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칙 47조 3항 ‘대의원은 자신이 소속된 기구의 의사를 충분히 수렴하여 의사 과정 전반에서 기구를 대표하는 의사를 표명해야 한다.’

  47조 4항 ‘대의원은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하고 회의에 성실히 참여해야 한다.’

 

  올해 열린 7번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위 조항은 충분히 지켜졌을까. 교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제시된 ‘인권침해사건대응세칙’은 두 차례의 전학대회가 열렸음에도 의결 정족수 미달로 논의조차 진행하지 못한 채 무산됐다. 전학대회 참석은 대표자의 의무이자 책임이지만, 대의원들의 책임의식은 이를 따르지 못한다는 지적이 전학대회장 안팎에서 들리고 있다.

 

불완전한 의견 수렴 절차
  전학대회는 학생총회 다음으로 가장 높은 권위를 가진 의결기구다. 학생사회에서 필요한 안건들에 대해 논의하고 의결하는 자리다. 단과대 학생회장은 전학대회에 앞서 단과대운영위원회(단운위) 등을 통해 기층단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학대회에 참여해야 한다. 박희석 정경대 학생회장은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의견 수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희석 회장은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의 경우 정경대 내에서 발생한 만큼 피해자들의 입장과 단운위, 정경대학생대표자회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며 “총학생회장단 탄핵안과 회칙개정은 단운위를 통해 의견을 모았고, 시국선언의 경우 안암총학의 구글독스 링크를 이용해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단과대에서 진행하는 의견 수렴이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나온다. 단운위 등 하위 논의기구에 학생들의 참여율이 낮아서다. 최 모 전 사이버국방학과 학생회장은 여론 수렴 단계에서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건 사실이라 말했다. 최 전 회장은 “기본적으로 학과운영위원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필요에 따라 구글독스 등을 이용해 여론을 수렴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며 “여론 수렴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동욱(문과대 언어12) 씨는 고학번의 경우 대자보나 SNS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만, 과반 단위의 창구를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어 전학대회에서 소속단위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는 잘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동욱 씨는 “고학번들이 자신의 의견을 직접 표출하는 경우가 적다고 하더라도 피드백 등을 통해 의견을 제시한다”며 “의견 수렴 절차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과 차원의 의견 수렴이 다양한 의견을 포괄하진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맹주용(문과대 한국사16) 씨는 현재 의견 수렴 절차에 대해 개인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맹주용 씨는 “과반운영위원회에서 의견을 제시해도 결국 다수의 의견에 따라가게 되는 상황에서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악순환이 이어지면서 참여율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결석에 대한 대응책 필요
  대의원들의 잦은 결석으로 인한 정족수 부족은 전학대회에서 자주 발생했다. ‘고대생 단톡방 언어성폭력 사건’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던 전학대회는 당시 개회 정족수였던 55명이 출석하며 간신히 개회했다. 회칙개정안이 상정된 하반기 정기 전학대회 역시 소집 시간을 50여 분 넘긴 뒤 65명이 출석해 개회했다. 당시 회칙개정 의결 정족수가 71명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대의원들의 낮은 참석률은 학생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신상훈(문과대 심리15) 씨는 대의원들의 결석에 대해 “책임감이 부족한 행위”라며 “대표자들은 자신을 선출한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의결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총학생회칙에는 전학대회 불참 시 대의원에게 청가서 또는 결석계를 제출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시행되진 않았다. 하지만 대의원들의 결석이 이어지자 10월 29일 열린 2차 임시전학대회와 10월 31일 열린 3차 임시전학대회에서 결석계를 받았다. 박세훈 안암총학생회장은 “전임 총학생회들에서 청가서·결석계를 관습적으로 받지 않았으나, 출석률이 낮아 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임시 전학대회 당시 의장들이 결석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대의원들의 참석률은 주로 고연전이 끝난 후 급격히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다. 상반기 전학대회 출결사항은 고연전 자리 배치 등에 영향을 주는 반면, 하반기 전학대회는 참석을 독려할만한 요인이 없기 때문이다. 송주황 전 보과대 학생회장은 “회의 참석에 강제성이 없는 이상 대의원들의 책임감에만 맡기는 것은 어렵다”며 고연전 이후의 출석률을 다음 해의 입실렌티 입장순서 및 자리배치 등에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원상 의과대 학생회장은 서울대의 예시를 들며 “지각·조퇴·결석 사유를 전부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는 총학생회 홈페이지를 통해 각 대의원들의 지각·조퇴·결석 사유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적 강제성보다 대의원의 인식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민정 애기능동아리연합회 회장은 “참석을 강제하는 방안을 만든다면 출석률은 올라가겠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할 것”라고 말했다. 박세훈 회장은 “전학대회 참석률을 높이기 위해 차기 안암총학에서도 청가서·결석계를 받도록 인수인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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