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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시국선언했나, 자괴감들고 괴로워"
"이러려고 시국선언했나, 자괴감들고 괴로워"
  • 고대신문
  • 승인 2016.11.0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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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여름의 문턱인 6월 어느 날, 워싱턴의 밤. 굳은 표정의 남자 다섯이 호텔의 뒷문을 따고 있다. 마치 구국의 결단이라도 한 듯 그들의 표정은 밀정처럼 비장하다. 문을 따고 들어갔지만 그들의 작전은 성공하지 못했다. 호텔 주변을 순찰하던 경비원이 그들의 침입 사실을 알아챘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들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그때는 아무도 몰랐다. 5명의 호텔불법침입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을 끌어내릴 줄을. 

어느 소설의 장면이 아니라 실화다. 이들의 체포는 ‘워터게이트’스캔들‘로 이어지며 미국 대통령 닉슨의 하야를 일으킨다.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로버트 레드퍼드와 더스틴 호프만이 이를 취재한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 역할을 맡았다. 1977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총 8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이 중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영화는 워터게이트 사건이 어떻게 닉슨의 하야까지 이어지는지, 두 명의 기자가 어떻게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기자들은 닉슨의 취임선서를 TV로 보면서 기사를 작성한다. 그들의 기사는 닉슨의 핵심 측근이 무더기로 개입됐으며 닉슨이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CIA에 지시를 내리는 것까지 밝혀냈으며 닉슨은 사임했다. 영화 제목처럼 스캔들을 일으킨 사람, 막으려는 사람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었다.

사건 초기 닉슨은 그저 절도 사건이라며 일축했고 베트남전을 치르고 있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한다며 안보론을 끌고 왔다. 측근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알지 못했다고 발뺌했다. 나라와 시대는 다르지만 어디선가 많이 본 풍경이다. 결국 닉슨은 탄핵 직전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올해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 나온 지 40주년 되는 해다. 40주년을 기념해서인지 우리나라도 스캔들로 화답하고 있다. 어떠한 전문성과 권한도 없는 사람이 외교 정보와 국방 정보가 담긴 국가 기밀 문건에 손을 대고, 국정운영에 개입했다. 인사에 개입한 흔적도 보인다. 심지어 청와대 수석을 통해 기업에게 무려 800억 원의 자금을 받아낸 혐의도 있다. 진실을 밝히는 수사에 대해 청와대는 국가기밀이라며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워터게이트처럼 비리를 저지른 사람, 비리를 도운 사람, 비리를 덮으려는 사람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이다. 

의혹을 부인하는 과정도 닮았다. 의혹이 불거진 초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추측성 기사엔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했으며 비상시국에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은 한국사회를 뒤흔든다고 오히려 국민을 협박했다. 연설문 수정에 대해 청와대는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불과 이틀 뒤에 95초의 녹화영상으로 국민에게 사과했다. 

사건의 결말도 닮을까? 대통령지지율은 5%대로 곤두박질쳤고 하야에 대한 찬성은 67%에 달했다. 핵심 지지층인 대구 및 경북지역의 민심도 이반했다. 한 때 모두가 기꺼이 대통령의 사람들이었으나 이젠 아무도 대통령의 사람들이 아니다. 이 시나리오의 끝엔 하야라는 파국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 결말을 바꾸기 위해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임무는 진실을 은폐하는 것이 아닌 밝혀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 명의 지지라도 남아 있을 때 스스로 국민들 앞으로 나와 진실을 고백해야 한다. 특히나 대통령의 말대로 간절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말이다.

구현모 ALT 에디터


프라다 신은 저널리즘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처음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날, 중앙지검 앞의 풍경은 그 자체로 뉴스였다. 수백명의 기자들이 카메라 진을 쳤고, 취재 현장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첨단 방송 장비들이 공간의 틈을 메웠다. 행여라도 최고의 장면을 놓칠세라 기자들 사이에서는 낯뜨거운 자리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언론의 역량이 총동원돼 최씨의 검찰 출석 장면을 ‘연출’한 셈이지만 정작 시민들이 지켜본 것은 아수라장이었다. 죽을 죄를 지었다는 최씨의 대국민사과는 기자들의 고함 소리에 묻혔다. 질문다운 질문은 던져보지도 못하고 포토라인은 인파에 무너졌다. 멋쩍은 카메라는 최씨가 남기고 간 명품 운동화 한짝을 향해 연신 플래시를 터뜨렸다. 지난 한달 우리 사회를 절망과 혼돈에 빠뜨린 사람을 눈 앞에 두고도 우리 언론이 이것밖에 하지 못하나 생각이 든다.

중앙지검 앞에서 벌어진 이날의 촌극은 최순실 사태를 마주한 한국 언론의  축소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양적으로, 외적으로 성장한 국내 언론이 전례없는 국정농단 사건에서 보인 모습은 아수라장에 다름 없었다.

최순실 사태가 던지는 본질적인 메시지는 우리 사회 시스템이 비이성적인 소수의 전횡을 막아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언론 역시 시민의 감시견으로서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그 책임 당사자이다. 하지만 처절한 반성과 사회 시스템을 발전적으로 복원하겠다는 필사의 노력은 오간 데 없다. 시민이 언론을 통해 보게 되는 최순실 사태는 ‘괴물’이었거나, ‘괴물’로 만들어진 어느 한 개인의 추문일 뿐이다. 

최순실 사태를 취재하며 동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지금은 최순실이 아니면 기사가 안된다’는 것이다. 돌려 말하면 최순실이라는 이름 석자가 들어가면 어느 것이든 기사가 된다는 얘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언론인들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의 흔적을 쫓아 현장을 휘젓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동력이 권력의 감시자이자 시민의 파수꾼으로서의 자각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돋보이기 위한 경쟁이고, 나아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일 뿐이다.

수많은 언론이 있지만 새로운 사실과 의혹을 발굴하는 소수 언론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사실상 ‘꿀먹은 벙어리’다. 기껏 할 수 있는 일은 가십과 풍문을 지면과 화면에 옮기는 것 뿐이다.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저널리즘 원칙이 무너지는 일이 부지기수다. 매일 쏟아지는 ‘단독’과 ‘특종’의 면면을 뒤쫓다보면 당연히 이뤄졌어야할 확인 절차가 결여된 보도들을 자주 보게 된다. 추정에 추정을 더하거나 각본에 사실을 끼워맞춘 보도들 사이에서 정작 사태의 본질을 꿰는 일부 기사들은 희석되곤 한다. 취재 대상인 최씨를 인파 속에 떠밀려 보내고 겨우 남은 그의 운동화 한짝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리는 어느 순간과 겹쳐지는 대목이다.  

이 아수라장 가운데 잊혀진 언론의 치부 하나도 짚어가고 싶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일찍 알고 있었음에도 반년 남짓 침묵했던 한 대형언론사가 있다. ‘큰 그림을 그려간 것’이라는 해명이 나왔지만 그 행간에는 정부의 눈치를 봤다는 맥락이 분명히 담겨 있다. 이런 식으로 묻혀진 진실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결코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최순실 사태는 기본과 원칙이 사라지고 그럴싸한 포장만 남은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흡사 실용성보다는 기호품의 가치를 지닌 명품 운동화와 같다. 하지만 앞으로 한국 사회가 걸어 나가야 할 길은 비단길이 아니다. 언론이 우리 사회를 민주적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고지로 견인하기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한 등산화가 되어야 한다.

오대양 뉴스타파 기자


내 아버지를 모욕한 자들에 대하여
아버지와 자주 바둑을 두곤 했다. 아버지의 한 수는 늘 무겁고 매서웠다. 알량한 단수에 천착하다 종국에는 허다하게 대마를 잃곤 했다. 그 때마다 아버지는 나에게 소탐대실의 태도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눈앞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정직하라고 이르셨고, 비록 아버지는 때때로 가부장적일지언정 당신의 말 앞에 떳떳한 인생을 사셨다. 그러나 짧은 자취를 끝내고 오래간만에 본 아버지의 얼굴은 어두웠다. 각박한 노동과 영세한 그 대가에도 굳건함을 잃지 않았던 아버지의 낯선 나약함은 본인 인생을 철저하게 모욕한 높으신 분들의 작태 때문이었다.

11월 4일 금요일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개입 논란 이후로 두 번째로 국민에게 사과했다. 68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이 현직 대통령을 수사하게 됐다. 최순실과 연관된 청와대의 혐의는 크게 2가지다. 첫째로 미르 K스포츠재단 불법 성립 및 기금 유용이다. 최순실이라는 한 사인(私人)이 재벌 기업의 돈을 수금하고 유용하는데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혐의다. 기업은 비자금 형성의 대가를 원했다. 실제로 부영그룹은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하는 대신에 세무조사 무마하려 했다. 정치권력과 경제 권력이 최순실과 그 일당을 위해 유착해 교미하는 뱀처럼 뒤엉켰었다.

두 번째 혐의는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전·현직 대통령이 얽힌 비리는 대한민국 국민에게 그리 낯설지 않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지인인 최순실이 연설문과 외교·안보 관련 문서를 읽고 밝힌 의견이 국정 운영에 반영됐다는 사실은 정치배들의 협잡에 닳고 닳은 이 나라의 국민들에게도 생경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연설문 작성과 이후 국정 운영과정에서 최순실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인정했다. 스스로가 민주시민인줄 밀고 있었던 순실 치하의 봉건농노들은 인지부조화의 혼돈에 빠졌다. 현실이 된 하나의 음모론은 또 다른 음모론의 증거가 되어 기어코 2년 전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났던 비극과 국민 여론에 반해서 진행됐던 많은 정책들의 뒷이야기들이 어둑서니처럼 커지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위의 두 가지 혐의가 법이 처벌할 수 있는 한계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의 진정한 잘못은 법의 이름으로도 차마 처벌할 수 없는 데에 있다. 그들이 기만한 국민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해야 한다. 아들과 바둑을 두면서 떳떳하게 정직을 가르쳤으나 일순간에 부끄러워진 아버지들에게, 어머니의 후광 없이 밤잠을 줄여가며 시급 6100원을 벌어 등록금과 생활비를 마련한 젊은이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그들의 축재는 100억 원짜리 수표 몇 장이 아닌 이들이 땀 흘려 번 100원짜리, 1000원짜리들을 셀 수 없이 많이 강탈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들이 훼손한 가치들을 이들은 하루하루 살면서 실천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의 하야나 부정 축재한 재산을 국고로 환수한다고 해도 진정한 사과는 아니다. 공직이 본인의 노력으로 성취한 명예나 상이 아니고, 가진 재주를 다 그러모아 공익을 위해야 하는 자리일진대, 직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이 자리에서 내려오는 게 어떻게 모욕당한 이들을 위한 사과인가.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한 명예나 재산을 내려놓는 건 사후 처리의 당연한 수순이지 사과가 아니다. 사과는 그들이 상처 입힌 국민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 구체적 내용이 정해지기 전까지, 그들은 국민 앞에 무릎 꿇고 고개를 숙이며 외쳐야할 것이다. 나는 죄인이라고.

안정훈(미디어15)


​일모도원(日暮途遠)
4일 오전에 있었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국민들의 동정심에 호소하고자 한 수사(修辭)의 장난에 불과했다. 국민들을 상대로 정상 참작이라도 바라고 있는 듯한 담화였다. 이 담화를 통해서 재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박 대통령이 자신의 책무와 헌법의 경중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뿐이었다.

헌법 제66조 2항에서 대통령은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책무란 직무에 따른 책임이나 임무를 의미한다. 즉, 헌법은 대통령을 정의함에 있어서 국가의 독립, 영토의 보전, 국가의 계속성과 더불어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음을 정확히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통령은 어떠한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주권을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일개 일반인에게 넘겼으며 민주적 절차로 선출되지 않은 권력을 만드는 것을 주도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무색해질 정도이다.

때문에 지금까지 나온 미르 재단, 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더불어 또 다른 개입이 없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이때 조사는 박 대통령 임기 중에 있었던 모든 국가적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정부의 일들이 국민들이 선출한 자 또는 그 구성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애초에 그 일들은 가장 원초적인 정당성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사와 함께 제2, 제3의 비선 실세가 등장하지 않기 위한 후속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침묵하는 자들이 없어져야 한다. 최근 만약 최순실의 딸인 정유라의 대입, 학점 특례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다면, 일부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자칫하면 국민 아무도 모르는 상태로 퇴임을 맞이했을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연 정부도 비선 실세의 존재를 알지 못했을까. 2007년 6월, 당시 대선 경선 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육영재단 비리를 폭로하고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감옥에 간 사람이 있다. 이미 9년 전에 제기되었었던 의혹이니 적어도 현 정부의 최측근들은 9년 전에 비선 실세의 존재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침묵했다. 침묵의 책임도 물어야 하나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왜 그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나‘이다. 이는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 이번 사태를 비롯해 기존에도 있었던 부패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결국 대통령의 비대한 권력 방지가 있다고 본다.

거대한 단체라고 볼 수 있는 정부 자체의 개혁,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그들을 침묵하게 한 권력의 지나친 집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현행 체제는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비대한 권력을 주었다. 예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의 일부를 임명할 권리가 있어 사실상 사법권도 ‘내 입맛 맞추기’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으며 대통령의 발의를 통해 진행되는 입법 또한 국회의 입법권을 위협하기도 했다. 결국 이는 균형과 감시를 위해 존재했던 권력분립을 해치는 결과를 낳았으며 비선실세의 존재가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늦추었다.

그러나 이러한 개선도 일단 이번 사태가 관련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공정하게 마무리된 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사태의 정확한 해결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결국 주권자인 국민들의 목소리밖에 없다. 갈 길이 멀다.

김예덕(정경대 정외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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