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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만끽하는 풍자 열풍... 높아진 인권감수성 고려해야
자유 만끽하는 풍자 열풍... 높아진 인권감수성 고려해야
  • 박윤상 기자
  • 승인 2017.01.23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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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화문 광장의 풍자 현수막. <타임> 표지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을 모티브로 삼았다. 사진 | 박윤상 기자 prize@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발맞춰 풍자가 되살아나고 있다. 시국가요부터 풍자극, 풍자미술, 풍자코미디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시대와 사회를 비추고 있다. ‘내가 이러려고 ~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라는 문구는 2016년을 마무리하는 희대의 유행어가 됐다. 예술가들은 그동안 억압됐던 표현의 자유가 터져 나온 것이라며 환호했다.

  현재의 한국 사회에서 정치문제는 가장 큰 쟁점이 됐다. SNS상에서 가볍게 다뤄지던 정치풍자는 본격적으로 대중문화계에 등장했다. DJ DOC의 ‘수취인분명’, 산이의 ‘나쁜x’을 비롯한 시국가요가 인기를 끌었고, ‘개그콘서트’, ‘SNL' 등 코미디프로도 정치풍자를 이용한 개그를 선보였다. 연극계는 작년 6월, 21개 극단이 모여 ‘권리장전 2016 검열각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프로젝트에선 정부의 검열 실태를 풍자하는 22개 작품이 공연됐다. 지난 9일 광화문 광장에선 조윤선 장관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본 딴 조형물이 등장했다.

  갑작스런 대중문화계 내의 풍자 열풍에 대해 함돈균(민족문화연구원) 교수는 다음의 세 가지 원인을 꼽았다. 첫째 사회적 억압, 둘째 시대적 유희성, 셋째 통쾌함이다. 함 교수는 “정치비판이 풍자의 형식을 띤다면 현재 그만큼 정치적 억압이 만연함을 의미한다”며 “지금은 진지한 문제를 웃음으로 치환하고 희화화하는 시대고, 그것에 맞게 풍자는 권력의 허점을 짚어내 대중에게 통쾌함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풍자가 너그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작년 11월 30여 개의 여성, 성 소수자, 장애인 단체가 모여 ‘페미니스트 시국선언’을 했다. 이들은 시국 비판에 무의식적으로 여성혐오가 이용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DJ DOC는 ‘수취인분명’의 ‘미스 박’, ‘얼굴이 빵빵’ 등의 가사가 여성비하로 비판받으며 예정돼있던 촛불집회 공연이 불발됐다. ‘강남역 10번 출구’ 방혜린 활동가는 “오래된 여성혐오 문화가 지금의 여성혐오 담론을 만들었다”며 “여성혐오 담론은 사태의 본질을 가리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여성성이 비판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정민갑 문화연구기획자는 풍자에 제기된 여성혐오 문제가 사회의 인권의식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권력에 대한 비판을 아무렇게나 해도 가능했다면, 지금은 풍자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이야기하기 힘들어졌다”며 “이는 젠더적인 측면이나 인권적인 측면의 의식수준이 사회적으로 높아졌고, 그에 따라 고려할 사항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정근 문화평론가는 “풍자의 핵심은 옳고 그름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고 일방적으로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행위는 풍자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풍자가 예술에 속하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해칠 수 있는 지나친 관여는 곤란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현재(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현재의 여성혐오 이분법을 넘어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해라, 말아라’라고 단정하는 것은 검열의 측면에서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DJ DOC가 ‘수취인분명’의 문제 부분을 개사해 공연에 오른 것을 예로 들며 “여성비하를 사용하지 않는 표현 방식을 페미니스트가 정할 것이 아니라, 예술가의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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