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친기즈 기자 oblako@
▲ 사진 | 친기즈 기자 oblako@

- 결혼에 대한 입장과 그 이유는
류지연 | “비혼주의자예요. 결혼은 여성에게 가정의 책임 지우고 여성 개인의 가치를 평가절하한다고 생각해서요. 저는 20대 중반까지 가족의 영향을 받아 여자는 꼭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여자는 왜 결혼을 해서 불합리한 가부장제에 편입돼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됐습니다.”

이창연 | “저도 비혼주의자입니다. 두 사람이 평생 함께 간다는 점에서 결혼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아요. 하지만 결혼이라는 문화나 제도에서 개인보다 가족이 중시되는 점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민선 | “저는 결혼을 꼭 하고 싶다는 입장이에요. 부모님과 주변 친척들의 가정생활을 보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은지’로 이어졌어요. 또 엄마께서 나이가 드실수록 저와 제 동생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저도 5·60대가 됐을 때 자녀가 없다면 외로울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점점 꼭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어요.”

이현욱 | “저는 결혼은 하고 싶지만 현 결혼문화에 문제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자라오면서 보고 배운 방향에 따라 결혼을 할 계획이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결혼을 못 할 가능성도 굉장히 크다고 봐요.”

열심 | “저는 다자연애(polyamory)를 하는 소수자예요. 다자연애는 상대방을 독점하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다른 관계를 인정하는 비독점적 형태의 사랑입니다. 저는 남녀 일대일 결혼만 가능한 소수자 차별적인 결혼제도에 반대해 결혼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 현 결혼 제도와 문화의 문제점은
이현욱 | “결혼은 자기 선택인데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당연시하고 강요돼요. 집에서 서른이 될 때까지 결혼을 못 하면 억지로 선을 보게 한다거나 취직을 하면 친척들이 소개팅을 강요한다거나 하는 것이 대표적이죠. 결혼을 가족과 가족의 결합으로 보는 점도 문제예요. 결혼은 개인과 개인의 인연인데요.”

열심 | “한국의 현 결혼제도는 남성과 여성의 일대일 결혼만 허용하고 있어 소수자의 목소리는 모두 지워져요. 시민결합처럼 소수자의 결합도 인정하는 제도가 생기기 전까지 한국의 결혼제도를 보이콧할 생각이에요.”

- 동거에 대한 생각은
열심 | “저는 현재 애인과 동거하고 있어요. 저의 애인은 한 명이 아닌 만큼 여건이 된다면 여러 명이 함께 살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빌리고 싶어요. 그곳에서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가족을 만들어 살 생각이에요. 이게 결혼제도를 대신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대안의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강민선 | “원래는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어떻게 다 큰 남녀 둘이 결혼도 안 하고 한집에 사냐며 동거를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저는 여전히 동거할 생각이 없지만 지금은 남들이 동거한다고 해도 그들의 문제지 제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데도 여전히 사회에는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특히 여자에게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해 저는 동거를 못 할 것 같아요.”

이창연 | “결혼할 사람들이라면 동거를 필수적으로 하면 좋겠어요. 동거에 대한 시선이 안 좋은 이유는 동거 자체가 안 좋아서가 아니라 사회적 시선인데, 대다수의 사람이 동거를 하면 사회적 인식이 점차 바뀔 거예요. 요즘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는 1~2년 후에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자연스럽게 동거도 더 늘어나지 않을까요.”

- 가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강민선 | “저는 지금 가족에 80% 정도 만족하고 있어서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에요. 가족은 사회로부터 휴식을 취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서로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해서요. 제가 우리 가족에 만족하는 만큼 제 아이도 가정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저도 아이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주고 싶어요.”

열심 | “경제적인 부분은 십시일반 모으고 살림은 평등하게 분담하는 가족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생물학적 페미니스트라서 아이는 인공 자궁이 생기기 전까지 낳지 않을 거예요. 만약 인공 자궁이 생겨 아이를 생산하게 된다면 공동육아를 할 계획이에요. 제 아기가 아니라 가족의 아이인 거죠.”

- 결혼에 국가가 제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나
이창연 | “전공시간에 한국의 이혼에 대해 배운 적 있는데 이혼율이 IMF 때 확 증가하고 그 이후에 갑자기 살짝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고 해요. 그 이유가 사람들이 이혼을 안 해야겠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국가에서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유예기간을 도입해서래요. 국가에서 이혼절차를 복잡하게 만들어 이혼율을 감소시킨 것인데 저는 이혼은 개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이는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결혼이나 이혼에 관한 규제는 전면적으로 철폐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지연 | “이혼, 출산처럼 개인의 선택 영역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결혼생활을 보다 윤택하게 굴러가도록 뒷받침해주는 제도를 마련해주는 게 필요해요. 아기를 낳아라가 아니라 아기를 낳으면 잘 키우게 도와주는 거죠.”

- 한국의 결혼제도와 결혼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류지연 | “먼저 주위 간섭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나이가 찼으니 빨리 결혼해야 한다는 생각도 내려놨으면 좋겠고요. 또 제도적으로 출산보조금과 같은 금전적 지원을 통해 결혼을 장려하는 것은 좋아요. 하지만 왜 이렇게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힘든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합당한 제도를 마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열심 | “저는 ‘시민결합’을 주장해요. 여성과 여성, 남성과 남성, 젠더가 없는 사람도 결혼할 수 있고 3인 이상의 결합도 인정되는 방향으로 결혼제도가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이창연 | “현 정부정책은 결혼과 출산에 중점이 맞춰져 있어요. 이제는 국가 정책이 개인에게 집중하는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혼은 신고가 아니라 선언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나는 이 사람과 평생 또는 평생에 준하는 기간을 함께 하겠다는 결혼선언.”

- 결혼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류지연 | “한국에서 비혼이라고 얘기하려면 자신이 내세울 만한 게 굉장히 많이 필요해요. ‘결혼은 내 선택이니까 안 할래’라고 말하는 건 쉬운데 사람들은 ‘그럼 너 어떻게 살래, 나중에 어쩔 건데, 집 있어?’ 계속 물어봐요. 그래서 저는 3~4년 동안 돈을 열심히 모았고 내년에 독립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렇게 내가 얼마만큼 벌고, 얼마를 모았고, 집을 장만했고 내세울 게 생기니까 사람들에게 당당해지고 기분도 홀가분해졌어요.”

강민선 | “가족은 베이스 캠프라는 엄마의 말에 정말 동의해요. 가정을 이루고 싶기 때문에 결혼을 꼭 하고 싶고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다만 지금보다 부모님과 시댁의 구속에서 벗어나 온전한 제 가족을 꾸리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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