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작년 기준 미국의 스포츠 시장 규모는 한화로 약 37조 6500억 원으로 미국 내 자동차산업의 규모보다도 크다. 중국도 스포츠 시장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스포츠에 소비하는 중국 국민들의 소비심리를 파악해 10년 뒤 시장규모를 850조 원 이상으로 키울 계획이다.

  스포츠는 이제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으로 경제적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투자대상이 됐다. 국내 스포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세계 여러 나라들의 스포츠 시장 투자 트렌드를 읽고 국내에 적합하게 적용해야한다. 지난달 30일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한국 스포츠 산업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2016 스포츠산업 글로벌 컨퍼런스’가 열렸다. 메이저리그(MLB) 부사장 등 한국, 미국, 일본, 캐나다의 스포츠시장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 스포츠 시장의 발전에 관해 발표했다.

팬들에 호감 가는 스토리텔링 갖춰야
기조연설에서 메이저리그 부사장인 크리스 박(Chris Park)은 미국의 사례를 통해 한국 프로 스포츠 산업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다. 먼저 박은 “디즈니(Disney)가 메이저리그의 관련 기업들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며 “스포츠와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기업들도 이제 스포츠 시장에 관심을 보고 있다”고 현 투자 흐름에 대해 말했다. 박 부사장은 팬을 위해 유행을 타지 않는 스토리텔링 방식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메이저리그는 근본적인 팬의 기반을 증가시키려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팬들에게 가장 호감이 가는 스토리를 정해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좋은 스토리를 확보하는 것 이상으로 스토리를 얼마나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지도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팬들의 행동양식에 맞춰 투자해야
미국프로축구 선임이사인 찰리신(Charlie Shin)은 미국프로축구 시장의 급격한 성장 비결과 팬 친화적인 투자 시스템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프로축구는 20년 전 리그 내 구단숫자가 10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0개로 늘어났고 팀의 가치는 수십 배, 선수들의 연봉은 5배 이상 올라갔다. 신은 “미국에서 스포츠 리그들은 반독점 규제에서 예외 대상”이라며 “그들만의 폐쇄적인 시장을 만들게 됐지만 오히려 이를 통해 리그 차원에서 비용를 관리하고 매출을 공유해 더욱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보다 팬을 위한 투자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그는 최근 스포츠 리그들이 다른 기업들과 맺는 계약을 예로 들었다. 최근 트위터와 계약한 미국 미식축구(NFL)는 트위터를 통해 경기를 볼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쉽게 소통할 수 있다. 신 이사는 “팬들이 즐기는 디지털 플랫폼을 미리 파악해서 그들의 경험을 더욱 더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일 협업해 하나의 스포츠 시장으로
J리그 상무이사 나카니시 다이스케(Nakanishi Daisuke)는 J리그 성장세의 원인을 분석하고 한국, 일본, 중국이 스포츠 시장 확대를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설명했다.

다이스케는 “1993년도에 출범한 J리그는 10개 구단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3부리그까지 운영될 정도로 커졌으며 구단수도 53개로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J리그를 발전시키기 위해선 자국민의 특성을 가장 먼저 파악했다. 일본인들이 인터넷 서비스를 쉽게 이용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다는 점을 파악해 인터넷으로 중계권을 빠르게 전환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더 많은 발전을 위해선 한국, 일본, 중국이 중심이 돼 하나의 큰 스포츠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이스케는 “독일과 프랑스는 약 500명 정도의 유망한 축구 선수를 교환하는 유스 교환 프로그램이 있다”며 “이런 시스템을 동아시아에 보급해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시장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시장 확대를 위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더 큰 규모의 토너먼트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이스케는 “한국, 일본, 중국리그를 합하면 유럽리그에 대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 시장 밖으로 자본이 유출되지 않도록 아시아리그는 자체성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장 환경도 팬들에 친화적이어야
스포츠시설 전문 업체인 파퓰러스의 수석원장 앤드류 제임스(Andrew James)는 스포츠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경기장 조성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에겐 최고의 경기 환경을, 팬들에겐 가장 가깝게 느껴지는 경기장을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제임스는 경기장 안에 적절한 현대기술을 접목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명을 이용해 균일한 잔디성장을 유도하는 것, 웸블던 테니스 구장의 지붕이 소음 없이 8분 안에 닫히는 것, 경기장 어디를 가도 WIFI가 터지는 것 등을 예로 들었다. 실제 웸블던 구장의 지붕은 습도가 균일하게 유지돼 경기 중 환경변화를 느끼지 않고 온전히 경기에 집중할 수 있다.

제임스는 궁극적으로 혁신적 사고와 기술이 결합된 ‘커넥티드 스타디움(Connected Stadium)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팬들이 경기 중엔 무엇을 하고 경기가 끝나고는 어디로 가는지 등 모든 행동양식을 파악해 경기장 안뿐만 아니라 경기장 주변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며 “경기장의 모든 곳이 연결되는 커넥티드 스타디움”이 만들어져야 점도 강조했다.

“첨단 기술이 시장 성장에 중요해져”
캐나다 오타와대학교 이원숙 교수는 앞으로 발전될 기술이 스포츠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강의했다. 이 교수는 최근 들어 다시 성장하는 VR 시장의 크기가 4년 안에 30배가량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그만큼 VR 시장의 중요도는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그 예로 페이스북 CEO 마크 주커버그가 가상현실 안경을 만드는 회사인 오쿨루스(Oculus)를 2조 원에 인수한 것을 들었다. 이 교수는 “한국에서도 뜨거웠던 ‘포켓몬 고(Poketmon Go)’는 게임이지만 걸음을 유발하며 운동효과를 냈다”며 앞으로 이와 비슷한 운동효과를 낼 VR 스포츠 프로그램이 많아질 것이라 말했다. 그는 “첨단기술은 현재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스크린 골프와 야구 등에 적용돼 있고 앞으로 많은 종목에 활용될 것”이라며 “앞으로는 팬들의 소비 형태를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스포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