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8일 서울특별시 학생체육관에서 2016 KBL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체육관 안을 들어서자마자 보인 건 구단 관계자와 선수들의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선수 지명을 두고 분주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구단 관계자들이 있는 반면 이미 모든 시나리오를 정한 듯 여유 넘치는 코치진도 있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Big3’라고 불리는 이종현(사범대 체교13, C), 강상재(사범대 체교13, F), 최준용(연세대 스포츠레저13, F) 선수는 체육관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서로 얘기를 나누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드래프트 장 한쪽에 마련된 선수 대기석에선 긴장한 듯 양손을 비비거나 핸드폰을 만지며 초조해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관중석엔 선수들의 가족과 학교 선후배,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있었다.
 
▲ 10월 1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6 KBL 신인드래프트에서 각 구단들의 선택을 받은 프로 선수들 사진 | KBL 제공
대어급 신인과 참가 자격의 변경
올해 드래프트는 여러 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황금 드래프트’라고 불릴 만큼 화려한 신인들이 대거 참가했고, KBL 신인 드래프트 역사상 처음으로 선수 드래프트(지명식)에 앞서 3일 구단 지명순위 추첨식을 진행했다. 구단은 이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며 선수지명 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또한,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자격에도 변화가 생겼다. 작년까지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지 않아도 해외동포이거나 혼혈선수라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KBL은 최근 여자 농구에서 일어난 ‘첼시 리의 국적 위조사건’ 등의 영향으로 국적과 관련된 논란의 소지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한민국 국적 보유자만이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도록 규정을 변경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본교 선수로는 강상재, 이종현, 정희원, 최성모(사범대 체교13, F) 등 총 4명의 선수가 참가했다. 무난히 모두 프로에 진출할 것이라 예상됐고, 그 예상은 현실이 됐다. 4년을 함께하며 고려대의 최전성기를 이룬 네 선수는 이제 각자 다른 팀에서 경쟁자로 만나게 됐다.
 
이변 없는 1순위 이종현
구단 지명순위 추첨식에서 1순위를 뽑아 환호했던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은 주저 없이 이종현의 이름을 불렀다. 모비스에서 미리 준비한 이종현 선수의 유니폼엔 고려대에서 달았던 등번호 32번이 적혀있었다. 이종현 선수는 올 시즌의 밝은 미래를 약속이라도 하듯 유재학 감독과 손을 맞잡으며 포토타임을 가졌다. 이종현 선수는 “부모님이 뒷바라지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며 “돈을 많이 벌어서 부모님 호강시켜드리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고려대 선배인 이승현(체육교육과 10학번, F) 선수를 지목하며 “KBL 두목 잡으러 가겠다”는 당찬 각오도 밝혔다.
 
이종현 선수는 1라운드 1순위로 예상된 선수답게 즉시 전력감으로 분류된다. 그가 합류한다면 모비스는 국내 최고 가드로 평가받는 양동근 선수를 중심으로 이대성, 함지훈, 찰스 로드 그리고 이종현으로 이어지는 국내 최고의 라인업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이종현 선수는 올해 7월 오른쪽 발등에 피로골절로 인한 부상에서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 내년 1월을 목표로 재활하고 있다. 모비스는 이종현 선수와 군 제대로 1월 복귀하는 이대성 선수가 돌아올 때까지 이길 수 있는 게임은 최대한 많이 잡으며 6위권을 유지해야 시즌 끝 반전 드라마를 쓸 수 있다.
 
전자랜드의 팀 색깔에 딱 알맞은 강상재
대학리그에서 최고의 포워드로 평가받은 강상재 선수는 전체 3번째로 전자랜드의 선택을 받았다. 그는 ‘Big3’ 중 2명의 선수가 이미 지명을 받은 상황에서 지명 전 잠시 코를 매만지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고려대 동기들과 환한 웃음을 지었다.
 
단상 위에 올라간 강상재 선수는 “전자랜드가 다크호스라 평가되는데 다크호스가 아니라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황금드래프트라 불리는 저희가 열심히 해서 한국프로농구의 인기가 더 올라가도록 만들겠다”고도 말했다.
 
골밑을 강화해야 하는 전자랜드로서는 좋은 선택이 됐다. 강상재 선수는 골밑뿐만 아니라 외곽으로 나왔을 시에도 높은 야투 성공률로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선수다. 또한, 올 시즌에 앞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선 수비 후 빠르게 역습을 진행하는 ‘런앤건’ 농구를 하겠다고 선언했기에 개인기와 스피드가 뛰어난 강 선수는 전자랜드에 알맞은 퍼즐이다. 전자랜드는 올 시즌 전 작년 전체 2순위로 뽑았던 한희원 선수를 인삼공사로 보내고 포인트가드 박찬희 선수를 얻었다. 역습 상황에서 리딩이 좋은 가드로부터 양질의 패스를 공급하는 것이 런앤건 전략의 우선이라 판단한 것이다. 강상재 선수도 이종현 선수와 마찬가지로 데뷔시즌부터 어느 정도의 출전시간이 보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선수가 부상으로 빠진 사이 SK 나이츠의 최준용 선수와 신인왕 경쟁을 할 것으로 예상하는 강상재 선수는 팀이 원하는 스피드와 체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동부의 스피드를 한층 강화할 최성모
높게는 전체 4순위까지 예상됐던 최성모 선수는 전체 7순위에 동부의 부름을 받았다. 앞서 지명된 이종현, 강상재 선수에 비해 그는 점차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명을 받은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나서야 입가에 조그만 미소를 지었다.
최성모 선수는 “신인의 패기로 자신감 있게 플레이하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성실한 선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동부는 당장 전력 상승보단 미래를 내다본 선택을 했다. 동부는 김주성과 윤호영 등 탄탄한 수비력을 갖춘 선수들이 이미 즐비하므로 빠르고 위협적인 돌파가 장점인 최성모 선수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 시즌을 보면 최성모 선수는 치열한 주전 경쟁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부엔 허웅과 두경민이라는 젊고 능력 있는 가드들이 앞서 자리 잡고 있다. 최성모 선수 입장에선 대학리그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공격력을 가지고 수비능력까지 탄탄히 다져야 주전 자리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KT에서 최고의 슈터를 꿈꾸는 정희원의 도전
정희원 선수는 고려대 선수 중 마지막으로 2라운드 5순위, 부산 KT에 지명됐다. 1라운드 안에 뽑힐 재목이라 높은 순위를 예상했지만 다소 낮은 순위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정희원 선수는 환하게 웃으며 기뻐했다. 그가 낮은 지명을 받은 것엔 큰 부상을 당했던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용산고 시절부터 고려대 3학년까지 길고 긴 재활을 겪었다. 정희원 선수는 “고려대라는 좋은 팀에서 살아난 만큼 프로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살아남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정희원 선수는 부산 KT의 전체적인 팀 밸런스를 향상시켜줄 수 있는 선수다. 투지가 넘치며 탄탄한 수비력을 자랑하고 3점 슛에도 장점이 있어 프로생활에 적응만 한다면 좋은 활약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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