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 | 파란하늘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아버지들이 모여 어린이집 내부를 새롭게 칠했다. 합부모들은 파란하늘어린이집의 운영 전반을 도맡아 하고 있다.

  사회생활 속 피로감을 호소하며 남성들은 육아에서 거리를 두고 있다. 동시에 여성에게 육아의 책임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아빠들을 육아 현장으로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공동육아협동조합’이 대두됐다. 송파 파란하늘공동육아협동조합(이사장=오반장, 파란하늘육아조합)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서 파란하늘 어린이집의 학부모를 조합원으로 둔다. 이들은 아빠와 엄마를 합쳐 ‘아마’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육아에 대해 엄마와 아빠 모두가 평등하다는 생각에서다. 어린이집이라는 ‘터전’에서 ‘아마’들과 아이들은 함께 성장한다.

  모두가 참여하는 어린이집
  파란하늘 어린이집은 교사로 구성된 교사회와 부모들이 참여하는 이사회의 이원 체제로 운영된다. 협동조합이 교사를 유급 근로자로 채용하는 형태다. 교사는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데에 집중하며, 이사회는 재정부터 건물 청소, 보수까지 전 영역을 맡는다. 이사장을 역임했던 포비(활동명, 남) 씨는 부모들이 어린이집에 관한 모든 분야의 일에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육아조합인 만큼 모든 조합원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요. 하원아마, 자원아마, 대청소아마 등 조합원들이 조를 꾸려 다양한 업무를 담당해요. 하원아마는 어린이집이 끝나고 선생님이 퇴근하는 오후 7시부터 아이들이 안전하게 귀가하도록 케어를 맡아요. 자원아마는 교사들이 회의를 진행할 때 어린이집에 와서 아이들을 대신 돌봅니다. 대청소아마는 분기별로 어린이집 안팎을 탈탈 털어 청소하죠. 매주 주말에도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파란하늘육아조합의 구성원들은 어린이집을 ‘터전’이라 부른다. “어린이집이라 하면 아이들만 다니는 곳이라고 생각하죠? 파란하늘육아조합은 달라요. 아이들의 생활공간인 동시에 아마들의 생활공간이기도 하죠. 조합에 소속된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는 어린이집 대신 터전이라고 합니다. 협동조합이라 해서 단순히 출자금이랑 조합비를 낸 뒤 아이를 보내면 끝인 것이 아닙니다. 공동체라는 생각, 그 생각이 파란하늘육아조합을 가장 잘 나타내는 생각입니다.” 

  육아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
  파란하늘육아조합에 가입한 모든 조합원은 별명을 사용한다. 현 이사장은 ‘오반장’이라는 별명을, 한 달 전 새로 가입한 조합원은 ‘가이버’라는 별명을 만들었다. 가이버 씨는 어린이집 내부를 둘러보며 “내부가 많이 어둡네요. 여기쯤을 뚫어서 등을 설치하고, 기존 등도 LED도 바꾸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조합원들은 “우리 조합에 맥가이버가 들어왔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오반장 이사장은 별명을 사용하는 배경에 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합원들은 포비, 푸른숲, 오반장, 가이버 등 각자의 특성을 별명에 담아냈다. “파란하늘육아조합 안에서 조합원들은 모두 평등해요. 조합원이 몇 살인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 모두 중요하지 않아요. 육아 앞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한 아마니까요. 이건 아이들하고도 마찬가지예요. 아이들이 우리에게 배우는 동시에 우리도 아이들과 함께 하며 배우는 것들이 있어요. 별명은 그러한 평등의 상징이며, 파란하늘육아조합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입니다.”

  사회적인 참여도 함께
  현재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파란하늘육아조합은 일반협동조합으로 시작했다. 2002년 출범 당시 사회적 협동조합에 대한 법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2015년 조합원들 사이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이 논의됐다. 파란하늘육아조합이 비영리를 추구한다는 점과 공동육아를 목표로 한다는 점이 사회적 협동조합에 더 알맞다는 생각에서다. 이에 2015년 11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다. “적자분담금은 조합원들이 각자 부담하고 있어요. 사회적 협동조합이 영리를 추구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원래 비영리를 목적으로 하고 있었던 만큼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죠.”

  파란하늘육아조합은 사회 참여도 적극적으로 실천해왔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행사를 진행한다. 벼룩시장을 열어 아이들이 만든 물건과 헌옷 등을 판매하고, 수익금은 지역아동센터에 전액 기부했다. 작년엔 지역주민을 초대해 송파시민연대와 함께 ‘나쁜 나라’라는 상영회를 개최했다. 더불어 세월호 유가족을 초청해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파란하늘육아조합은 우리끼리 우리 아이 잘 키우자고 모인 것이 아닙니다. 자치적인 공동체 생활을 목표로 하고 있는 거죠. 그 사이에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등을 보며 ‘우리가 겪었다면 얼마나 슬펐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목소리를 냈어요.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 게 우선이지만 항상 사회 이슈에 목소리를 내려고 생각합니다.”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경우, 자녀가 어린이집을 졸업할 경우 조합 활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다. 파란하늘육아조합은 16년째 끈끈하게 유지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부모가 참여하는 동아리가 있다. “아이가 졸업해도, 저는 법적으로 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입니다. 조합 안에는 아마들을 위한 동아리가 정말 많아요. 야구 동아리도 있고, 그런 식이죠. 그렇게 아이가 졸업한 조합원과도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있어요. 때에 따라서는 초청해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해요. 내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를 같이 키운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육아에 대한 배움을 얻어가는 거죠. ‘네버엔딩 공동육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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