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려대 럭비부는 ‘One for all, All for one’ 정신으로 하나의 라인업을 구축했다. 주축이 됐던 선수들이 대거 졸업했지만, 그에 못지않은 괴력을 자랑하는 새내기 선수들이 들어왔다. 올해 국가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된 신다현(사범대 체교16, Lock) 선수와 최근 20세 이하 대표팀에 차출됐던 강민준(사범대 체교16, W.T.B) 선수, 손민기(사범대  체교16, C.T.B) 선수 등 1학년들의 패기가 기대된다. 그렇지만 올해 승률을 비교해보면 고려대는 55%, 연세대는 65%로 연세대의 전력에 비해 조금 열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 정기전에서 21대 24로 패했던 고려대가 이번 정기전에서 설욕할 수 있을까.

 

▲ 사진 | 고대신문 DB

 

서로의 전력을 확인했던 맞대결
  올해 고려대와 연세대는 2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지난 3월 열린 2016 전국춘계럭비리그전에선 연세대와 첫 상대로 만나 19대 18로 가까스로 승리했다. 고려대는 전반전의 기세를 몰아 공격적으로 나왔으나, 연세대는 침착하게 대응하며 전진 킥과 라인아웃을 활용한 전방 압박을 가했다. 턱 밑까지 연세대가 쫓아온 상황에서 고려대 선수 2명이 퇴장 당하며 불리한 상황이 계속됐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상태로 페널티킥을 얻어내 극적인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6월 열린 ‘서울시장기 대회’에선 14대 28로 패배했다. 고려대는 초반부터 주도권을 뺏기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전에서 2번의 트라이를 연달아 성공했지만, 발 빠른 류현준(연세대 스포츠레저14, C.T.B) 선수의 트라이로 리드를 내줬다. 후반 위기상황에선 김진혁(사범대 체교14, C.T.B) 선수가 부상으로 교체되는 등 악재가 겹쳤다. 고려대는 몸을 사리지 않고 추격에 나섰지만 이미 벌어진 점수 차는 좁히지 못했다. 현대글로비스 정삼영 럭비 감독은 “양교가 비록 1승 1패에 그쳤지만, 두 차례의 맞대결로 서로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실력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세부적으로 팀원 간 조직력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력과 파워로 돌파하라
  최근 몇 년간의 고연전 경기는 ‘조직력’과 ‘수비력’의 대결이었다. 전문가들은 고려대의 강점으로 안정적인 조직력과 단단한 파워를 꼽았다. 경기 상황을 한 번에 파악해 백스와 포워드의 중심을 잡아주는데 최적이라고 평가받는 주장 정부현(사범대 체교13, S.O) 선수의 성장으로 고려대는 더욱 파워풀한 수비력을 갖추게 됐다. 이진규(사범대 체교13, C.T.B) 선수의 빠른 스피드와 김진혁 선수의 연계플레이에 주장 정부현의 노련한 경기 운영능력까지 더해진 고려대의 수비력은 부드러움과 순발력이 더해졌다.

  지난 7월 열린 ‘2016 전국 7인제 럭비대회’에서 고려대는 상무(국군체육부대)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이진규 선수의 패스로 강민준 선수가 첫 트라이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비록 연이은 상무의 득점으로 패하긴 했지만 소득은 있었다. KEPCO 정형석 감독은 “상무의 높은 벽을 상대로 첫 트라이를 성공한 점과 주눅 들지 않고 계속해서 돌파를 시도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며 “흔들리지 않는 조직력이 큰 몫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연세대는 실업팀과의 경기에서 계속된 실점으로 자신감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길 것이란 가능성을 믿고 임하는 고려대와는 조금 상반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세대는 장용흥(연세대 체교13, Wing) 선수를 중심으로 한 백스진의 노련한 스크럼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장용흥 선수는 작년과 올해 고려대의 스크럼을 여러 번 무너뜨렸다. 올해 정기전이 마지막인 장정민(연세대 스포츠레저13, Wing) 선수와 장용흥 선수의 합작 트라이도 연세대의 강력한 무기다. 정형석 감독은 “장용흥을 주축으로 한 백스플레이가 연세대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의 완성도에 따라 갈릴 승패
  고려대는 올해 경기 수가 적어 실전에 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형석 감독은 “고려대가 상대를 놓고 공부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아 완성도를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고려대의 경기 수는 5회, 연세대의 경기 수는 8회다. 연세대는 하계방학 때 일본에서 전지훈련을 하며 실전 감각을 키웠지만, 고려대는 시합 대신 자체훈련을 진행했다. 고려대 럭비부 김성남 감독은 “상대적으로 적은 경기 탓에 실전감각을 키우지 못했다”며 “모든 훈련은 실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이전까지 정면으로 부딪히는 백스 플레이를 선호하지 않았지만, 춘계리그전에서 고려대에 패한 이후 몸싸움 훈련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올 여름엔 일본에서 고강도 체력훈련을 받았다. 한편, 전지훈련을 다녀오지 못한 고려대에 대해 KEPCO 정형석 감독은 “자체훈련을 포함해 여름방학 때 10일간 POSCO와 함께한 훈련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을 것”이라며 “완성도가 90점 가까이만 돼도 고려대가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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