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려대 축구부에 침체기의 그늘이 드리워졌다. 팀의 주축이던 이민규(체육교육과 12학번), 허용준(체육교육과 12학번), 김건희(체육교육과 14학번), 명준재(체육교육과 13학번)는 프로팀으로 떠났다. 날카롭던 창끝은 무뎌졌다. 7월 열린 서울시장기와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선 조기 탈락했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대학 U리그에서 고려대는 여전히 강력함을 과시하고 있다. 주장을 맡은 채정관(사범대 체교13, FW) 선수와 새롭게 7번을 단 안은산(사범대 체교15, FW) 선수, 승부사 정택훈(사범대 체교14, FW) 선수 등이 매서운 발끝을 보여주고 있다.

 

▲ 사진 | 고대신문 DB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고려대는 U리그 5권역에서 10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승점 32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2일 국제사이버대를 상대로 가진 하반기 첫 경기에서는 5-2로 대승을 거뒀다. 서울시장기와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추계연맹전)에서 탈락한 충격을 어느 정도 씻어낸 모습이다. 한편, 우수한 개인기량과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는 연세대는 9승 3무 1패, 승점 30점으로 U리그 4권역 1위를 달리고 있다. 오는 24일 양교 축구부는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작년 정기 고연전 무승부 이후 처음으로 격돌한다.

 

연세대의 개인기량 vs 고려대의 빌드업
  연세대가 매서운 득점 본능을 뽐낸다면, 고려대는 단단한 조직력에 세밀한 빌드업이라는 무기를 추가했다. 고려대는 이번 시즌 장성재(사범대 체교14, MF) 선수와 이상민(사범대 체교14, MF) 선수를 중심으로 중원을 꾸렸다.

  장성재 선수가 전진하며 공격진영의 침투와 조율을 맡고, 이상민 선수는 중원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수비진 보호, 볼 배급을 맡았다. 두 선수의 역할분담이 조화를 이루며 고려대만의 단단한 조직력을 유지해왔다. 뿐만 아니라 ‘킥앤러쉬’로 대표되던 고려대의 팀컬러에 섬세한 패스를 더하며 조직력을 바탕으로 높은 점유율까지 선보이기도 했다. 청주대 조민국 감독은 “이상민은 현재 대학축구에서 최고의 미드필더”라며 “이상민과 장성재가 중원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주느냐에 따라 경기 승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재 선수는 시즌 초반 명준재, 김건희, 허용준 ‘공격 3인방’의 공백을 메우며 최전방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공격수들의 득점이 터지지 않는 상황이 온다면, 장성재의 발끝을 기대해볼만 하다.

  연세대는 유정완(연세대 스포츠레저15, FW) 선수와 이근호(연세대 체교15, FW) 선수, 한승규(연세대 스포츠레저15, MF) 선수가 U리그 4권역 득점 순위 상위 5명에 이름을 올리며 물오른 결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41득점 중 세 선수가 넣은 골만 21골로, 이는 권역 2위인 단국대의 전체 득점보다 5골이나 많다. 이근호 선수는 전반기 U리그 마지막 두 경기에서 6골 2도움을 올리며 폭발적인 득점력을 보여줬고, 유정완 선수는 8월 28일 게이오대와 가진 친선경기에서 멀티골을 기록했다.

  한편, 작년 정기 고연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전주현(연세대 체교15, MF) 선수도 양질의 패스 공급과 필요할 때 득점해주는 마무리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고려대 서동원 감독은 “유정완, 두현석(연세대 스포츠레저14, FW)이 이끄는 측면 침투와 전주현, 한승규가 이끄는 중원의 창조성은 위험한 요소”라며 “연세대 선수들이 볼을 소유할 수 없도록 강하게 압박하면서 우리의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역습에 유의하라
  전반기 고려대 경기에서 나타난 패턴 중 하나는 역습에 이어지는 실점이다. 이경수 숭실대 감독은 “걸출한 공격자원이 프로로 진출하며 경기 초반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후반으로 가며 조급해지는 모습을 보이다 역습에 실점하는 장면이 많다”고 말했다. ‘맞불’을 놓는 공격적인 축구보다 ‘뒷문을 걸어 잠그는’ 수비 축구가 보여주는 ‘한 방’에 약하다는 것이다. 또한 교체 선수들과 선발 선수들의 팀워크가 삐걱거리며 실점하는 모습도 보였다. 7월 15일 추계연맹전 홍익대와의 경기에서 고려대는 5분 장성재 선수의 득점과 45분 정택훈 선수의 득점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88분과 92분에 연달아 실점하며 승리를 놓쳤다. 고려대는 역습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볼을 뺏긴 뒤 상대팀의 재역습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88분에는 역습이 차단당한 뒤 홍익대의 측면 크로스에 이은 헤더로 실점했고, 92분에는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잡지 못한 채 코너킥 상황에서 실점했다.

  7월 22일 열렸던 동국대와 경기에서도 역습에 당했다. 공을 소유하며 점유율을 높여가던 고려대를 상대로 동국대가 롱패스를 넣으며 빠른 역습을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 선제골을 뺏긴 고려대는 수비라인을 높여 강하게 압박했으나, 수비라인을 내린 채 역습을 노린 동국대는 2골을 추가로 기록했다. 임민혁(사범대 체교14, GK) 선수는 전반전에만 1:1 실점위기를 네 차례나 막았으나, 결국 3골을 실점했다. 서동원 감독은 “공격에 가담하는 비중과 상대 진영에서의 점유율을 높였고, 그 결과 공을 뺏겼을 때 역습을 당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다양한 상황에 대한 여러 조합을 시험해보기 위해 수비 조합에 변동을 주며 시즌을 운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러 조합을 테스트한 수비진이 제 몫을 해준다면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강력한 제공권 살려야
  양교 베스트11의 평균 신장은 고려대(181.7cm)가 연세대(178.4cm)보다 조금 더 크다. 이다원(사범대 체교15, DF) 선수는 194cm로 수비 시 상대의 크로스 차단과 제공권 장악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큰 키에도 준수한 스피드와 뛰어난 볼키핑 능력을 갖고 있어 공격 상황에도 위협적인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다원 선수는 FA컵 2라운드 청주FC전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센터백 파트너로 출전이 예상되는 임승겸(사범대 체교14, DF) 선수도 185cm로 체격조건이 우수하다.

  하지만 연세대 센터백의 ‘빅앤스몰’ 조합도 만만치 않다. 김성중(연세대 스포츠레저13, DF) 선수는 188cm으로 연세대 라인업에서 가장 크고, 뛰어난 수비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준기(연세대 스포츠레저13, DF) 선수는 180cm/75kg로 센터백치고는 작지만, 뛰어난 점프력과 우수한 빌드업 능력을 갖고 있다.

  이경수 숭실대 감독이 짚은 정기 고연전의 관전 포인트는 바로 세트피스다. 조민국 감독은 세트피스는 경기 당일의 ‘운’이라고 말했지만, 팽팽한 경기에서 흐름을 가져올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손꼽힌다. 연세대에도 키가 큰 선수들이 많지만, 평균 신장에서 우위를 점한 고려대의 세트피스는 기대할 수밖에 없는 요소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의 ‘머리’를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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