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는 금융시장의 '도드-프랭크'법 폐지를 통한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사진출처 | Flickr

  미국 트럼프 정부의 대외통상정책의 핵심은 대중국 무역 불균형을 개선하는 것이다. 미국, 중국 등 이른바 G2의 통상 갈등은 대중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16일 본교 미래성장연구소와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미국 신정부의 대외통상정책과 우리의 대응전략’ 세미나에선 미국의 새 행정부가 취할 통상정책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내외 영향으로 공정무역 강화
  한국무역협회 제현정 연구위원은 ‘미국 신정부의 대외통상정책’ 강의에서 “미국의 통상정책은 보호무역의 성향이 짙어지고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신정부 통상정책은 크게 외부적, 내부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외부적 요인은 중국의 고속성장이다. 한국무역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1998년의 GDP 비중은 미국이 28.9%, 중국은 3.3%로 큰 격차를 보였지만 현재 그 차이는 7%대로 줄었고, 2021년에는 차이가 5%대로 좁혀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중국 내 과잉 생산물이 전 세계로 수출돼 미국의 2015년대 중국 무역수지는 사상 최대치인 37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내부적 요인은 미국 국민 사이에서 무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확산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역이 일자리와 임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20%에 불과했다. 제현정 연구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무역을 주창한 나라가 미국이지만, 무역의 혜택을 평등하게 분배하지 못해 국민의 불평이 쌓였다”며 “일자리 문제가 무역 혜택의 분배뿐만 아니라 수요의 변화와 기술발달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국가 바깥으로 책임을 돌리기 위해 무역에 대한 불평의 화살을 날린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내외적 영향이 미국의 통상정책을 공정무역(fair trade, 생산자에게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끌 것이라 예상했다. 제현정 연구원은 “트럼프가 제시한 7가지 통상 관련 계획에서 기본적인 방향은 자유무역과 공정무역이지만, 앞으로는 주로 공정무역에 집중돼 수입규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수입 규제방안으로는 덤핑(자국에서 통상적으로 거래되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것) 상품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를 적용하는 방식이 있다.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는 USITC(미국국제무역위원회) 상무부가 실시하는데, 피조사 기업들은 상무부에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피조사기업이 자료를 제공했는데도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상무부는 따로 입수할 수 있는 자료에 따라 덤핑마진을 산정한다. ‘불리한 가용정보(AFA, Adverse Facts Available)’의 활용이 강화될 시, 피조사 기업은 필요한 자료를 기한 내에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사 당국인 상무부가 ‘불리한 이용 가능 정보’를 활용하고, 결정에 대해 피조사 기업이 법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이런 규제의 주목표는 중국이지만, 한국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무역규제 조치가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져 이를 수입하는 한국에도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현정 연구원은 “미 상무부는 AFA 규정을 공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감시와 수입규제 등은 모두 중국을 노리는 것이지만, 수단 및 정책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적용되므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美 재정정책, 한국엔 기회 될 수도
  트럼프와 공화당의 재정정책 공약은 인프라 투자, 군비 투자, 감세 등이다. 트럼프는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와 4500억 규모의 군비 투자 등 재정지출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한, 감세 부분에선 소득세 면제 최고세율과 법인세 인하, 상속세와 증여세 완전 폐지, 해외에 공장이 있는 기업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오프 쇼어링(Off-Shoring)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 신(新)정부의 정책 방향 : 금융, 재정 이민정책’ 강의를 맡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원기 박사는 “공화당의 정강 정책은 트럼프와 차이가 있다”며 “공화당은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재정지출 확대를 말하는 트럼프와는 온도 차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책 부분에서 트럼프는 금융시장의 ‘도드-프랭크 법(Dodd-Frank Rule)’ 폐지를 통한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도드-프랭크 법은 2008년 발생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7월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개혁 법안이다. 이 법은 거래를 제한하기 위해 은행의 업무영역을 엄격히 구분해 상업은행, 투자은행이 각자 자신의 업무만 하도록 제한한다. 트럼프는 이를 폐지하겠다고 줄곧 주장했다. 김원기 박사는 “트럼프의 경제참모는 대부분이 월가의 헤지펀드 CEO 출신이기 때문에 금융규제완화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재정정책 공약은 큰 문제가 있다. 미국연방예산위원회(CRFB)의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의 모든 재정정책 공약이 시행될 시 국가부채와 GDP의 비율(국가부채/GDP)이 105%가 된다. 지출을 늘리고 감세도 진행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국채를 발행해 빚으로 국가를 운영하는 수밖에 없다. 김원기 교수는 “공약대로라면 대규모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발생하는, 쌍둥이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무역적자가 심화되는 경우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감세정책은 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줘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다. 공약이 시행된 후 세후 소득 변화를 예측해보면, 상위 1%는 10%의 감세 혜택을 받지만, 하위 80%는 2%의 감세혜택조차 받지 못한다. 김원기 교수는 “저소득층의 소비를 늘려야 할 시기에 감세가 고소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소득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조 원의 인프라 확충 같은 트럼프의 공약실행에 따라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김원기 교수는 “자국 기업에 우선해서 이점을 주는 ‘Buy American Act’ 등의 규정들을 고려함과 동시에, 전통적인 제조업 및 화석에너지산업 지원 등의 기회 요인을 잘 살펴 협력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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