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적으로 시행되는 여성주체,
단일화된 체계 통해
전체 단과대로 넓혀갈 필요 있어

▲ 그래픽 | 김선희 기자 hee@

올해 5월에 발생했던 강남역 10번 출구 사건 이후 본교에서도 추모의 물결은 일렁였다. 정경대 후문에는 여러 단과대와 학회들의 대자보가 붙었고, 학내 페미니즘 단체들은 추모 포스트잇판을 설치하고, 여성인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사건에 대한 논의의 장을 열었다. 사건 이후에도, 이전에도, 단과대 안에서 성평등과 여성주의를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여성주체’다.

단과대 별 여성주체, 있거나 없거나
여성주체는 △‘여성주의' 관련 교양 활동 △성 평등 자치규약 작성 △성폭력 사고 예방 교육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학생들을 지칭한다. 교내 전체 14개 단과대 중 6곳에서 여성주체가 활동하고 있다. 여성주체가 없는 단과대 중 2개 단과대에서는 여성주체의 역할을 학생회에서 맡거나, 학과 별로 달리 활동하고 있다.

여성주체가 없는 단과대에선 여학생이 대부분을 차지해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여성주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가윤 간호대 학생회장은 “간호대는 여성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고, 학생회의 구성 또한 여성이 대부분이라 여성주체 없이도 학생회장이 성 차별 침해 방지 교육부터 남녀 방 분리까지 총괄하고 있다”며 “여성주체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전했다. 반면 김태구 전 경영대 부회장은 “단과대 차원에서 사고 방지 교육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그 담론이 성 평등까지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주체의 의미에 대해선 잘 몰랐는데, 앞으로 ‘여교우회’가 이런 역할을 하도록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형식적인 여성주체 문제점 제기되기도
여성주체가 존재하는 단과대에도 한계는 있었다. 여성주체가 학과 행사 중에만 활동을 하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는 점이다. 실제로 정경대 여성주체는 행사 이후 각자의 과반으로 돌아갈 뿐 별 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다. 또한 여성주체는 관례상으로 이뤄질 뿐 회칙에 명시되지도 않고, 따로 단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전누리 전 정경대 여성주체는 “지금의 여성주체는 현장에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처하기 위한 장치의 역할만 하는 것 같다”며 “행사에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 정기적으로 간담회를 하는 등 일상에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여성주체는 각 단과대마다 그 역할이 다르게 정의돼, 존재 유무만으로 단과대 별 인권 상황 전반을 파악하기 어렵다. 권순민 석순 편집장은 “여성주체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관련 체계가 잘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단순히 여성주체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여성주체의 업무에 대한 단일화된 체계 확립과 행사 참가자 구성원에 대한 교양 진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성주체는 그 자체만으로 상징성을 가지기도 한다. 교내 페미니즘 학회 여정의 김승경 학회장은 “여성주체가 있다는 것만으로 섹슈얼한 문제를 공동체의 문제로 안고 가겠다는 집단적 의지를 보여준다”며 “개개인의 구성원들이 문제를 ‘문제’로 느끼는 데에 여성주체는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며 여성주체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글 | 홍나영 독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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