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스트레스 공화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정신건강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OECD 국가 중 인구 보정 자살률이 최근 12년 동안 지속적으로 1위를 하고 있는 것만 봐도 얼마나 큰 문제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생각들을 많이 하고 있다. 2011년에 실시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의 결과를 보면 정신질환을 경험한 국민들 중 단 15%만이 정신건강 관련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인식 부족 그리고 제도적 차별이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우울증을 잘 치료하는 것은 자살 예방 사업의 가장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중앙심리부검센터에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자살자 121명의 유가족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부검면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88.4%가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었고, 그 중 우울증이 80명으로 가장 많은 빈도로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국가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자살 예방 사업들 역시 우울증을 조기 진단하고 치료에 있어서 어려움을 줄일 수 있는 여러 가지 도움을 제공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울증의 치료율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단지 항우울제의 처방만을 늘린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고 기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우울증은 그 원인이 매우 복잡하고, 생물학적 원인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원인이 다각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나타나는 질병이다. 그러다보니 약물 치료만으로는 60% 정도만 반응하게 되고, 완치율은 30~40%에 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약물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대인관계치료, 가족치료 등과 다양한 심리사회적 치료 요법을 함께 사용하여 치료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한 항우울제 처방의 반복만이 아닌 우울증에 대한 포괄적인 평가와 정신 역동을 고려한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울증이 자살 위험률을 높이다보니 치료 기간 내내 자살 위험에 대한 적극적인 평가와 대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울증이 호전되는 과정에서 오히려 자살 위험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치료 시작 시기에 자살 위험을 평가하는 것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자살에 대한 전문적인 대처를 진행해 나가야만 한다. 이러한 대비가 없이 단순한 약물 처방만을 반복하는 것은 우울증의 치료도 잘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살 예방을 하는데 있어서도 그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는 없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감정에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고 처음 우울증으로 진단받는 사람들 중 일부는 양극성 정동 장애의 우울기에 해당하는 사람들인 경우도 있다. 따라서 우울증의 특성과 항우울제의 특성 때문에 치료 중간에 조증으로 전환하거나 정서 불안정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자살 위험도 높아지게 되고, 조증기의 여러 가지 행동 문제들로 환자와 가족들은 크게 고통을 받게 되고 이에 따른 사회경제적 손실도 커지게 된다.

우울증 치료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돕는 것은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전문의 제도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2016년 초 정부의 정신건강증진 대책 발표에 나온 것처럼 일차진료영역에서 우울증을 잘 선별하여 지속적이고 보다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정신건강의학과로 의뢰하는 체계가 잘 운영되게 노력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확실히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이 비슷한 수준의 선진국들에 비해 큰 편이다. 어려움이 있다면 그 어려움을 해결하고 발전해 나갈 노력을 해야지, 어려움이 있으니 퇴보하고자 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닐 것이다. 우울증과 다른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을 줄여나가고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을 고취시켜 나가는 것이 앞으로 국민 건강을 위해 가장 우선시 될 문제일 것이다.

홍나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기획위원회 간사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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