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4년에서 길게는 10여년. 우리가 머물게 되는 고려대학교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 박영재(문과대 한국사15) 씨가 고려대의 항쟁혼이 깃든 사진을 자랑스럽게 들고 있다. 사진 | 이민준 기자 lionking@

  박영재(문과대 한국사15) 씨는 고려대학교 역사에 푹 빠져있다. 본교에 입학 했을 때, 호기심으로 학교를 알아보고자 했던 그가 지금은 전문가 수준이 됐다. “생각보다 사발식의 역사가 얼마 되지 않은 거 아세요? 제가 60년대 학번 선배를 인터뷰 한 적 있는데 그 때는 사발식이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박 씨는 남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역대 총장들의 언행 하나하나까지도 꿰고 있었다. “저는 김준엽 전 총장님이 좋아요. 열악한 80년대에 학생들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셨거든요.

  80년대는 전두환 군사정권이 장악하고 있을 때였어요. 이 때 학생들이 수업과 시험을 거부하며 저항했는데 몇몇 교수들과 다르게 김 총장님은 학생들과 같이 항거하셨어요.” 김준엽 총장의 이야기를 할 때 박영재 씨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김 총장님은 학생들이 경찰에 체포되지 않도록 보호도 하셨고, 학생들을 제적하라는 요구에도 불응하며 노골적으로 반항하셨죠. 결국 강제퇴임을 당하셨고 이후에는 전두환에게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이유로 총리직 제의를 2번이나 거절하셨습니다.”

  고려대 하면 생각나는 연세대와의 비교도 놓치지 않았다. “세브란스 의학 전문학교(현 연세대 의대)와 다르게 경성여자 의학 전문학교(현 고려대 의대)는 여성을 위한 한국 최초의 전문학교였어요. 여성이라고 해서 의학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기회를 제공했어요. 어때요? 고려대가 연세대보다 더 뛰어나 보이지 않나요?”

  박영재 씨는 최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미래대학 설립 등으로 다시 활발해진 학생운동의 모습을 보며 과거와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과거에는 모든 활동이 조직으로 이뤄졌어요. 위에서 명령을 내리면 아래에서는 따르는 상명하복의 모습이었죠. 하지만 최근에는 학생 개개인이 사회 문제와 정책의 잘못된 점을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시위에 나서요. 시위의 방향이 아래에서 위로 변한 거예요.” 그는 백주년기념관의 공간도 학생운동으로 되찾아온 사례라고 말했다. “백주년기념관 4층의 대 열람실을 학생운동으로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원래는 학교 측에서 사용하려고 했는데 우리들의 힘으로 되찾아온 거예요.”

  박영재 씨는 본교의 역사뿐 아니라 현대사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역사 말고도 현대사 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미디어가 터뜨리고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을 보고 현대 사회를 결정하는 것은 미디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디어가 영향을 끼친 다른 사례도 한번 찾아보고 싶어요.”

 

글 | 류승현 수습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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