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 | 김시언 기자 sean@

  4·16세월호참사는 2017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참사 이후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진상규명법)과 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피해지원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두 특별법에 대한 여러 논란이 현재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수습자 가족은 정부가 의무로서 선체를 인양하고 이에 따라 시신을 수습하길 원하지만, 법안에는 반영되지 않는 상황이다.

정부에 인양 요구할 법적인 장치 없어
  세월호진상규명법에는 선체 인양에 대한 정부의 책무가 명시돼있지 않다. 이 경우 정부가 인양 작업을 잠정 중단할지라도 그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은화 엄마’ 이금희(여·48) 씨는 “법안에 정부의 선체 인양 책무가 없어 우리로선 정부에게 인양을 요구하지 못하고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진상규명법에서 선체 인양 작업에 대한 조사는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업무이다. 당시 정부는 해양수산부가 인양 작업을 주관하고 특조위와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해양수산부와 특조위 간에는 정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조위 위원이었던 법무법인 해마루 장완익 변호사는 “특조위는 조사를 위한 한시적인 조직이고 기술적인 문제로 인양 작업 자체를 담당할 순 없다”며 “인양을 주관한 해양수산부에 정보  공유를 요청하면 이유 설명 없이 거부만 해 감시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에 명시된 정부의 구상권을 두고 정부가 선체 인양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구상권이란 타인의 채무를 갚아 준 사람이 그에게 갖는 반환 청구권이다. 통상 침몰한 선박을 인양하는 비용은 침몰에 책임이 있는 자와 선박 소유주가 부담한다. 이에 정부는 2015년 네 차례에 걸쳐 청해진해운 측에 약 1878억 규모의 구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일부 미수습자 가족은 정부가 청해진해운에 세월호 인양 비용을 청구하는 행위가 세월호 인양에 있어 정부의 책무를 인정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조위 상임위원이었던 법무법인 하민 박종운 변호사는 “세월호참사의 주된 원인으로 정부 구조 실패가 인정되기 때문에 세월호참사에 정부 책임도 있다”며 “정부와 청해진해운이 인양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 배상금 못 받을 수도
  미수습자와 유가족을 구분하지 않은 법안으로 인해 일부 미수습자 가족에 대한 배상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한다. 세월호진상규명법과 세월호피해지원법은 유가족과 미수습자를 구분하지 않아 배상금 지급 규정이 일률적으로 적용된다. 현재 일부 미수습자 가족은 배상금 신청은 했지만 가족을 먼저 찾은 후 동의 및 청구서를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윤 엄마’ 박은미(여·47) 씨는 “우리는 아이를 찾는 게 먼저이기 때문에 배상금 동의청구서도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일부 미수습자 가족은 배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세월호피해지원법에 따르면 배상금을 받길 원하는 피해자는 법 시행(2015년 3월 29일) 후 6개월 이내에 배상 및 보상 심의위원회(심의위원회)에 신청해야 한다. 심의위원회가 지급여부와 금액 결정서를 신청자에 송달하고, 신청자가 결정서 수신 날부터 1년 내에 동의 및 청구서(동의청구서)를 제출할 시 배상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피해자 중 단원고 학생들 가족에 대한 배상금 심의는 2016년 6월 30일에 끝났다. 박종운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배상금 기간과 미수습자 수습 여부는 무관하지만 결과적으로 미수습자 가족의 정서를 고려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며 “배상금 기간에 의해 불이익을 당하는 가족이 있다면 미수습자를 구분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이 발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수습자를 구분하는 일부개정안이 발의돼도 동의청구서 기한 내 공포까지 진행돼야 한다. 헌법이 금지하는 소급효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소급효는 법률의 효력이 법률이 시행되기 전에 생기는 일을 의미한다. 예컨대, 미수습자를 구분하는 개정안이 공포되기 전 동의청구서 제출 기한인 1년이 경과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부 미수습자 가족은 배상금 신청을 철회한 게 되므로 법을 개정해 상황을 변경시켜야 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단기간에 개정안 발의부터 공포까지 진행되긴 어렵다.

  배상금을 신청하지 않으면 세월호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팽목항에 있는 미수습자 가족은 가족을 찾아주는 입장인 국가에 소송을 제기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4·16세월호참사 민사소송 소멸시효인 2017년 4월 16일이 지나면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

아무도 미수습자 가족 의견 묻지 않아
  두 특별법에 대한 여러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에는 법 제정 당시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 크다. 특히 세월호진상규명법 제정 당시 미수습자 가족들은 시신 수습을 위해 팽목항에서 지냈었다. 은화 엄마 이금희 씨는 “우리가 가장 원하는 것은 정부의 인양 책무 명시”라며 “하지만 누구도 우리 의견을 물어보지 않았으며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세월호진상규명법에 정부의 선체 인양 책무가 표기되지 않은 데는 당시 상황도 한몫 했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는 특별법 제정 당시 의견 반영을 위해 단식까지 진행했었다. 하지만 가족협의회 측도 정부의 인양을 요구하진 않았다. 진상규명분과장 ‘준형 아빠’ 장훈(남·48) 씨는 “현재로썬 아쉬운 부분이지만 당시에는 누구도 정부의 선체 인양 작업이 지연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세월호참사 피해자와 소통을 거부하는 것이 본질적인 문제다. 가족협의회의는 여야 정당과 피해 가족으로 구성된 3자 협의체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한 바 있다. 또한 당시 국회에 형성된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TF)’ 참관도 거절당했었다. 가족협의회 장훈 진상규명분과장은 “세월호진상규명법은 일부를 제외하곤 세월호참사 피해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더딘 특별법 개정 과정
  미수습자 가족의 입장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개정안은 단 하나이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두 특별법에 대한 일부개정안 중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세월호피해지원법 일부개정안만 선체 인양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한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에도 구상권이 포함돼있어 일부 미수습자 가족들은 정부가 선체 인양 책무를 회피하진 않을까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또한 해당 법안에서 ‘미수습자’ 명시를 추가하지만 피해자에서 미수습자 가족을 구분한 것이 아니어서 배상금 기간과 관련한 문제도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 양재원 보좌관은 “현재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배상금 기간을 해결하기 위해 준비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상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차례로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 본회의 심의·의결, 정부 이송을 거쳐 공포된다. 20대 국회에선 5월 30일부터 두 특별법에 대해 총 8건의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모든 법안이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계류중이다. 세월호진상규명법 일부개정안 3건은 차례로 안건조정위원회(조정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찬성) 하지만 3건 모두 조정위원회 활동기간인 90일 내 조정되지 못해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단계 중 하나인 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두 특별법에 대한 일부개정안이 계속 계류되자 2016년 12월 19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세월호진상규명법 폐지안과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안(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을 새로 발의했다. 사회적참사진상규명법은 2016년 12월 23일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으며(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330일이 걸린다. 중간 단계인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120일 이내), 법제사법위원회 심사(90일 이내), 본회의 상정(60일 이내)이 제한 기간을 모두 소요한다면, 11월 18일이 돼야 본회의에 상정될 수 있어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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