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김용준 기자 jjoon@

“이번 역은 안암, 고대병원 앞 역입니다.”

  매일 아침 안암역은 등교하는 학생들로 분주하다.  밤이 깊어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은 개찰구 앞에서 작별 인사를 한다. 안암역은 고대생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다. 그 일상의 한편,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암역의 역무원들과 장준영 역장(남‧61)이다. 장준역 역장은 6호선 곳곳의 역에서 역무원으로 근무했다. 안암역에는 2016년 7월 4일 자로 발령받았다. 장 역장에게 안암역은 35년간의 역무원 생활을 마무리하는, 특별한 역이다.

  역무원 생활을 오래 했지만 대학가 주변 역 근무는 안암역이 처음이다. 장 역장은 안암역 이용객들이 공공질서를 잘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용객 대다수가 학생들인데 다들 매너가 좋아요. 환승역이나 주거 밀집 지역은 이용객들이 역사에 생활 쓰레기를 많이 버려 역이 더럽지만, 안암역은 역사는 물론 화장실까지 깨끗해요. 다른 역에서는 장애인이나 시니어 카드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안암역은 그런 일이 많이 없어요.”

  안암역이 학교와 가까운 역인만큼 때때로 역 안에서는 교내 동아리 홍보를 위한 전시회 등이 열리곤 한다. 장준영 역장은 학생들에게 안암역 공간을 선뜻 내줬다. “상업성이 있는 행사들은 배제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행사 목적이 순수하기도 하고 우리 역 이용객의 대부분이 학생이어서 학생들의 부탁을 최대한 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늦은 밤까지 역 안에 남아있는 취객은 역무원의 가장 큰 난제다. 보통 취객을 발견했을 때는 깨워서 귀가하도록 돕는다. 특히 겨울철에 취객을 내버려 두면 동상이 우려돼 취객의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곧바로 112나 119에 신고한다. 취객을 도와주려다 오해를 받아 봉변을 겪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태원역에서 역장으로 근무할 때 만취한 외국인 여자가 조치를 취했던 역무원을 성추행으로 신고했던 적이 있어요. 직원이 무혐의 판정을 받긴 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최근에는 이와 같은 곤경에 빠지지 않기 위해 여성 미화 노동자들의 도움을 받는다고 한다.

  안암역에서도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잠을 청하는 학생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막차가 다니는 시간대는 취객들이 많아 더욱 힘들다. “가끔은 아침 일찍 출근해 시설 점검을 돌다가 전날 술을 너무 많이 먹어 승강장에서 자고 있는 학생들을 발견하기도 해요.” 그래도 안암역의 취객들은 상대하기 수월한 편이다. “학생들은 다들 아들, 조카 같아서 괜찮아요. 일어나라고 하면 일어나고, 집에 가라고 하면 집에 가고. 말을 잘 들어주어 고맙습니다.”

  장준영 역장은 지하철이란 공공장소에서의 질서를 강조했다. “사회에서 개인의 권리와 의무는 공존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학생들이 앞으로도 공공질서를 잘 지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모범을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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