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윤준협
 
우기 내내 쓴 우산을 머리맡에 버리고
다음 우기가 발표될 때까지 몹시 앓았다
 
당신을 오래 생각하면 물비린내가 났다
우기가 시작되려 하는 냄새였다
언젠가는 수국이 피어 보러 간 일도 있었다
그때 수국을 발음하던 당신의 입술
우기가 시작되었다, 고 기상학자를 따라 되뇌다
무심결에 우리가 시작되었다
 
앓던 것이 좀 나아질 때마다
당신의 수국을 소리죽여 왰다
어떤 날엔 예고없이 호우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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