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불통 추진...학생들의 이례적 참여 불러
최근 일부 대학에선 ‘불통 행정’에 반발한 학생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화여대의 경우 학교본부가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을 결정하자 학생들은 취지의 부당성과 졸속적인 추진과정을 들며 반대했다. 학생들은 평의원회가 열리던 7월 28일부터 본관을 점거했고 이는 10월 30일까지 86일간 지속됐다. 서울대와 동국대도 각각 ‘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과 ‘평생교육단과대학 선정’이 학교본부의 일방적 행보라며 전체학생총회를 개회했다. 2016년 한해 일어난 학생시위는 이례적으로 학생들의 단결력을 보여주고, 학생 시위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 여러 학내 이슈들 사이에서, 유독 위 사안들에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학생들은 응집할 수 있었을까.

쌓여온 갈등 터져
9월 12일 열린 이화여대 전체학생총회에는 4000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해 필요 정족수인 1477명을 거뜬히 넘겼다. 이전(2012, 2013, 2015년) 학생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개회조차 되지 못했고, ‘장학금 확충’과 ‘등록금 추가 인하’ 등이 안건으로 채택됐던 2014년에는 정족수보다 40명 많은 학생이 모여 총회가 가까스로 성사됐다. 서울대 또한 전체학생총회에 2000여 명의 학생이 참석했고, 동국대는 처음으로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 공동 학생총회를 개최해 1500명이 넘는 학생이 참석했다. 

이처럼 교내 사안에 10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한양대 김 모 교수는 “그동안 등록금 갈등과 같은 학내 사안에서 보여준 학교 본부의 소통 부재로 학생들의 분노는 이미 쌓여있었다”며 “이번에 학교본부가 다시 한 번 학생을 논의 구조에서 배제하자 응어리가 터져버린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김예은(이화여대 경영11) 씨는 “학생이 학교의 주인이라는 교육권의 본질이 무너져 학생들의 참여율이 높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화여대는 5월 17일 학교 처장단 회의에서 안건을 논의한 후, 6월 10일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으며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별도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김 씨는 “학교의 논의 과정이 짧았고 학생의 의견을 들으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학교본부의 불통 행정에 학생들이 울분을 터뜨린 건 서울대와 동국대도 마찬가지다. 2014년 서울대 본부는 대화협의회를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할 것을 약속했다. 운영지침에서도 월 1회 정기회의를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2014년 9월 5차 회의 이후 8개월 동안 회의는 개최되지 않았다. 7차 회의는 6차 회의가 열린 2015년 5월로부터 1년 후인 지난 6월에서야 열렸다. 김광민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은 “최소한의 소통기구의 규정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것은 소통의 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학생총회에 참석했던 장성현(동국대 전자전기공학13) 씨는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학교의 거대한 정책 결정에 정작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에 학생들이 분노했다”고 말했다.

조직화, SNS 전략과 총학 능력 중요
이번 이화여대의 시위에선 온라인을 통한 조직화와 소통이 활성화됐다. 페이스북 등 여러 SNS에선 경찰들의 진입 영상을 생중계했고, 학생 사이트인 ‘이화이언’을 통해 졸업생들이 소식을 접하고 시위에 참여했다. 8월 3일 1차 졸업생 시위에 참여한 박수현(여‧28) 씨는 “누구랄 것 없이 사이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시위가 조직됐다”며 “SNS에서 의견을 수렴해 결의안을 발표하는 등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졸업생을 포함한 학생들의 단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자 학생들의 요구 중 일부가 받아들여졌다. 본부점거 시위 7일째인 8월 3일에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미래라이프대학 신설을 백지화했으며, 10월 19일 최경희 전 총장이 사임을 발표한 것이다. 최 총장은 입장문에서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하고 소통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시위는 사발통문 형식의 대자보가 붙고 SNS에서 시위가 조직돼 ‘대표자 없는 시위’로 불렸다. 반면 서울대와 동국대의 시위에선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반대 시위를 주도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본부 점거 이후에 기금 후원, 반대 촛불문화제, 토론회 등을 주최했으며 동국대 학생회도 학생총회를 주관했다. 김창룡(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학생들의 의견 수렴 과정에서 여전히 총학생회 역할이 중요하고, 학생회의 신뢰가 우선돼야 함을 지적했다. 김창룡 교수는 “학생사회를 지속적으로 모으는 것은 학생회가 ‘학생의 대의를 충실히 반영하는 대표기관’이라는 신뢰를 얻을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이런 믿음이 전제된다면, 학생들은 조직에 대한 주인 의식과 충성심을 바탕으로 이번 시위와 같이 용기 있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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