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2일 양산단층서 지진 발생
지진계측 이래최대 규모
지진학계, "활성단층 연구 시급"
 

[국민안전처] 09. 12 19:44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8Km 지역 규모 5.8 지진발생. 여진 등 안전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 일러스트 | 주재민 전문기자
9월 12일, 경주에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진계측을 시작한 1970년대 이래로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지진이었다. 난생 처음 거대한 지진과 마주친 경주시민들은 공포에 휩싸였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는 양산단층이 위치한 지역이다. 1990년부터 활성단층인지 논란이 있었던 양산단층에서의 지진이 발생하며 지진학계는 앞으로의 대비책을 고심하는 중이다. 김영석(부경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지난 9월 12, 19일을 계기로 지진 대비 예산을 증액하고 활성단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예측하기 힘든 지진
지진은 기존의 약한 지층 부분에 응력이 집중돼 발생하는 현상으로, 단층과 함께 나타난다. 진원에서의 어긋남은 인접 지역의 변형력을 증대시켜 더욱 넓은 지역에 암석이 쪼개지는 단층현상을 전파하고, 탄성에너지를 파동에너지로 바꿔 지진파를 발생시킨다. 하지만 이처럼 지진의 원리가 잘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지진이 언제 발생할지 예측하긴 쉽지 않다.
 
지진이 3만 5000년 이내 1회, 또는 50만 년 이내 2회 활동한 적이 있는 단층을 ‘활성단층’으로 정의한다. 화산 폭발 같은 자연재해를 제외하고 90% 이상의 지진은 활성단층에서 발생한다. 때문에 단층 내부를 조사해 단층의 활성 여부와 지진주기를 모두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영배(사범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재현주기를 파악하면 지진에 대비할 수 있다”며 “2015년 4월 25일에 발생한 네팔지진도 제헌주기를 통해 예측했다”고 말했다.활성단층 연구가 필요한 다른 이유는 지표파열 때문이다. 지표파열은 지표가 찢어지는 현상인데,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지표파열에 대한 내진설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성 교수는 “지진에 의해 건물이 흔들리는 것과 달리 건물이 있는 지표가 찢어지는 상황은 내진설계로 막기 힘들다”며 “활성단층을 예측해 건물 짓는 것을 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양산단층의 횡변위단층운동
경주 지진의 원인으로 규명되는 양산단층은 경북 영덕군에서 경남 양산시를 지나 부산광역시를 잇는 단층이다. 양산단층대 지역은 같은 지역에서 동쪽과 서쪽의 고도가 다른 비대칭적인 지질분포 특성을 보이는데, 단층곡을 중심으로 서측은 고지대와 급사면을 이루고 동측은 저지대와 완사면을 이루는 서고동저의 고도 분포를 이룬다. 성영배 교수는 “양산단층을 경계로 동서 간의 지질분포가 어긋나 있어 양산단층의 횡변위단층(주향이동단층, 단층의 상반과 하반이 단층면의 경사와는 관계없이 단층면을 따라 수평으로 이동된 단층)운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 변위만으로 활성단층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고, 단층 내부에 있는 구성성분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단층의 활동성에 대한 지질학자들의 오래된 논쟁은 9월 12일 강도 5.8의 지진을 통해 증명된 분위기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분석팀 오태석 연구원은 “조기 경보시스템 분석결과, 지진의 진원특성이 양산단층과 평행한 방향의 단층운동에서 발생한 주향이동단층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최성자 박사는 22일 서울대에서 발표한 ‘국내 활성단층 현황과 분석’에서 “양산과 울산단층만 활성단층으로 규명됐을 뿐, 전국 단층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며 “활성단층에 대한 연구를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활성단층 연구의 핵심 원격탐사
활성단층 연구엔 원격탐사 인공위성, 트렌치 조사 등이 이용된다. 원격탐사는 항공기 또는 인공위성 등을 이용해 지상의 대상물에서 반사되는 이미지나 전자파를 수집하고, 이 자료를 이용해 대상물의 현상에 관한 정보를 얻는 기술이다. 원격탐사를 지표지질조사나 각종 탐사의 수행 이전에 실시해 단층, 절리, 암맥 등에 의한 선형구조(lineaments)의 광역적인 분포와 주요한 지층의 경계선 등을 인지할 수 있다.
최근에는 InSAR(Interferometric Synthetic Aperture Rada)와 LiDAR(Light Detection and Ranging) 기법이 새롭게 개발돼 지진과 활성단층 연구 등에 사용되고 있다. InSAR기법은 SAR 센서로부터 얻어지는 파장의 형태를 분석하고, 간섭현상(두 개 이상의 파동이 한 점에서 만날 때 중첩되어 진폭이 합해지거나 상쇄되는 현상)을 이용해DEM(Digital Elevation Model)을 추출하는 기법이다. 레이더를 이용해 기후, 밤과 낮의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를 취득할 수 있다.
 
특히, InSAR는 모든 조건이 완벽할 경우 위성에서는 5-10 m, 항공기에서는 20-30cm 정도의 높은 정확도의 자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얻어진 정확한 해상도는 시계열분석(통계치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정한 간격마다 기록하는 분석)을 통해 지진발생 전후의 지표변형의 특성을 연구하는 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김영석 교수는 “활성단층에 의해 만들어진 특징적인 변위 지형의 존재를 항공과 위성사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이는 활성단층의 규명에 대한 중요한 열쇠”라고 말했다.
 
지층 내부를 파악하는 트렌치 기술
인공위성 촬영으로 활성단층이라고 의심되는 지형을 찾으면, 이후엔 트렌치조사가 필요하다. 트렌치(trench)란 시굴할 부분의 일정한 구획에 도랑을 파 토층을 확인하는 작업으로, 활성단층의 연구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단층을 가로지르는 트렌치의 위치는 고지진의 변위와 재발주기에 초점을 맞춰 설정해야 한다. 특히, 많은 지진에 의해 형성된 변위와 상위를 피복하는 제4기 지층들의 절단관계 등이 잘 관찰될 수 있는 위치를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절한 트렌치의 위치를 선정한 후엔 트렌치 굴착방향을 선정하는데, 일반적으로 경사이동단층인지 주향이동단층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경사이동단층은, 단층의 주향방향에 수직으로 트렌치를 굴착해야 단층의 운동특성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반면, 주향이동단층의 경우 단층의 주향에 평행하게 굴착하는 것이 단층의 발달특성을 이해하는데 용이하다. 트렌치를 굴착할 때의 형태는 트렌치 위치의 암석 및 제4기층의 물성, 트렌치 위치의 지형, 굴착 깊이, 굴착했을 경우 트렌치 벽의 안정성, 사진의 촬영 여부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한다.
성 교수는 “국민안전처에서 예산 16억 원을 확보했고, 25년 동안 5년을 주기로 양산단층과 울산단층부터 우리나라 전국의 활성단층을 조사할 계획”이라며 “활성단층 연구의 시도 자체는 좋은 취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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