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유기동물을 위해 헌신하는 이들이 있다. 유기동물의 눈빛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래서 오늘도 아이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 부대끼는 사람들. 그들은 동물들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며 오늘도 두 팔 걷어 올린다. 별 수놓인 그 눈에 다신 눈물이 고이지 않도록.

▲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 사진 | 김주성 기자 peter@

#1 유기묘입양카페 '지구별고양이'
짤랑짤랑. 미닫이문을 열고 카페로 들어서자 곳곳에서 고양이 방울 소리가 들린다. 이대역 근처에 위치한 유기묘 입양카페 ‘지구별 고양이’. 이곳에는 길거리에서 구조된 서른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살고 있다. “잠깐만요 손님! 손 소독하고 가실게요.” 고양이들의 뒷모습을 쫓아 걸음을 재촉하는 손님을 조아연(여·38) 사장이 급하게 잡아 세운다.

지구별 고양이는 손님과 고양이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구별 고양이가 이대역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것은 불과 한 달 전이지만, 입양을 문의하는 손님들은 하루에도 5명이 넘는다. “입양을 문의하시는 손님들께 저는 고양이를 키우면 불편한 점부터 이야기해요. 화장할 때 털이 묻는다든지, 배변 냄새가 무척 심하다고 말씀을 드리면 대부분 그냥 돌아가시죠.”

지구별 고양이의 입양 절차는 까다롭다. 조아연 사장은 입양 희망자의 경제적 능력, 가족 관계, 나이 그리고 가족 모두의 동의를 필수로 체크한다. “대학가 주변이다 보니 학생들 문의가 많아요. 하지만 학생들은 재정적으로 보통 여유롭지 못하다 보니 입양보다는 임시보호를 추천해드리는 편이에요.” 손님들에게 다정한 조 씨도 입양에서만큼은 조건을 하나하나 깐깐하게 체크한다. “얼마 전 저희 집에서 입양을 하려다 왜 이렇게 심사가 까다롭냐며 화를 내신 분도 계셨어요. 하지만 한 번 버려졌던 아이들에게 두 번 상처를 줄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어요.”

카페이기 이전에 입양센터로 운영되는 이곳은 모든 수익금을 길고양이 구조와 치료에 사용한다. “재정적인 부분이 제일 힘들어요. 매달 적자거든요. 어떤 날은 정말 힘들어서 다 포기하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어요.” 조 씨는 눈가를 적시며 말을 이어나갔다. “카페를 정리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입양자가 문자로 사진 하나를 보냈어요. 하늘이라고 가장 말을 안 듣고, 상처도 많이 내고 사람 손도 안타는 아이였는데 운 좋게 입양을 보냈거든요. 그랬던 아이가 입양자 품에 안겨서 자고 있는 사진을 보니까 눈물이 막 나는 거에요.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힘을 얻고 일어섰죠.”

카페 구석에는 노트북을 펼친 채 과제에 여념이 없는 손님이 있다. 앉아있는 손님의 다리 위로 한 고양이가 익숙하게 자리를 튼다. 조 씨는 사람들이 쉽게 고양이를 접할 수 있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픈 시간이면 언제든 들러 커피를 마시고, 고양이와 함께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면 입양도 자연스럽게 진행되니까요. 동물보호소와 카페의 중간 역할이 되고 싶어요.” 

코트에 묻은 고양이 털을 떼어주는 연인의 모습. 고양이가 자기 품에 안겼다며 환하게 웃는 아이. 전기장판 위로 삼삼오오 모이는 솜뭉치 같은 고양이들. 지구별 고양이를 나서며 등 뒤로 조 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손님 잠깐만요! 손 소독하셨나요?”

▲ 사진제공 | 굿보이토토

#2 사회적 활동 프로젝트 그룹 '굿보이토토'
“견종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개를 번식시키는 사람들은 브리더라고 해요. 이런 브리더에게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문화가 커져야 강아지들이 버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사회적 활동 프로젝트 그룹 ‘굿보이토토’의 고귀현(남·30) 활동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올해 여름. <TV 동물농장> 강아지 공장 편을 보고 있던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똥오줌으로 뒤범벅이 된 더러운 철장. 그 속에 갇혀 임신유도제를 먹여가며 새끼를 받아내는 번식업자들의 모습에 시청자는 분노했다. 굿보이토토의 활동가들도 비윤리적이고 비위생적으로 운영되는 강아지 공장을 보며 깊은 문제의식을 느꼈다. “강아지 공장은 강아지를 물건처럼 쉽게 사고 파는 소비구조에서 시작돼요. 인터넷에서 예쁜 강아지들을 보고 갖는 즉흥적인 구매욕구 때문에 펫샵에서 강아지가 판매되고, 이 수요를 채우기 위해 강아지 공장이 생겨나는 거죠.”

굿보이토토는 강아지 입양의 올바른 대안으로 ‘윤리적 브리더를 통한 입양’을 제안했다. “브리더에게 입양을 받는 문화가 늘어나면 강아지 공장의 확산을 막을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전문적인 지식과 신념을 갖고 일하는 소위 ‘굿 브리더’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죠. 그래서 저희는 넉 달 동안 직접 발로 뛰며 굿 브리더를 찾아 나섰습니다.”

전국 200여 개의 번식장을 돌며 때로는 개장수인 척 접근하기도 하고, 늦은 밤 주인 몰래 조사를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선정된 굿 브리더는 전국에서 총 7명. 강아지 공장에 비하면 입양비가 몇 배는 비싸지만, 양심과 사명감으로 윤리적인 사육을 하는 브리더들을 만날 수 있었다. 굿보이토토는 크라우드 펀딩 후원을 통해 직접 선정한 7명의 굿 브리더들을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소책자를 만들었다. 또한,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는 기본 지식서도 함께 제공했다.

고귀현 활동가는 브리더를 통한 입양 문화 확산이 즉흥적인 강아지 구매를 줄이고, 이는 유기 방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강아지를 데려오기 전엔 고민의 과정이 필요해요. 강아지가 예쁘다고 데려와 놓고 혼자 두는 시간이 많아지면 분리 불안이 생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면 사람과 트러블이 생기게 되고 그게 유기 문제까지 이어져요. 브리더를 만나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후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동물을 유기하는 행동들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될 거에요.”

▲ 사진제공 | 드로잉 작가 온정

#3 드로잉 작가 온정 '드로잉의 시선'
“버림받은 동물들도 그 눈빛만큼은 맑고 아름답다는 걸 드로잉으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온정’이란 필명을 사용하는 오은정 작가는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환원하고자 그림을 그린다. 그는 유기동물 봉사를 하며 비영리 동물보호단체의 열악한 환경을 알게 됐고, 이를 후원하기 위해 스토리펀딩 형식의 유기동물 입양프로젝트 ‘드로잉의 시선’을 시작하게 됐다. “스토리펀딩은 말 그대로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의 후원이에요. 동물보호단체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사연을 소개하며, 그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오은정 작가는 동물보호단체와 쉼 없이 이야기하고, 자료를 수집하며 프로젝트를 이어나간다. “아이들의 사연을 정리하다 울고, 그림을 그리다가 울기도 해요. 사연을 소개하며 객관적인 감정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소모가 상당해요.”

매회 세 마리의 사연을 소개하는 ‘드로잉의 시선’ 프로젝트는 총 10회까지 진행된다. 프로젝트를 통해 소개된 여러 사연들 중 그는 휠체어 탄 강아지 ‘탄이’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탄이는 과거 어느 학교 학생들이 학교를 오가며 길렀던 마당견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지만, 유기견이었기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고 그대로 두 다리를 영영 잃게 됐죠.”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탄이는 지금 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수년째 보호소에서 새로운 가족의 품에 안기길 기다리고 있다. 

그의 손을 거쳐 하나씩 소개되는 유기동물 이야기에 후원자들은 성원으로 답했다. ‘드로잉의 시선’은 현재 5회의 연재가 남았음에도 이미 목표 후원금을 300% 넘게 도달한 상태다. “봉사라고 생각하면 아마 못했을 것 같아요. 내가 가진 그림과 글쓰기 재능을 세상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싶었기에 고된 작업의 연속이어도 펜을 들 수 있었어요.”

온정(溫情). 그의 필명답게 오은정 작가는 따뜻한 마음으로 오늘도 유기동물의 모습을 그려나간다. “내가 상대의 작은 부분이라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아는 순간, 나 자신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반려동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그들의 예쁜 모습만을 보기보다는 모자란 부분을 채워주는 과정에서 더 행복하지 않을까요?”

▲ 사진 | 조재석 기자 here@

#4 유기견입양카페 '이리오시게'
성남시 분당구에는 특별한 지하 카페가 있다. 이중, 삼중으로 설치돼 있는 보호문을 하나씩 열며 계단을 내려가면 수십 마리 강아지들이 짖는 소리가 들린다. 왈왈. 컹컹. 허리가 제법 긴 아이들은 문에 반쯤 걸쳐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 방문자를 환영한다. “안녕하신가. 반갑네. 이곳은 성남의 유기견입양카페 ‘이리오시개’ 일세.”

지자체 보호소에서 안락사 대상에 있던 유기견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이리오시개의 임송주(여·29) 사장이다. “여기에 있는 아이들은 모두 보호소에서 직접 데리고 온 아이들이에요.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을 외면할 수가 없었어요. 제가 그 눈길을 뿌리친 채 돌아서면 며칠 뒤 세상을 떠나는 거니까요.” 철창에 갇혀 임 사장을 애절히 바라보던 아이들의 두 눈은  이제 호기심 가득한 눈망울로 변했다.

‘이리오시개’를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는 유기견은 한 달에 30마리 정도다. 임 사장은 입양 희망자들에게 중성화 수술과 동물등록을 위한 마이크로칩 내장을 약속받아야만 입양서를 작성한다. “간혹 꺼리시는 분들도 있지만, 중성화 수술이나 마이크로칩 내장은 필수에요. 중성화 수술은 발정으로 인한 반려견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마이크로칩으로 동물등록을 해두면 아이가 다시 유기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거든요.”

꼼꼼히 절차를 밟고 입양을 보내지만 끝내 파양돼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생긴다. 그럴 때마다 임 사장은 파양된 아이가 더 좋은 가족을 만나도록 더욱 마음을 쏟는다.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입양 갔던 아이들이 파양될 경우 더 이상 보호하지 않고 안락사시켜요. 하지만 보호소와는 달리 저희는 다시 가족을 찾을 때까지 보호할 수가 있는 거죠.”

안락사에 처할 위기에 놓여있던 유기견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이리오시개’의 아이들은 활발하다. 입양카페를 찾는 손님들의 신발 주변엔 반쯤 찌그러진 공이 굴러다닌다. 유기견들이 공 던지기 놀이를 하자며 손님들에게 공을 물어 나르기 때문이다. “유기견이라고 해서 다 아프고 늙은 아이들은 아니에요. 오히려 대부분 건강한 상태죠. 유기견이라 생각했을 때 쉽게 갖는 오해라 생각해요.” 임송주 사장은 웃으며 말했다. “선입견 없이 직접 카페를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아이들의 순수한 눈에 반하실 거 에요.”

▲ 사진 | 조재석 기자 here@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