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위한 문학을 하고 싶다
지난 5월의 첫날, 나는 종로를 걷고 있었다. 노동절을 맞아 행진이 한창이었다. 문득 행렬의 끝이 궁금해졌다. 광장시장 맞은편 즈음에서 걸음을 멈췄다. 끝에 있을 누군가에 대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한참을 지켜봤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행렬에도 끝은 있었다. 그들은

앞줄을 맞추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가는 내 또래의 대학생들이었다.

그들에겐 탑차 스피커의 쩌렁쩌렁한 외침도, 또래 의경들의 긴장과 권태가 뒤섞인 표정도, 앞서 지나간 건설노조 사람들의 엄숙하고 절박한 노래도, 나 같은 사람의 한 발짝 떨어진 무관심도 없었다. 오직 앞줄이었다. 그렇게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 소설을 쓰는 내내 노동절을 위해 수 주일을 바쳤을 그들의 노력을 소행성 따위로 짓뭉개버리고선 재밌는 소재라고 낄낄댄 게 아닌가 싶어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취재 겸 운동권에 몸담았던 지인과 긴 대화를 했다. 그는 구상 중인 소설의 얼개를 듣고 자못 심각해 했다. 세상을 바꾸려는 게 혁명인데, 세상이 사라지면 혁명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 소설이 그에게 위안이 되었을까.

당선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소설을 다시 읽어보았다. 5월 2일은 무사히 지나갔고 세상은 없어지지도 변하지도 않았다. 남아버린 것은 미흡하고 속되기만 한 이 소설이다. 우수라는 영예를 주신 것은 더 겸손해지고 더 정진하라는 채찍질로, 문학을 더 즐기라는 격려로 여기고 싶다.

누구에게 감사하고 또 누구에게 감사하고 하는 수상소감들이 왜 그렇게 상투적인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나의 부모님, 나의 형제, 나의 벗, 나의 연인에게 감사하다. 당신의 응원과 기도는 나를 언제나 경건하게 한다. 나는 언제까지고 당신을 위한 문학을 하고 싶다. 그러니 당신은,

문학을 믿어주길 바란다.

박현옥 (문과대 심리10)


해가 저물 때까지 오래도록
다미원, 게장백반 및 소주, 21,000원.  육미 을지로, 고등어구이와 순두부찌개 및 화랑, 17,000원. 독립문 대성집, 도가니탕 및 소주, 16,000원. 성민양꼬치 사당, 양꼬치와 수주육편 및 맥주, 31,000원. 중앙칼국수, 칼국수, 10,000원. 호남집, 수구레 및 소주, 24,000원. 돌길, 돈가스, 12,000원. 신촌 우드스탁, 맥주, 15,000원. 남대문시장 칼국수골목 끝집, 순댓국 및 막걸리, 13,000원. 호수집, 닭도리탕과 닭꼬치 및 매화수, 17,000원. 혜화 도어즈, 맥주, 12,000원. 육미 종각, 송이꼬치와 새우꼬치 및 소주, 16,000원. 순희네 빈대떡, 빈대떡 및 막걸리, 11,000원. 금호국밥, 순댓국과 소주, 22,000원. 광명식당, 순댓국과 소주, 17,000원. 삼성통닭, 닭튀김, 16,000원. 익선동 식물, 커피, 9,000원. 신촌 도어즈, 맥주, 12,000원. 진식당, 호박찌개와 조기구이 및 소주, 20,000원. 서울순대, 순댓국 및 소주, 15,000원. 사직분식, 청국장과 두부찌개, 12,000원. 금능낙원, 밀면 및 소주, 19,000원. 안성상회, 스카이 청포도와 잭다니엘과 호세쿠엘보, 67,000원. 영명국밥, 순댓국 및 소주, 15,000원. 인사동 간판 없는 김치찌개집, 김치찌개 및 소주, 13,000원. 닐스, 오렌지주스와 커피, 8,000원. 해가 저물 때까지 오래도록 먹고 마셨다.

국어교육과 ‘현대문학반’ 및 ‘먼지가 쌓이기 전에’, 감사 드립니다.

윤준협(사범대 국교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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