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9월 차정은(사범대 국교13) 씨는 책을 펴자마자 기분이 상했다. 책 서문에 적힌 한 문구 때문이다. ‘줄 친 거 그대로 사용하지 마세요! 똑같이 써서 걸리기 싫으니까요’ 본교 도서관이 소장한 도서인데도 당당히 쓰인 문구에 차정은 씨는 할 말을 잃었다.
 
▲ 사진 | 심동일 기자 shen@
개강 후 많은 학생들이 책을 빌리러 도서관을 찾는다. 하지만 도서관을 사용하는 일부 학생들의 행동은 늘 문제로 지적돼왔다. 뚜렷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선 도서관 이용자의 자발적 인식 개선이 더욱 필요하다.
 
교내에서 발생하는 예약부도
외식, 호텔 업계 등에서 자주 발생하는 ‘노쇼(예약부도)’가 본교 도서관에서도 종종 목격된다. 대표적으로 중앙도서관(관장=김성철)에서 운영하는 간편도서대출서비스가 해당한다.
 
도서관 이용자는 간편도서대출서비스를 신청하면 중앙도서관에 가지 않고도 스마트대출(반납)기기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도서는 기기에 3일 동안 보관되며 해당 기간 내에 취소도 가능하다. 문제는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취소하지 않고 대출하지 않는 경우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간편도서대출서비스로 총 6만541권의 도서가 신청됐지만 그중 5389권의 도서가 3일 내 대출되지 않았다.
 
간편도서대출서비스를 신청한 학생이 대출해가지 않으면 필요한 학생은 3일 후에나 도서를 빌릴 수 있다. 서비스가 신청된 도서는 다른 학생이 예약할 수 없어서다. 14학번 최모 씨는 “과제나 시험공부를 위해 대출한 게 아니면 당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 들어 가끔 신청해놓고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3일 내 대출해가지 않는 비율이 증가한다면 간편도서대출서비스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도서관은 이러한 노쇼가 도서 확대 등 서비스 증대에 방해된다는 입장이다. 학술정보열람부 직원 이문형 씨는 “현재 미대출 비율이 간편도서대출서비스 발전에 불리한 정도는 아니다”며 “하지만 이 비율이 증가한다면 이용자들이 원하는 이용도서의 확대 등 서비스 발전이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필기와 장기 연체로 피해 보기도
도서 훼손은 모든 도서관의 골칫덩어리다. 대학 도서관에는 특히 학생들이 수업 교재로 쓰면서 지저분해진 도서가 많다. 수업이나 과제를 위해 필요한 도서의 경우 형형색색의 펜들로 필기 돼 학생들에게 불쾌감을 준다. 차정은 씨는 “검은 펜은 물론이고 빨간 펜, 형광펜 등 다양한 색상으로 밑줄이 그어져 있고 포스트잇을 붙였다 뗀 흔적도 많이 봤다”며 “이런 경우 글을 읽다가도 신경 쓰이고 간혹 짜증이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경영학과 A 씨는 “훼손된 전공 책의 경우 대다수 우리 학과 학생들이 한 행동일 텐데 그 점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시집과 단편소설책도 지저분해진 건 마찬가지다. 박상후(문과대 영문15) 씨는 “시는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장르인 만큼 개인의 감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고등학교 문학 수업 마냥 필기해놓은 것을 보면 감상을 방해 받는다”고 말했다.
 
책이 한 달 이상 장기 연체된 탓에 학생들이 읽고 싶은 책을 대여하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한 학기 동안 책을 연체한 14학번 박 모 씨는 “외국어로 된 전공 서적을 샀는데 번역본까지 사려니 금전적으로 부담돼 장기 연체를 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학생들은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거나 직접 책을 살 수밖에 없다. 유준희(이과대 수학13) 씨는 “과제 제출 전과 시험 기간에 예약했지만 결국 책이 반납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몇 년 동안 연체되는 경우도 있다. 학술정보관리부는 수요에 따라 몇 년 이상 반납되지 않은 책을 재구매한다. 국종건 학술정보관리부 주임은 “반납되지 않은 모든 책을 구매하는 건 아니지만 이용자들의 수요가 있을 시 구매한다”며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재는 있지만 학생들 인식도 바뀌어야
간편도서대출서비스의 예약부도자와 장기 연체자는 중앙도서관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 간편도서대출서비스 예약부도자는 30일 동안 간편도서대출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중앙도서관 측은 제재를 강화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학술정보열람부 직원 이문형 씨는 “현재 30일 서비스 제한도 너무 길다는 의견이 있어 기간 연장에 대한 내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책을 장기 연체한 학생에겐 △연체일수만큼 대출 금지(최장 3개월) △RFID로 출입 가능한 도서관, 중앙광장 열람실 등 출입 불가 △반납 전까지 졸업증명서 발급 불가의 제한이 따른다.
 
책에 필기한 학생은 현실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기기로 반납하는 학생이 많고 일일이 책 내부를 살필 인력이 부족해서다. 중앙도서관 직원 B 씨는 “기기로 반납하는 학생들이 많아져 책 상태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책 내부를 확인한대도 반납한 사람이 필기했다는 보장이 없어 제재를 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중앙도서관 측과 학생들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술정보열람부 직원 이문형 씨는 “서비스 이용자들은 다른 분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장희수(미디어학부 11학번) 씨는 “본교 학생이 책에 필기를 하고 장기 연체를 한다고 생각하니 씁쓸하다”며 “본인만큼 다른 학생들도 지식을 쌓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책이 소중하다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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