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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이어도 괜찮다는 당당함을 갖게 됐어요"
"비혼이어도 괜찮다는 당당함을 갖게 됐어요"
  • 장우선 기자
  • 승인 2017.03.06 0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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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공동체 '비혼들의 비행(비비)' 인터뷰
▲ 이효연, 이미정, 김란이 씨(왼쪽부터)가 비혼공동체 '비비'에서 14년째 함께 하고 있다.
▲ 비혼공동체인 '비비'는 여성 커뮤니티로 그 기능을 확장했다.

  2003년 김란이(여‧47), 이효연(여‧46), 이미정(여‧44) 씨를 포함해 비혼을 선택한 6명이 모였다. 소모임으로 시작됐던 이들의 인연은 2006년부터 전주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하나둘씩 입주하기 시작하면서 비혼 공동체로 발전했다. 때론 친구로, 때론 이웃으로, 때론 가족으로 서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며 이들은 비혼공동체 ‘비혼들의 비행(비비)’ 안에서 14년째 살아가고 있다.

  비비 회원을 모은 건 당시 전주 ‘여성의 전화’에서 활동하던 김란이 씨였다. 김 씨는 비혼여성의 삶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함께 살아갈 사람들을 얻고 싶었다. 단순히 수다 떠는 모임이 아니라 비혼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비혼주의자인 자신을 얘기하는 모임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따라서 비비가 모이고 가장 먼저 한 일은 각자 ‘비혼의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김란이 씨는 2~3년 동안 각자 자신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 시간을 통해 각자의 삶을 깊이 이해하게 됐고 유대감도 남달라졌죠.” 

  이는 자연스럽게 비혼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공부로 이어졌다. 왜 결혼을 선택하지 않았고, 현재 어떤 위치에 있으며,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김 씨는 사회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비혼주의자인 자신을 깊게 관찰했다. “당시에는 20대 후반이 결혼 적령기였기 때문에 결혼을 안 하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도 결혼하지 않는 나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야 했어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회원들은 자신에 대해 더욱 정확히 알게 됐고, 당당하고 솔직해질 수 있었다. 이미정 씨는 결혼하지 않은 삶은 실패한 삶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임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혼자 산다는 것이 실패한 삶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비비와 함께하면서 내 자신이 비혼이어도 좋다, 괜찮다는 당당함을 갖게 됐어요. 스스로 당당해지니까 저 자신으로 솔직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이 제일 좋아요. 아마 비비가 없었다면 저 자신을 자꾸 숨기고 움츠러들었을 것 같아요.”

  비비는 매월 회비납부와 정기 학습모임 외에 별도의 규칙이 없다. 비비가 소모임에서 생활공동체로 확대되면서 김란이 씨가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 “공동체란 무엇이고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 고민됐어요. 공동체에 대해 공부하면서 규율이나 규칙이 너무 엄격하면 공동체가 쉽게 해체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비비 안에서는 최대한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하려고 했죠.” 비비를 공동체로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우리를 비혼여성공동체라고 부르는 게 맞는가도 생각했어요. 수많은 토론을 통해 미래의 삶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있고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면 공동체로 칭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겠다고 결론 내렸죠.” 

  비비는 비혼주의자들의 작은 공동체를 넘어서 개방된 여성 커뮤니티로 확장했다. 회원들의 나이가 40대에 접어들면서 젊은 여성들과의 거리를 좁힐 필요성을 느껴서다. 이들은 다른 여성과도 관계를 맺기 위해 2010년 여성생활문화공간을 새로 만들었다. 공간 비비에서는 나이와 혼인 여부에 상관없이 여성이라면 누구나 요가, 소설 읽기, 타로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작년부터는 세대별로 각기 다른 비혼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혼 아카데미도 진행하고 있다. 이효연 씨는 공간 비비가 생기면서 보다 다양한 여성과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게 됐다고 했다. “기존 비비가 하지 못했던 부분을 공간 비비를 열면서 보충했던 것 같아요. 다른 비혼 여성도 만나고 비혼이 아닌 사람들과도 만날 수 있는 장이 생긴 거죠.”

  이효연 씨는 비혼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사회가 정해놓은 틀에 얽매이지 말고 자신을 깊숙이 들여다보라고 조언했다. “몰라서 그렇지 삶의 방식은 정말 다양해요. 자기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많이 고민해보지 않는 이상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죠. 그렇게 살다 보면 나중에 괴로운 상황이 이어지고요. 또 자신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선택을 지지하고 격려해 줄 친구를 꼭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네요. 비혼을 선택했거나 고민하고 있다면 비비에 한번 놀러 오세요!”


글‧사진 | 장우선 기자 prio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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