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고려대 야구부의 시작은 순조롭지 않았다. 감독은 직무정지 상태이고, 해외 전지훈련도 취소됐다. 졸업한 12학번 선수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팀 조직력을 갖추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려대는 상반기 전국대학 춘계리그전에서 A조 조별리그 최하위,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야구선수권대회)에서 1차전 콜드게임 패를 기록하며 고전했다.

  반면, 연세대는 야구선수권대회 4강 진출, 전국대학 하계리그전(하계리그전) 준우승의 성적을 거두며 어느 때보다 드높은 사기를 자랑한다. 전반적인 전력에서 고려대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고려대도 대회를 거듭하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하계리그전 3위,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8강을 기록하며 안정을 되찾고 있다.

 

▲ 사진 | 고대신문 DB

 

선발투수가 이닝이터 역할을 해줘야
  지난 4년간 고려대 마운드를 책임졌던 김주한(체육교육학과 12학번) 선수의 공백을 채울 투수는 이지원(사범대 체교13, 투수) 선수와 임양섭(사범대 체교14, 투수) 선수다. 이지원 선수는 140km/h 후반의 강속구로, 임양섭 선수는 뛰어난 제구력으로 연세대의 타선을 흔들 전망이다. 다만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3.89인 이지원 선수는 제구력이, 4.06의 임양섭 선수는 130km/h 초반대의 다소 느린 구속이 약점이다. 특히 이지원 선수가 고연전 당일 제구를 잡아 얼마만큼 많은 이닝을 끌어주느냐가 관건이다.

  또 하나의 변수는 고려대의 마무리 투수 역할을 수행해온 이승헌(사범대 체교14, 투수) 선수의 부재다. 최고 149km/h의 속구를 던지며 하계리그를 3위로 이끈 이승헌 선수가 부상으로 고연전 출전이 어려워지면서 투수진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연세대의 마운드는 성재헌(연세대 스포츠레저16, 투수) 선수와 김동우(연세대 체교14, 투수) 선수가 분담해 운영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각 평균자책점 3.92와 3.05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올해 선발등판이 예상되는 성재헌 선수는 초반 제구에 어려움을 겪으며, 작년 정기전 선발 투수였던 김동우 선수는 정기전만 되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김호근 고려대 감독대행은 “공격에서 두 투수의 변화구를 얼마만큼 공략하느냐가 승부처”라고 말했다.

 

빨리 출루해 초반 승기를 잡아라
  작년 고려대 야구가 도루 중심의 뛰는 야구였다면 올해는 번트를 이용해 쌓아가는 야구다. 테이블세터진인 1번 타자 김병석(사범대 체교13, 유격수) 선수와 2번 타자 김하민(사범대 체교14, 2루수) 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 시즌 타율 0.309, 출루율 0.457을 기록한 김병석 선수는 시즌을 거치면서 1번 타자 역할에 맞게 출루율을 끌어올렸고, 김하민 선수도 타율 0.280, 출루율 0.419를 기록 중이다.

  테이블세터진이 빠른 발로 득점의 발판을 마련하면, 3번 타자 천재환(사범대 체교13, 3루수) 선수와 16경기에서 3홈런 17안타를 치고 있는 4번 타자 송상민(사범대 체교13, 1루수) 선수가 적시타를 날려줘야 한다. 천재환 선수는 올해 타율 0.259, 장타율 0.352를 기록해 중심타선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성적을 내고 있다. 타율 0.279, 장타율 0.443을 기록한 송상민 선수는 타격 감각이 기복을 보이지만 펀치력이 좋아 찬스 상황에서 한방을 기대해볼 수 있다. 폭발적인 타선으로 초반에 리드를 선점한다면 승기를 잡을 확률이 높다. 김호근 감독대행은 “투수력은 연대가 우세하지만 우리는 타선의 무게감과 장타력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며 “이번 고연전은 타격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힘 있는 타자와 빠른 타자로 구성된 짜임새 있는 타선을 자랑하고 있다. 팀 타율(0.267)도 고려대(0.251)에 앞선다. 연세대는 우수한 작전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도루나 히트앤드런, 런앤히트 등 작전 야구를 적극적으로 전개한다. 서남대 정기태 감독은 “연세대의 빠른 주자들을 묶어놓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려대가 연세대 타선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투수 견제와 송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중심 타자인 조석환(연세대 스포츠레저13, 좌익수) 선수 외에도 정진수(연세대 체교16, 1루수) 선수와 김주한(연세대 체교16, 3루수) 선수 등 연세대 타선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1학년 선수들의 타격을 눈여겨봐야 한다. 특히 정진수 선수는 1학년이지만 타율 0.304를 기록하며 4번 타자로 출전할 때도 있을 만큼 선구안이 좋고 타격이 훌륭하다. 다만 1학년 선수들이 처음 경험하는 큰 무대인 정기전에서 얼마큼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결과로 직결되는 실책 줄여야
  실책은 경기의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다. 작년 고연전에선 5회 말 송구실책으로 연세대에 2점을 내주며 위기 상황에 봉착하기도 했다.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야수들이 탄탄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투수를 뒷받침해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올해 고려대의 수비는 불안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내야진과 포수 수비의 약점으로 클러치 상황에서 실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춘계리그전 A조 4차전에서 치른 비정기 고연전에서도 연세대가 득점하며 점수 차를 벌리자 내야진의 송구실책과 포수의 악송구로 추가 점수를 내줬다. 

  반면 연세대는 수비의 핵인 키스톤 콤비를 비롯해 야수들의 탄탄한 수비력이 강점이다. 연세대의 주전 유격수 김창용(연세대 체교15, 유격수) 선수와 강명준(연세대 스포츠레저14, 2루수) 선수는 올해 모든 경기에서 단 하나의 실책만을 기록했다. 특히 김창용 선수는 타구 판단과 포구, 송구 모두 안정적이라는 평이다. 동강대 김동훈 코치는 “실책은 점수뿐 아니라 분위기도 내주기 쉽다”며 “연세대의 빠른 선수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수비 집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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