 차곡차곡 쌓았다. 다양한 이력 덕분에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위원으로 아이스하키 발표자로 나서기도 했다. “제 아이스하키 인생에서 이렇게 다양한 경험을 할 줄 몰랐을 정도로 저는 운이 좋았어요”

  그는 아이스하키계에서 화려한 이력을 지녔지만, 비인기 종목이란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다. 동계 스포츠에서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의 개막과 폐막을 장식할 정도로 핵심적인 종목이다. 그만큼 해외에선 아이스하키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지만 국내에선 최근에야 아이스하키 클럽과 마니아층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그가 선수였던 시절엔 아이스하키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던 사람들이 많았다. “선수 시절 ‘저는 아이스하키 선수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기를 망설였을 때 서러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이스하키 링크를 찾아 응원하는 모습에 감사합니다.”

  그래서일까. 신생팀 감독으로서 송 감독의 포부가 남다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었던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의 거칠고 치열한 플레이를 더하려 한다. ‘서른 다섯 살’이란 젊은 나이와 ‘초대감독’이란 이유로 올해 대명 킬러웨일즈 성적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본교 코치로서 ‘팀워크’의 중요성을 경험한 그다. “주변 평가에 제가 쉽게 휘둘릴 사람이 아네요. 현재 저희 회사와 코치진 그리고 선수들이 최상의 팀 분위기를 만들고 있어요. 앞으로 저흰 올라갈 일만 남았습니다.”

  송치영 감독은 아직 아이스하키 경험이 없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저도 최선을 다해 ‘2016~17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에 임할 테니, 여러분도 직접 링크를 찾아 단 한 번이라도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해주세요. 장담컨대 아이스하키 매력에 푹 빠지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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