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쌀쌀해질 때 즈음이면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대한민국을 불쑥 찾아온다. 그때마다 정부는 AI의 책임을 야생철새로 돌리고 있다. <대한민국 치킨展>의 저자이자 농촌사회학자인 정은정 씨를 기업계열화 된 공장식 사육을 AI의 또 다른 원인으로 제시한다. 정은정 씨를 만나 AI사태의 원인과 달걀 수입의 이면을 짚어보았다.

- 축산업에서 ‘기업계열화’란 무엇인가.
  “기업의 중앙공급시스템이다. 육계를 예로 들면, ‘계열 주체’인 기업이 계약을 맺은 농가에 병아리를 제공하고, 사료 공장을 운영해 사료를 공급한다. 농가에 의해 35일 동안 키워진 육계를 마리당 400원 정도의 ‘사육수수료’를 받고 출하한다. 하지만 우리가 치킨을 소비할 때는 12000원 정도에 구입하지 않는가.

  기업계열화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들에게 제대로 된 몫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윤을 집적시키려면 누군가를 쥐어짜야 하는데 그것이 생산자이다. 그래서 생산자인 농가는 공장식 사육을 할 수밖에 없다. 결국 기업계열화가 공장식 사육을 부추기는 셈이다. 농민들이 동물을 사랑하지 않아서 공장식 사육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겐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친환경 축산이 이상적인 사육 방식인가
  “시민단체, 환경단체, 먹거리운동단체 등에서 공장식 사육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싸게 식재료를 구매하려고 하면서 공장식 사육만을 비판하는 것은 모순이다. 비좁은 공간에서 밀집 사육을 하는 공장식 사육이 AI 확산을 초래하며, 그 결과 동물에게도 인간에게도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친환경 축산을 강제할 순 없다. 친환경 축산을 하게 되면 현재 공장식 사육에서 닭 4.4마리가 차지하는 공간을 한 마리가 차지한다. 달걀 값이 4배 가까이 뛸 것으로 예상하면 된다. AI로 인한 달걀값 폭등으로 사람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친환경 축산으로 달걀값이 또 오른다면 불만이 더 거세질 것이다. 식재료를 싸게 소비하려고 하면 공장식 사육은 당연히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번 AI 사태를 계기로 먹거리 구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햄버거, 치킨 등 유명한 가맹점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는 먹거리 다양성이 떨어지고 그 지역의 식품문화가 약해지며 공급이 일원화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상적인 사육방식은 결정돼있다. ‘방목’이다. 하지만, 이처럼 소수의 기업이 먹거리 구조를 쥐고 흔드는 사회구조에서 ‘방목’은 지나치게 이상적인 사육방식이라 할 수 있다.“

- 미국산 달걀 구입에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까지 유일하게 수입하지 않은 농수산물이 달걀이었는데, 이번에 계란을 수입하면서 대기업에 물꼬를 터준 셈이다. 6개월 뒤 한국에 있는 병아리가 자라 알을 낳아 국내산 달걀이 생산궤도에 올라올 것이다. 수입 달걀이 계속 들어온다면 국내산 달걀값은 폭락할 것이다.

  계란을 가장 많이 쓰는 수요처인 대기업이 가장 이득을 볼 것이다. 달걀의 껍질을 까서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하는 산업을 ‘난가공산업’이라 한다.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파우치형태로 수요처에 대량을 공급한다. 이번에 수입산 계란이 들어오며 난가공산업 시장이 개방됐다. 이것이 핵심이다. 지금 우리는 수입산 계란이 들어온 것만 보는데 그 이면에는 파우치에 담긴 많은 양의 멸균상태의 난황 난백이 들어 온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것은 유통기한도 길고 깨질 우려도 없다. 이로 인해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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