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04 16:41 (수)
차세대 대형투수 왜 등장하지 못하는가
차세대 대형투수 왜 등장하지 못하는가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6.10.0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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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프로야구의 대형투수 김광현 선수 사진제공 | SK와이번스

최동원과 선동열, 이상훈과 정민철, 박찬호와 김병현 등 세대별로 우리나라엔 야구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었던 대형투수가 끊이지 않았다. 현재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류현진(LA다저스),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포함해 KBO 김광현(SK와이번스) 등의 대형투수가 있다. 하지만 이들을 이을 젊은 차세대 대형투수가 보이지 않는 것이 현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야구의 매력인 치열한 투수전을 즐기기 어려워진 것이다. 왜 한국야구에서 차세대 대형투수는 등장하지 않는 것일까.

현저히 부족한 인프라
야구 팬들 사이에서 대형투수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사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류현진과 김광현 등 기대를 모으는 대형투수가 많이 등장한 것에 반해 오히려 대형타자가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야구계 전문가들은 현재 차세대 대형투수 부족현상을 우연적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기본적인 한국야구의 인프라 문제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야구 대표팀이 우승했을 당시 이승엽 선수는 “고교 팀이 60개인 나라에서 금메달을 딴 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야구는 선수들의 수준과 실력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라이벌이라 불리는 일본 야구와 인프라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고교야구팀은 70여 개인데 일본에는 우리나라의 60배 정도인 4200여 개의 고교야구팀이 있다. 중앙일보 김원 기자는 “백 명 안에서 좋은 선수를 찾는 것보다 천 명, 만 명 안에서 좋은 선수를 찾는 것이 확률적으로도 더 가능성이 있다”며 인프라 확대를 강조했다.

대한야구협회 한 관계자는 “동네에 야구장이 얼마나 있는지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팀이 야구경기를 할 경기장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리도 많은 야구팀을 만드는 등 인프라를 확대하고 싶지만, 정부 정책상 어려운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인프라를 확대해 많은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 대형선수를 만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인프라 문제로만 대형투수의 부족 현상을 설명하긴 어렵다. 지금보다 인프라가 좋지 않았던 시절에도 대형투수는 나왔기 때문이다.

부상과 혹사로 망가진 유망주
투수는 다른 포지션에 비해 부상 위험이 높은 편이다. 도구를 이용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손으로만 공을 계속해서 던지기 때문이다. 본교 김광우 투수코치는 “부상 위험은 투수가 가장 크다”며 “어깨와 팔꿈치는 손상 가능성이 높은 관절인데 투수는 야수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연속해서 이 근육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투수가 충분한 휴식 없이 자주 등판하거나 한 경기에 지나치게 많은 공을 던지는 등 ‘혹사’를 당하면 성장에 큰 장애물이 된다.

대표적인 선수가 기아 타이거즈의 한기주다. 한기주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 51이닝 동안 무자책점을 기록하고 팀을 여러 대회에서 우승으로 이끄는 등 놀라운 활약을 보였다. 하지만 휴식일 없이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해 프로 진출 후 여러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그는 올해로 데뷔 11년 차가 됐지만, 세 시즌이나 재활로 인해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고교야구팀들은 성적을 내기 위해 잘하는 선수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제일고 정정오 투수코치는 “선수들이 프로나 대학교에 진출하려면 최소 8강 안에는 들어야 한다”며 “프로야구처럼 경기가 일정하게 열리는 게 아니니 잘하는 투수가 연속적으로 던져줘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타고투저 현상으로 투수 성장 어려워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타고투저’ 현상 탓에 좋은 투수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9월 27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총 17명의 선발투수 가운데 3점대 아래 평균 자책점을 기록한 선수는 단 7명뿐이다. 이에 반해 규정타석을 채운 54명의 타자 중 3할이 넘는 타자는 38명이다.

SPOTV 민훈기 해설위원은 “꼭 타고투저 때문이라곤 할 수 없지만 야구계에서는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엄청난 타격의 시대에서는 젊은 투수들이 성장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져 고졸, 심지어는 대졸 선수도 바로 활약하기가 쉽지 않은 데다, 타자들이 워낙 득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좋은 모습을 보인 선수는 류현진, 오승환 등 손에 꼽을 정도이다.

또한, 다른 해외리그에 비해 좁은 KBO의 스트라이크 존도 투수들에게 불리한 여건을 조성한다. 한국의 스트라이크 존은 원래 메이저리그에 비해 좌우로 넓고 상하로는 좁았다. 하지만 지금은 좌우상하 모든 존이 메이저리그에 비해 좁아졌다. 그만큼 투수들이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하지 않고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긴 힘들어졌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좁은 스트라이크 존은 내년 시즌을 앞두고 반드시 재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독이 된 나무배트
고교야구가 알루미늄 배트에서 나무배트로 바꾼 것이 투수의 성장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있다. 고교야구는 2004년 8월 전까지는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했다. 기본적으로 알루미늄 배트는 나무배트에 비해 공이 잘 맞고 타구를 멀리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고교야구에서도 나무 배트를 사용하게 되면서 투수들의 방심을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 있다. 정정오 투수코치는 “타자들은 나무배트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반면 투수의 경우 세밀한 제구가 없어도 타자가 볼을 잘 못 치니 자신의 공을 맹신하고 성장하는 데 게을러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최희섭(법학과 98학번) 해설위원도 이에 동의하며 고등학교 때까지는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최 해설위원은 “성장 과정에 있는 고등학교 타자들이 나무배트를 사용하면 장타를 치기 쉽지 않다”며 “투수들은 이를 보고 시속 140km 이상을 던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다 프로에 와서 갑자기 큰 장벽을 느낀다”고 말했다.

육성시스템과 투구 수 제한은 필수적
전문가들은 대형 투수가 등장하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된 야구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원 중앙일보 기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이 야구를 접하고 그중 재능 있는 선수를 육성하는 것이 아니다”며 “선수들에게 물어봐도 보통 ‘친구 따라’ 혹은 ‘체육 선생님의 추천’ 등으로 야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김 기자는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그들이 차근차근 성장해나갈 수 있게 만드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수 보호를 위한 투구 수 제한 역시 필수적인 요소다. 좋은 투수를 발굴하기 위해선 일단 건강한 투수가 나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중·고등학교부터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투수에게는 공을 많이 던져 생기는 팔꿈치, 어깨 부상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교야구에도 투구 수 제한 규정이 있다. 130구 이상을 던지면 필히 3일의 휴식일을 주어야 한다. 하지만 129구까지 던지고 내려간다면 다음날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 이처럼 아직까지 많은 허점이 존재해 보완할 필요성이 다분하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투구 수 제한을 하지 않아 어깨와 팔꿈치 보호가 잘 이뤄지지 않으면 좋은 선수들이 일찍부터 부상을 입어 야구에 흥미를 잃는다”며 “요즘엔 중학생이 팔꿈치 수술을 받는 사례도 있다”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선수 시절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았던 김광우 투수코치는 “많은 공을 던져야 하는 선발투수는 팀의 관리가 필수적”이라며 “우리도 130개 이하 정도의 투구 수 제한을 두고 있고 투수 로테이션을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최희섭 해설위원도 앞으로 투구 수 제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메이저리그는 어렸을 때부터 투구 수 제한과 로테이션에 철저하다”며 “우리나라도 적절한 투구 수 제한을 둬 투수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고, 이미 야구 지도자들도 이를 인식하고 실행하려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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