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는 이가 발걸음을 재촉하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 한쪽 벽면 가득히 그래피티가 그려져 있다. 친숙하게 웃고 있는 백범 김구 선생,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윤봉길 의사, 지나는 이를 지긋이 바라보는 안중근 의사까지. 녹사평역의 그래피티는 거리에서 마주쳤던 그림들과 사뭇 다르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지하철역에 독립운동가를 그려 넣은 그래피티 아티스트 레오다브를 만났다.
 
▲ 사진 | 본인제공
- 그래피티를 어떻게 접하게 됐나
“1998년도에 대학을 다니며 힙합 동아리 활동을 했어요. 그때 그래피티를 접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동아리방을 꾸미는 정도로 시작했는데 점점 그래피티에 매료됐어요. 그래피티라고 하면 흔히들 스프레이로 그리는 낙서를 떠올리는데 사실 방법은 굉장히 다양해요. 종이로 테두리를 만들고 모양에 맞춰 뿌리는 스텐실 작업도 있고, 한 조각씩 픽셀들을 붙여서 만든 것도 그래피티가 될 수 있죠. 꼭 몰래 그린 낙서만이 그래피티는 아니에요.”
 
- 녹사평역에 작품을 그리게 된 계기는
“작년에 외국인 두 명이 몰래 지하철에 그래피티를 하고 도주한 사건이 있었어요. 당시 저는 이 사건으로 인해 그래피티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철도공사 측에서 ‘지금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그래피티의 멋을 시민들에게 보여주자’고 제안했습니다. 저희는 흔쾌히 수락했고요. 마침 작년이 광복 70주년이었잖아요. 그렇게 해서 저희는 광복 70주년을 기념하고, 그래피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하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녹사평역 한가운데 그리게 됐어요.”
 
- 작품에는 어떤 기법이 사용됐나
“독립운동가 시리즈는 스텐실 기법을, 나머지는 스프레이를 사용했습니다. 작품에 함께 사용된 얼룩무늬는 ‘시티 컬러 카모 크루’라는 저만의 스타일이에요. 앞글자만 따서 C4라고도 불러요. C4는 자신만의 색을 가진 사람들이 카모플라쥬 무늬처럼 함께 어울려 살아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그리고 각 작품마다 노란 리본을 그렸습니다. 작품을 그릴 당시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500일 정도 지났을 때였거든요. 독립운동가들이 살아계셨다면 아마 노란 리본을 달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그려 넣었습니다.”
 
-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앞서 작업했던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다른 장소에서도 꾸준히 그리는 게 목표예요. 그래피티 문화를 사람들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거든요. 그리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직업체험 형식으로 학생들에게 그래피티를 계속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피티를 배운 학생들 모두가 그래피티 작가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피티를 통해 다양한 예술 감각을 확장시킬 수는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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