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미국 신정부의 대외통상정책과 우리의 대응전략'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트럼프의 당선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다. 예상치 못한 트럼프 승리에 주식 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세계 각국은 빠르게 대비책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우리나라도 변화의 흐름을 피할 수 없다. ‘미국 신정부의 대외통상정책’ 세미나 패널토론에서 세 명의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한국 경제에 대해 각기 다른 대응책을 내놨다.

윤경호 매일경제 논설위원
  사실 트럼프는 NATO에 대해선 재협상이란 표현을 직접 썼지만, 한미FTA에 대해선 ‘일자리를 빼앗는다, 재앙이다’라는 우회적인 말을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FTA를 재협상한 적이 있다. 그리고 미국이 맺은 양자의 재협상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우리도 그래야 한다. 재협상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어떤 것을 요구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한미FTA를 통해 한쪽만 이득을 얻는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하지만 재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카드를 숨겨놨다가 미국이 얘기를 꺼낼 때 내밀면 된다.

  FTA의 최고단계는 인력과 자본이동이다. 미국은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해 인력이동을 무제한으로 풀었다. 이른바 전문직 비자 쿼터를 제공한 것이다. 만약 재협상을 한다면 트럼프가 이민정책을 언급했듯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풀어놓은 인력이동 부분을 내세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긍정적인 기회가 열릴 수 있다. 우리가 한미FTA에서 얻지 못한 것이 전문직 비자 쿼터이다. FTA가 체결되면 관세가 없어지고 그에 따라 미국은 양자체결국가에 전문직 비자 쿼터를 부여할 수 있다. 우리는 관련 법안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제출됐다가 아쉽게도 폐기됐다. 만약 미국이 멕시코와 캐나다와의 FTA에서 이 부분이 다뤄진다면 우리에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시대에 들어서 미국 의회를 상대로 하는 통상외교가 더욱 중요해졌다. 이미 상하원의 절대다수가 공화당이다. 미국은 통상문제에 관해선 의회의 권한이 크다. 우리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단독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대미 외교에 나서야 한다.”

강준하 통상정책심의관
  “트럼프의 선거공약과 실제 집권 후 트럼프 정권에서 추진될 정책이 같을지가 문제다. 또한, 현재 상하원도 공화당이 석권했는데, 기존 공화당의 정책과 행정부, 의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살펴봐야 한다. 트럼프는 당선 후 후보자 시절의 말과 행동과는 달리 진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보자 시절의 트럼프와 대통령의 트럼프는 다를 것이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트럼프가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더는 진전될 것 같진 않지만, TPP가 소멸할 것인지는 확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오히려 우리에겐 TPP에 참여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TPP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는 멕시코, 일본 등과 FTA를 추진할 수 있다. TPP와 대비되는 것으로, 알셉(RCEP)이라는 다수의 협상국이 참여하는 Mega FTA가 있다. 다자간 FTA인 알셉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호주, 인도, 뉴질랜드 등 16개국의 역내 무역자유화를 위한 협정이다. 지금까지는 TPP의 위세에 눌려서 알셉이 조명을 받지 못했지만, 트럼프 당선 이후 상황이 바뀌면서 알셉에 대한 접근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생겼다.”

한국개발연구원 송영관 연구위원
  “한국이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은 중국에 대한 수출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나라 무역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그런데 중미 관계가 악화돼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지면 중간재 수요가 줄어 우리에게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외환시장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는 것뿐이다. 트럼프의 당선은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 위주의 성장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았기 때문에 국내의 부족한 수요를 외국 수요로 메우면서 성장했지만, 지금은 외국 시장의 변수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 스스로 내부적으로 수요를 증대시켜 내부의 공급이 이뤄지는, 생산과 공급의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수출 정책은 그만둬야 한다. 내수시장에서 자생력을 확보한 경쟁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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