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무총리 지명자의 인준을 위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처음으로 한국에 도입된 후, 연달아 두 분의 지명자들이 국민들과 기(氣)가 통(通)하지 못하여 국회의 인준 동의를 받지 못했다. 한 분은 대학교 총장 출신이요, 다른 한 분은 언론사 사장 출신으로 세간에서 이른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으로 평가받았지만, 인준의 두 잣대인 도덕성과 국정운영능력을 검증하는 청문회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도덕성 논란으로 인준을 받는데 실패하였다. “총리가 될 줄 미리 알았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는 지명자의 한 마디는 장차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학생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가르침이다.

장차 국가지도자가 되려는 학생들은 큰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이란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비전이다. 큰 꿈이 없는 자는 시류에 휩싸이기 십상이지만, 큰 꿈이 있는 자는 철학이 있기 때문에 도덕적 정당성에 가치를 부여하는 삶을 살게 마련이다. 그 시대의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서 혹은 재산 증식을 위해 정도를 걷지 않았을지라도, 만약 큰 꿈을 가지고 있었다면 법을 지켰을 것이다. 그러나 꿈만 가지고는 국가지도자가 될 수 없다. 꿈(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전문가로 인정받아야 한다. 전문가를 우리말로 표현하면 꾼이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이 꾼(전문가)이다. 꾼이 되기 위해서는 자기가 어떤 분야에 끼(재능)가 있는지 스스로 진단해 보아야 한다. 사람마다 타고난 끼가 있다. 자기의 끼를 한껏 살릴 수 있는 분야에 입문하여야 꾼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자기보다 먼저 세상을 살아간 이들의 인생과정을 학습하면 많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분야 최고의 꾼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인자가 되었는지 꼼꼼히 학습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대략 40세가 넘으면 자기 꼴(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자기의 꼴에 책임을 지려면 정도를 걸어야 하고 정도를 걸으려면 항상 공부해야 한다. 학생일 때 학습을 많이 하여야 꾀(지혜)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 수 있다. 학생시절에 만든 꾀 주머니가 크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 별로 사용가치가 없다. 지금의 학생들이 총리가 될 때쯤이면 지식정보기반사회가 무르익을 것이므로 평생학습을 통해 꾀 주머니를 늘리지 않으면 발전은커녕 생존하기도 어렵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지려면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한 선공후사(先公後私의)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불의에 노(NO)할 수 있는 깡(배짱)이 있어야 한다. 배짱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통하여 길러지기 때문에, 이 또한 학생시절에 기본을 닦아 놓아야 한다. 제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독불장군이면 미래가 없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더불어 숨쉬고 일하므로 끈(네트워크) 없이 자기의 가치와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세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수한 끈에 의해 연결되어 작동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는 국제적인 끈이 없이는 국가경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혈연, 지연, 학연의 좁은 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적인 전문가 네트워크 등 굵직한 끈을 만들어야 국가를 대표하는 국제적인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외국대학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하거나 졸업 후에 유학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여 큰 꿈(비전)을 가지자.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자기가 어떤 끼(재능)를 보유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그 분야에서 최고의 꾼(전문가)이 될 수 있도록 준비하자. 40세 이후 자기의 꼴(얼굴)에 책임지려면 꾀(지혜)주머니를 두둑이 만들어 활용할 수 있도록 충분히 학습하고 졸업 후에도 계속 공부하자.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깡(배짱)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끈(네트워크)은 학생시절부터 만들자. 그러면 국민들과 기(氣)가 통(通)하는 기통(氣通)찬 국가지도자가 되어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될 것이다.

권대봉(사범대 교수, 성인계속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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