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조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 지부장)

  고대신문 창간 69주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6년 전인 1980년 11월 12일, 신군부세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언론통폐합’이 시행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한순간에 언론사와 방송사들이 없어지거나 통폐합되는 등 역사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체제언론 구축의 폭거가 자행되었습니다. 이의 목적은 당연히 권력 장악에 필수적인 언론 통제를 위해서였습니다. 더 나아가 172종의 정기간행물의 등록을 취소시키고, 1,000여명의 언론인을 강제 해직시켰습니다. 1980년 신문의 날 표어였던 ‘언론의 자유와 책임’은 그 이듬해 ‘시대를 이끄는 신문’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정확하게 알리기 어려운 시대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진실의 목소리로 제도 언론에 맞서려는 저항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러한 희생을 발판으로 우리는 87년 민주항쟁의 길을 통해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최근 나라가 안팎으로 뒤숭숭합니다. 정부는 성과연봉제, 임금피크제 등을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에게만 강요함으로써 정부의 실정과 경영자들의 과오를 노동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을 살리자고 겉으로 외치면서도 인턴이나 비정규직 채용에만 몰두하여 전체 노동시장을 왜곡하고, 나아가 노동자 간,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정부와 경영자들의 사회적 책무가 오로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데에만 맞춰지게 되었습니다. 왜 항상 정부정책의 실책과 경영자들의 비리, 그리고 정책결정의 오판에 대한 책임이 노동자들에게만 전가되는 것일까요? 현재 우리 앞에는 치열하고 예민한 수많은 현안들이 놓여있습니다. 최근 상상치도 못했던 국정 문란의 각종 난제들이 일부 언론에 의해 낱낱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부디 고려대학교가 셈과 이익을 내려놓고 뜨거운 가슴과 미래를 바라보는 눈으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한 가운데서도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비춰주는 등대가 되어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 | 이상조 전국대학노동조합 고려대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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