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과 햇빛이 공존하는 카페
어니언 이효재(남·31) 매니저 인터뷰

▲ 빈집 위에 지어진 카페 어니언 사진|김해인 기자 in@


  성수역 2번 출구에서 내리면 인쇄소와 철물점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에, 조금은 생뚱맞게 ‘어니언’이라는 카페가 있다. 어니언의 외부 입구에 들어서자 ‘신일금속’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카페 곳곳에 아이들의 낙서와 굴뚝들도 보인다. 카페에 철물점과 가정집의 흔적이 남아있다.

  카페 어니언의 역사는 2016년부터다. 하지만 이 공간 역사의 시작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50여 년의 시간동안 이 공간에는 슈퍼, 식당, 가정집, 정비소, 공장이 스쳐 그 후 몇 년간 비어져 있었다. 이 공간의 ‘흔적’은 건물을 재활용하는데 동력을 불어넣었다. 어니언과 아티스트 패브리커가 협업해 그 흔적 위에 어니언을 만들었다. “다양한 용도로 쓰인 만큼 기존에 보지 못한 독특한 구조와 감성을 담은 공간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어니언은 아티스트와 협업해서 버려진 건물을 재생시킨 성공적 사례다. 이들은 벽면, 바닥과 식물 같은 흔적은 살리면서도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공간의 독특한 구조와 요소를 ‘재생’의 개념으로 최대한 살린 것이 핵심이었어요. 동시에 고객의 손이 닿는 부분의 위생, 바의 높이와 디자인까지도 많은 고민을 기울였죠.”

  빈집인데다 건물재생이라 창업이 저렴하고 쉬웠을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다른 활성화된 상업가의 부지에 비해 저렴할 수는 있었지만 개조, 위생 점검 등 다른 요소에 드는 비용이 컸다. 특히 과거의 흔적을 살린 만큼 위생적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했다. 고객의 손이 닿는 벽면에 왁싱작업을 하는 등 세심한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어니언은 단순히 빵과 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닌 성수동을 찾게 만드는 ‘이유’가 됐다. “어니언이 계속해서 사랑을 받는다면 저희의 바람대로 지역의 활성화까지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

 

공가(空家)에서 만들어진 공가(公家)
사회적 기업 두꺼비하우징 이제원(남·41) 실장 인터뷰

▲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공가 2호점 사진제공|두꺼비하우징


  ‘공가(空家)’, 비어있던 집이 ‘공가(公家)’, 같이 사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집이 없는 주거취약계층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시작된 ‘공가 프로젝트’는 어느덧 공가 11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공가는 빈집 활용가능성에 눈을 뜨면서 시작됐다. 은평구청과 함께 빈집을 조사하다 몇몇 빈집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주거 취약계층의 입주 비용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괜찮은 주거지를 만들면서도 비용을 낮추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의 협력이 요구됐다. 공가 1호점도 은평구청과의 협업으로 시작됐다. “첫 경험을 토대로 공가 모델이 만들어질 수 있었어요. 지자체가 자금조달을, 두꺼비하우징의 리모델링 사업을, 마을 공동체의 입주민 관리를 맡는 형식이었죠.”

  다양한 단체와의 ‘공존’도 공가가 지속될 수 있었던 핵심 동력이다. 9만원으로 가장 저렴한 월세를 자랑하는 공가 3호점은 숭실대 생활협동조합과의 연대가 있어 가능했다. “숭실대 학부생을 받는 조건으로 1인당 장학금을 15만원씩 지원받았어요. 그래서 9만원이라는 가격이 가능했죠.” 더 나아가 기업이 자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9호점은 주택도시 금융공사 ‘허그’의 지원을 받은 사례예요. 국가보조금은 행정지원절차가 까다로운데 기업은 좀 더 간단해서 더 좋았죠.”

  두꺼비하우징은 청년과 동행하고자 한다. 청년 중에는 주거정책 해결을 기획할 수 있는 역량은 있지만, 자금이 없어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두꺼비하우징은 쌓은 노하우를 전달하고, 멘토단을 구성해 그들에게 도움을 주려 한다. 움직임을 시도하고 있다. “두꺼비 하우징의 목표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거예요. 청년주거운동조직, 마을 조직, 기업, 지자체와의 협업이 자연스러운 사회의 소통망을 구축해 나가고 싶어요.”

 

‘다 함께 만드는 마을’ 다울마을
다울공동체 송은정(여·55) 대표 인터뷰

▲ 빈집에서 공동체를 이룬 다울마을 사진제공|수원시 팔달구청


  다채로운 색깔이 이목을 끈다. 화사한 색감과 아기자기한 요소가 돋보이는 이 마을은 수원시 인계동의 ‘다울마을’이다. 다울마을이 처음부터 밝고 희망찬 곳은 아니었다. 4년 전에는 폐가들로 골머리를 앓았다. 버려진 지 몇 십 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빈집에서 범죄문제가 종종 불거졌다. 불량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워서 화재의 위험이 높았고 노숙자들이 무단으로 생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위치적으로 폐가의 접근성이 좋아 활용할 여지가 충분했다. 수원마을르네공모사업에서 선정된 다울공동체는 이곳에서 공공체공간조성 사업을 진행했다. ‘다 함께 사는 우리’라는 ‘다울’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부족한 사업지원비는 주민들이 직접 나서 해결했다. “도색, 청소는 마을 주민들의 손으로 했어요. 물품들은 기부를 받아 해결했죠.” 

  다울공동체 건물은 주민들의 문화활동 센터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다울마을은 재개발 계획 때문에 머지않아 사라진다. 마을은 사라지지만 ‘희망’은 남는다. 다울공동체는 다른 마을을 만들기 위해서 작년부터 기록을 남기며 자료집을 만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이 겪은 협력할 수 있다는 ‘가능성’과 주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경험’을 기록하는 것이다. “다울마을은 사라져도 또 다른 다울마을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공동체가 형성됐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유지할 힘이 키워졌으니까요.”

  송은정 대표는 도시재생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도시재생에 기반을 둬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이야기를 담아가는 공간이 필요해요. 신개발 정책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마을을 주민들의 힘으로 재생시키는 ‘도시재생’도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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