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주먹과 주절먹 사이에 있지 않음?” 지난 6일, 연세대 철학과 13학번 남학생들의 단톡방 내 성희롱을 고발하는 대자보가 게시됐다. “○○○ 성격에 ○○○ 얼굴에 ○○○ 가슴이지 병신아”, “○○○면 108배 하고 먹는다” 등 적나라한 카톡이 2년간 오고 갔다. 대화 내용 중에는 “이거 알려지면 13학번 단체로 총여에 끌려간다”도 있었다. 이로 미뤄볼 때, 단톡방의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대화가 언어 성폭력인 것을 알고 있었다.

  작년 6월에는 ‘고대생 단톡방 언어 성폭력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1년여 동안 9명으로 구성된 단톡방에서 성희롱과 성적 대상화, 여성혐오 발언, 도촬 사진 게시 등 언어 성폭력이 벌어졌다. 9명의 학생들은 총학생회에서 제명됐고, 당시 정경대 학생회는 재발방지를 위한 캠페인 논의, 성관련 문제 대응 회칙 제정 등을 약속했다.

  묻고 싶다. 당신의 단톡방은 안녕한가?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SNS가 활성화되면서 수많은 대화들이 기록되고 있다. 내뱉은 말을 기억하지 못해도, 누군가의 핸드폰 속에는 말이 남는 것이다. 얼굴을 맞댄 채 시시덕거리던 ‘농담 따먹기’가 공중으로 날아갔다면, ‘손바닥만 한 화면’을 두드리며 나누는 대화는 끈적하게 남는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것이라 믿으며, 구성원들은 질퍽한 늪에 빠져든다. 쌓여가는 음담패설의 ‘늪’ 속에서 그 누구도 자신의 카톡 하나하나가 언어 성폭력임을 깨닫지 못한다. 들키지만 않으면 된다는 망상 속에서 ‘말’은 더욱 추악해진다. 

  ‘말, 말, 말’. 이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말, 아니 카톡을 되돌아봐야만 한다. 무심코 두드린 카톡 한 줄이 상대방에게는 끈적하게 들러붙는다. 입 대신 손가락으로 하는 말 속엔 이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부터 적나라한 외모평가까지 담겨있다. 수면 위로 그 내용이 드러나는 순간, 단톡방 안에서 ‘소비된’ 대상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된다. 말이라는 것이 이토록 추악했었던 적이 있었는가. 성별을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언어 성폭력 속에서 우리네 단톡방은 지금도 질퍽한 늪이 되고 있다.

  며칠 전 한 친구와의 술자리, 단톡방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가 쓰게 내뱉었다. “면전에서는 말 한 마디 못하면서 핸드폰 붙잡고는 ‘섹드립’을 치고 있어, 비겁한 놈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