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유기동물 수 8만 마리
돈만 내면 데려올 수 있는 절차
반려인, 올바른 입양 인식 필요
 
무분별한 판매·번식 규제돼야
생명 윤리문제로 유기행위 봐야
동물과 사람은 공존하는 존재
 
전국적으로 매년 9만 마리의 동물들이 길가에 버려진다. 길거리에서 죽거나, 식용으로 끌려가거나, 개인에 의해 구조되는 경우는 제외된 수치다. 도시를 전전하던 유기동물들은 보호센터나 119구조대에 의해 포획된다. 유기동물들은 보호센터에서 입양을 기다리다 끝내 원치 않는 죽음을 맞이한다.
 
TV와 인터넷에서는 작고 귀여운 동물들의 모습이 끊임없이 노출된다. 누군가는 동네 펫샵 유리 견사에 진열된 강아지를 손쉽게 구매한다. 강아지 공장에서는 강아지를 끊임없이 생산해내고, 이에 비례해 버려지는 유기동물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바야흐로 반려동물 1000만 시대다.
 
▲ 그래픽 | 조재석 기자 here@ 사진출처 | pixabay
‘살아있는 쓰레기’가 된 반려동물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며 반려동물들은 또 하나의 가족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인구의 수가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지자체들은 길가에 버려지는 유기동물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의 경우 작년 한 해 동안 9000마리에 가까운 동물들이 유기됐다. 휴가철에는 유기되는 동물의 수가 더욱 급증한다. 올해 7월과 8월에는 다른 달에 비해 유기동물 발생률이 30%가량 증가했다. 휴가지로 데려갈 수 없거나, 맡아 줄 사람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동물구조단체 관계자는 “보통 연휴 철이나 명절 때 많이 버려지고 있으며, 여름에 더워서 문을 열어 놓고 있을 때 나간다거나 산책 나갔다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유기동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동물보호센터는 전년 대비 감소했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동물보호센터는 300여 개이지만 대부분이 위탁업소이며, 운영 인력은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유기동물 발생량에 비례하는 처리비용은 128억 원으로 작년보다 23% 증가했다.
 
쉬운 유기로 이어지는 쉬운 입양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즉흥적인 입양 △소유주의 책임의식 부재 △동물 번식업 규제 미비 등을 꼽을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 입양을 위해 펫샵을 찾는다. 펫샵에서는 비용만 지불한다면 별다른 절차 없이 동물을 데려올 수 있다. 익명의 동물보호단체 활동가는 “입양 전 동물을 데려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내가 얼마나 희생하고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며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교육 프로그램 등을 펫샵에서 의무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을 버려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소유주의 판단 또한 유기의 원인이 된다. 현행법에서는 유기동물에 관해 ‘공공장소에서 소유자 없이 배회하거나 종이 상자 등에 담겨 내버려 진 동물’로 불분명하게 정의하고 있다. 대전시 농생명산업과 반려동물보호팀 유상식 팀장은 “유기 행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해 법령상의 분명한 정의가 필요하며, 유기 행위를 생활 질서 위반의 차원이 아닌 생명윤리 파괴의 관점으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강아지 공장 등 무분별한 번식업을 규제하지 못해 유기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김혜란 이사는 “우리나라는 동물을 생산하는 번식장도, 판매하는 펫샵도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 않다”며 “여기에 입양에 대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반려인까지 더해져 오늘날 유기동물의 수가 급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인식의 변화 필요
지난 10월 31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유기동물 방지 및 보호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진행됐다. 토론회에 참가한 각계 패널들은 유기동물 처우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해외 사례를 소개했다. 명보영 수의사는 “독일의 경우 정부에서 동물보호법 등 강력한 법을 제정하고, 유기동물 관련 업무는 동물보호단체가 일임받아 진행하는 형태”라며 “판매업과 번식업에 대한 정부의 관리가 엄격해 자연스레 동물보호소 입양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발제를 맡았던 박재학(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독일에선 개 세금이 있다”며 “시와 군 마을 단위로 1마리당 세액을 내야 반려견을 키울 수 있고, 베를린의 경우 동물 보호시설에서 데려온 강아지는 1년 차에 면세가 된다”고 말했다.
 
대만은 우리나라보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의 역사가 20년 정도 빠르다. 대만도 우리나라처럼 개 식용 문화가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 동물보호단체의 지속적 요구로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했다. 또한, 등록이 되지 않은 동물을 거래하거나 양도할 시 최고 8000만 원의 벌금형이 가해진다.
 
정부의 법규절차에 따른 규제와 더불어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계속 나오고 있다. 평화와생명동물병원 박종무 원장은 “무엇보다 사람과 동물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인지해야 한다”며 “동물을 하나의 생명체로서 윤리적으로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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