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경력단절 여성에 '엄마가 눈치보지 않는' 일자리를 제시하다
경력단절 여성에 '엄마가 눈치보지 않는' 일자리를 제시하다
  • 이민준 기자
  • 승인 2017.03.20 0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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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KOWORC) 추명자 이사장 인터뷰

▲ 사진제공 |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

창의여성조합에 가입한 연구원들

  15~54세의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의 비율은 약 20%. 결혼·육아가 주된 원인이다. 특히 경력단절여성 중 53%가 30~39세에 몰려있다. 대학을 마친 고학력 여성들은 사회에 나와 일하지만, 곧 결혼,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을 포기한다. 아직 여성의 육아 전담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경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선택만 남았을까.

  이러한 현실을 고쳐보고자 여성들은 스스로 대책을 세웠다. 협동조합을 구성해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창의여성연구협동조합(이사장=추명자, 창의여성조합)이 그들이다. 창의여성조합원들은 석사 이상의 고학력 여성으로, 이들은 다양한 정책연구, 조사, 분석 등의 업무를 협동으로 수행한다. 추명자 이사장은 “창의여성조합은 ‘여성이 언제나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협동연구, 직접수주 그리고 육아 공감
  
창의여성조합은 ‘석·박사 학위를 가진 위촉연구원들이 모여 단체를 만든다면?’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현재 석사 학위를 받은 대학원생들은 위촉연구원으로 연구소에 취직한다. 위촉연구위원은 책임연구원과 달리 비정규직이다.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책임연구원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지만, 기혼여성의 경우 가정에서 육아와 가사 일을 맡다 보니 연구소 측에서 재계약을 꺼리죠. 연구에 온전히 시간을 쏟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요. 결국 여성 연구원들은 비정규직을 전전하다가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그래서 여성 위촉연구원들이 모였다. 그리고 직접 연구를 수주했다. 그렇게 창의여성조합이 탄생했다. ‘연구소’가 아닌 ‘조합’이다. “석사, 혹은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는데 집에서 놀기는 그렇고, 새 일자리를 찾기는 어렵잖아요. 20대 청년들도 취직이 어려워서 고생하는데, 우리는 오죽할까요. 그런데 연구원들끼리 모여서 직접 연구를 수주하면 괜찮겠다 싶은 거예요. 우리끼리 모여서 일을 하면 육아나 이런 일이 급할 때 눈치도 덜 보게 되죠. 조합 안에서는 육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서로 다 아니까.”

  창의여성조합에서 조합원들은 각자 전공을 살려 연구를 진행하면서 육아 등 가사도 놓치지 않는다. 출퇴근에 제약이 없으며, 정해진 기한 내에 주어진 연구를 마치면 되기 때문이다. 성과 우선주의인 일반 연구소와 달리 삶의 질을 추구하는 협동조합이기에 가능한 업무 방식이다. 창의여성조합은 용역을 협동해 제공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는 전형적인 일반 협동조합의 하나다.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창의여성조합은 정부나 출연연구소에서 과제를 수주해 연구를 진행한다. 정책 개발과 연구용역 등을 수행하며, 정밀의료부터 국토교통, 국가 R&D까지 폭넓은 분야를 맡고 있다. 협동조합이라 해서 일반 연구소보다 연구 실적이 나쁜 것도 아니다. 2014년 출범 이후 총 19개의 연구를 마쳤으며, 25개의 연구출판이 진행됐다.

  사회적 기여에 대한 고민도 함께
  
“사실 생계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잖아요? 조합 설립 이후 안정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는데에 초점을 맞춰 왔어요. 이제는 사회적으로 창의여성조합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있죠.”

  창의여성조합은 한국의 여성이 처한 현실을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영리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협동조합이기에 ‘해야만 하는’ 고민이다. 협동조합의 7대 원칙 중 하나가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다. 추명자 이사장은 아직은 추상적인 단계지만, ‘브릿지 존스(Bridge Zones) 포럼’으로 여성조합을 알리는 일을 우선하고 있다고 답했다. 브릿지 존스 포럼에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발생한 사회적·역사적 배경을 살펴보고, 관련 정책의 한계에 대해 논의한다. 1차 브릿지 존스 포럼에서 추명자 이사장은 창의여성조합이 경력단절여성에게 새로운 ‘다리’가 될 수 있다고 강연했다. 여성조합에서 여성들은 경력을 단절하지 않아도 되고, 조합에서 일하며 그 경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적극 알리고 있다.

  창의여성조합은 여성의 사회 진출에 관한 의제를 캠페인으로 담아낼 계획이다.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지지를 받을 때 메시지의 의미에 힘이 실린다는 생각에서다. “사회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힘, 즉 대중의 공감이 필요해요. 공감을 모으고 탄력을 받으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겠죠?”

  20대 여성에 집중한 포럼도 열어보려고 의논하고 있다. 창의여성조합원들의 평균 연령은 3-40대다. 이에 20대를 대상으로 포럼을 열어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창의여성조합이 갖는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시작점은 포럼이 될 거예요. 더 많은 사람이 포럼에 와서 같이 생각을 나누는 거죠. 그 후에 우리 조합에 가입하든, 다른 방향을 찾아나서든 경력단절을 해소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조합에 들어와서 일을 조금만 해도 상관없어요. 여성들이 결혼·육아 등의 이유로 자신이 가진 경력을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같이 해봅시다!”
  
추명자 이사장은 경력단절여성들에게 마음을 다잡고 사회로 나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사회 속 ‘유리천장’, ‘경력단절’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한 마음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유리천장이나 경력단절 문제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잖아요. 이걸 개인이 해결할 수는 없어요. 복합적인 문제인 만큼 사회적으로 공감을 이끌어내고, 의식 수준을 높이고, 문화를 바꿔나가야 하는 거죠. 사실 현 시점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이 많지 않아요. 그래도 저는 경력단절여성에게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일을 하고 싶다면 모든 것을 감내하고 사회로 나와라.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고 칭얼대지 말고 우리가 스스로 해결해나가자’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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