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역인력들이 농가현장에서 AI예방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 | 질병관리본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장기화로 접어들자 인체감염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AI 백신을 지금이라도 투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작년 12월 16일 정부는 AI 위기경보를 ‘심각’으로 격상시켰다. 하지만 1월 3일 기준으로 살처분 가금류가 2000만마리를 돌파했고, 10일엔 AI 청정지역이던 제주도까지 야생조류에서 AI가 발견되며 좀처럼 AI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해가 바뀌면서 AI 일일 의심신고 건수가 0~2건으로 현저히 줄었지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설 연휴 대규모 이동을 앞두고 방역당국은 AI의 추가 확산에 초긴장하고 있다.

방역의 핵심, 전문성
  전문성이 모자란 방역이 또 문제였다. 가축방역체계 관리는 거의 매년 일어나는 AI를 대비하지 않는 듯 허술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국회의원이 작년 12월 28일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가축방역관이 단 1명도 없는 곳은 모두 70군데로 지자체 가축방역관이 적정인원대비 51.4%에 불과했다.

  소규모 축산농가 방역을 지원하는 공동방제단이 전국에 450곳이 있지만. 이마저도 전문인력이 확보돼 있지 않다. 정부의 인건비 지원 부족으로 방제단을 계약직으로 꾸려서다. 이에 매년 AI가 발생할 때마다 방역당국은 부족한 방역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군병력·민간인 확보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김현권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아무리 방역을 강화해도 일선 현장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할 인력이 부족하거나 없다”며 “통제와 관리가 어려운 외국인 근로자에게 의존하기보단 전문인력 양성으로 정예 방역단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AI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부터 다시 파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AI가 사실상 토착화됐다는 것이다. 이번에 발생한 H5N6형 AI의 8개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7개는 중국 H5N6형 유전자와 일치하나 복제 효소인 PB1의 유래가 불분명한 것이다. 서상희(충남대 수의학과) 교수는 “중국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가 유입됐지만 PB1유전자는 국내에서 수개월에 걸쳐 재조합 과정을 거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AI의 원인을 철새로만 단정 짓고 있는데 꼭 그렇지만 않다”며 “토착화 관점에서 우리만의 전문적인 AI 원인 분석과 방역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인체감염 가능성, 작지만 무시 못 해
  AI 인체감염은 AI에 얼마나 노출됐는지에 달려있다. AI에 전염된 닭과 오리를 만지지 않더라도, 장기간 AI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사람도 감염될 가능성이 희박하나마 있다는 것이다. AI를 구성하고 있는 HA단백질이 인간의 체내 바이러스 수용체에 부착되면 포유류인 인간도 조류독감에 감염된다. 국내에서 발생한 H5N6형 AI를 포함한 모든 고병원성 AI는 조류 체내 세포의 조류바이러스 수용체(Apha2,3 Sialic Acid)에 잘 부착되는 HA단백질을 갖고 있다. 사람의 경우 인간바이러스 수용체(Apha2,6 Sialic Acid)는 코와 기관지에 있는 반면, 조류바이러스 수용체는 폐의 말단 부분에 존재한다. 따라서 사람이 AI에 감염되려면 폐의 말단 부분까지 AI 바이러스가 도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백만 개 이상 과량의 바이러스에 노출돼야만 한다.

  이에 정부는 일반 국민이 야생조류와 AI 발생농가에 접촉할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AI 인체감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AI 가금류에 직접 접촉한 AI 발생농장 종사자와 살처분 작업 참여자와 같은 현장 노출자다. 질병관리본부는 AI 인체감염 고위험군에 △개인 보호구 착용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접종 △일정 기간 항바이러스제인 타미플루 복용 조치를 내렸다. 이와 더불어 발생 농가 종사자는 마지막 노출일로부터 7일간, 살처분 작업 참여자는 살처분 참여기간과 작업 종료 후 6일간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기준으로 현장 방역에 참여한 외국인 근로자가 2만 명이 넘는다. 이번 AI의 확산과 피해 속도가 빨라 방역 인력이 급하게 더 필요했고 대체 인력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투입된 것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 중 일부가 AI에 감염됐을 때 이를 조기에 파악하는데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11일 정의당이 주최한 ‘AI 농가피해 확산 및 인체감염 우려에 대한 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홍정익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장은 “외국인 노동자를 모니터링 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연락 두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대한인수공통전염병학회 김우주 학회장은 “언어장벽과 불분명한 거주지 등으로 과연 외국인 노동자가 방역당국이 마련한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을 철저히 따를지는 의문”이라며 “혹시나 외국인 노동자가 최근 유행하는 A형 독감과 AI에 함께 감염돼 바이러스 변이가 발생한다면 심할 경우 제2의 메르스 사태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 관리 문제를 두고 부처 간 조율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별 현장 방역 인력에 대한 지침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방역 근로 계약은 각 지자체 축산부서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현장 인원에 대한 인체감염을 관리하는 곳은 질병관리본부다. 질병관리본부 위기대응총괄과 관계자는 “방역인력에 대한 1차 책임은 각 지자체 축산과”라며 “현장 인원 정보를 각 지자체별 보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I 백신투여 논쟁은 계속
  AI 사태가 장기화로 이어지자 가금류에 AI 백신을 투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AI 백신투여를 부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도 AI 백신투여 카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동물백신 제조업체 관계자와 긴급회동을 해 항원뱅크(백신 바이러스를 대량 생산해 냉동 보관한 상태)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AI 백신투여 조치에 있어선 유보하는 태도다. AI 백신의 효용성, 시기성을 두고 논란이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AI 백신은 그 효용성에 있어 아직 검증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 백신투여로 완벽히 AI를 방어하지 못한 사례가 해외에서 발생해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선 H5N1형 AI 백신을 도입했지만 계속 H5N1형 인체 감염과 사망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AI 백신을 투여한 가금류에서 임상증상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백신은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지 바이러스 자체를 제거하지 않는다. 따라서 AI 백신을 맞은 가금류가 아무런 증상 없이 분비물 등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린다는 것이다. 김우주 학회장은 “AI 백신 투여 전엔 가금류가 AI 증상을 보여 인간이 AI를 감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백신 투여한 가금류가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다면 인간이 바이러스 확산을 방치해 오히려 AI 인체감염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백신 개발과 생산에 있어 일반적으로 3개월 이상이 필요해 백신 투여 시기가 사실상 늦어지는 것도 문제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H5N6형 인플루엔자 경우 해당 백신 일부만 개발돼 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완성하는데 5~8주, 검증에서 4~6주로 넉넉잡아 총 석 달 정도 걸린다고 입을 모았다. 백신을 농가로 보급하고 투여할 때면 날씨가 풀려 AI는 자연 소멸한다는 것이다.

  AI 종류가 다양하고 변이성이 높아 백신 생산을 예측하기 힘든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의 경우 연중 연시 AI가 발생하며 H5N1형을 포함해 장기적으로 만연한 AI에 대해서 백신을 투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매번 AI 종류가 다르다. 국내 AI는 2003년을 시작으로 이번까지 총 7번 발생했는데 H5N1형 AI가 4번, H5N8형이 2번, H5N6형은 1번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방역관리과 관계자는 “현시점에선 AI 백신투여보단 살처분 조치에 집중하고 있다”며 “모든 종류의 AI 백신을 갖추고 있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AI를 예측하기 힘들어, 백신투입 결정에 앞서 경제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실제 축산농가에서 AI 백신 투여가 한 달 내로 가능하단 주장도 있다. AI 백신 효용성, 시기성, 경제성 모두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서상희 교수에 따르면 백신은 AI 확산과 예방에 충분히 효과가 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는 비위생적인 환경 속 백신 사각지대를 관리하지 못해 AI 백신을 투여했음에도 감염 환자가 발생한 것이라 주장했다. 동남아시아 국가의 일부 지역은 거주구역과 가축사육구역이 혼재하지만 우리나라는 가금류 사육 농장 구역이 명확하고 위생 시스템을 비교적 잘 갖췄기에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AI 백신도 빠르면 한 달 안에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미 국내 백신회사에서 저병원성 H9N2 AI 백신을 생산하고 있어 백신 제조 기반을 갖췄고, 저병원성 AI 백신과 고병원성 AI 백신의 개발 원리가 유사해 예상보다 빠르게 제조할 수 있다. 서 교수는 백신 생산에 있어 AI 종류를 예측하는 것이 힘들다는 주장에 “국내 AI는 잠복기를 통해 단 한 차례로 끝나지 않기에 AI 예방의 선점 조치로 백신을 투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AI 사태 이전에 6차례 발생한 H5N1형 AI 4번과 H5N8형 AI 2번 모두 차례대로 발생했다. 또한 서 교수는 AI 백신을 맞은 가금류에서 임상증상을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엔 ‘극소수’로 발생하는 경우라며 일축했다. 이어 “맞춤형 백신 제조와 정부의 관리·감시로 그런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며 “인체 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인플루엔자 방어율이 82%였다면 현재 AI 백신은 90%이상 예방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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