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침묵하던 보수가 깨어나는 것이 아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법이 국회에서 통과했지만, 반대를 던진 의원은 모두 새누리당이었다. 그동안 비교적 조용했던 새누리당 의원은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며 국민들을 자극하고 있다. 자칭 보수애국 세력은 핸드폰 문자와 카카오톡 등을 통해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백 만 촛불 앞에서 ‘대통령은 죄가 없다’를 외치겠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예측한 듯, 박근혜 대통령이 빠른 태세전환으로 국정 전면에 나섰다. 

  대통령이 청와대에 스스로 유폐된 채 찾는 건 자잘한 미꾸라지들이다. 맑은 물일지라도 미꾸라지 몇 마리 풀어놓으면 흙탕물 되는 건 금방이다. 맑은 물, 커다란 웅덩이도 단숨에 흙탕물로 만들어 낼 미꾸라지들은 실개천 밑바닥에서 분위기를 살피고 있었다. 12일 광화문에서 보였던 국민 대통합을 흐릴 작은 미꾸라지 한 마리도 아쉬운 것이 대통령의 처지다. 

  벌써부터 보수단체는 박근혜 대통령의 반헌법적 활보에 ‘그럴 수도 있다’는 감정적 동조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정권 초기 국정농단의 또다른 주체였던 보수 언론지에선 정윤회 씨가 ‘연약한 여성’이란 표현으로, 대통령의 변호인은 ‘여성의 사생활’이란 표현으로 대통령에 동정표를 유도하고 있다. 

  이 모습 낯설지 않다. 2년 전 이른 봄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 때 그 미꾸러지들의 행동과 매우 유사하다. 세월호 사고에 함께 눈물을 흘리는 척하며 개천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있던 보수단체는 ‘세월호 특별법’이 등장하자마자 본질을 흐렸다. 정부의 비리와 무능력으로 뒤범벅 된 세월호 사건을 엄정 수사해야 한다는 본질은 ‘국정 운영에 발목을 잡는’ 일부 세력의 요구 정도로 폄훼됐다. 2년 전 미꾸라지들은 청와대가 뿌려준 미끼에 기뻐하며 하찮은 꼬리를 거세게 흔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2년 전 가장 컸던 미꾸라지가 몸을 사린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연약한 손은 보수언론이란 거대한 미꾸라지를 제대로 붙들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의 대통령에 대한 반발이 거셈에도, 대통령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야당 덕분에 미꾸라지들이 활개 치는 시기가 시작됐다. 2년 전과 상황이 똑같이 흘러간다면 물은 몇 십 년이 지나도 깨끗해지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속 시원히 그물 하나 들고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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